[반려동물 건강이야기] 천식으로 오해하기 쉬운 ‘고양이 유미흉’
[반려동물 건강이야기] 천식으로 오해하기 쉬운 ‘고양이 유미흉’
  • 김성언 부산동물병원 다솜동물메디컬센터 대표원장ㅣ정리·양미정 기자 (certain0314@k-health.com)
  • 승인 2019.01.25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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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언 부산동물병원 다솜동물메디컬센터 대표원장
김성언 부산동물병원 다솜동물메디컬센터 대표원장

고양이는 개와 달리 일반적으로 입을 벌려 숨을 쉬지 않는다. 고양이가 이런 모습을 보인다면 호흡곤란으로 해석해야 한다. 몸 어딘가에 이상이 생겼으니 가능한 한 빨리 산소를 공급해야 한다는 말이다. 

심장의 이상이라면 비대성심근증, 폐의 이상이라면 천식을 의심할 수 있다. 여기에 하나 더 폐를 압박하는 유미흉도 의심해보자. 비록 흔치 않은 질환이지만 천식으로 오해할 소지가 다분한 만큼 고양이보호자라면 상식으로 알아둘 필요가 있다. 

유미(乳糜)란 지방분이 풍부해서 우윳빛을 띠는 림프액을 말한다. 음식물을 소화하는 과정에서 발생한다. 유미는 가슴 림프관을 타고 림프계로 흐른다. 그런데 가슴림프관이 심장질환, 종양, 외상, 심장사상충 감염 등으로 손상되면 흉강(폐와 심장을 둘러싸는 빈 공간)으로 새어나간다. 

처음에는 유미가 흉막으로 흡수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흉막에 염증이 생겨 잘 흡수되지 않는다. 유미가 매우 자극적이기 때문이다. 결국 흉강에 유미가 계속 고인다. 이 상태를 유미흉이라 한다.

유미흉이 생기면 공기를 들이마셔 팽창해야 하는 폐가 압박받아 갑작스러운 호흡곤란이 발생한다. 때로는 기침, 기면, 식욕부진을 동반하기도 한다. 호흡곤란으로 동물병원을 찾으면 수의사는 우선 환자에게 산소를 공급해 안정을 유도한다. 충분히 안정된 후 혈액검사, 흉부방사선 촬영 등으로 진단한다. 흉수를 발견했을 땐 호흡개선을 위해 흉수천자(흉강에 찬 액체를 빼내는 시술)를 시행하고 흉수의 성상, 색, 냄새 등으로 정체가 무엇인지 파악한다. 참고로 원래 흉강에는 혈관에서 빠져나온 조직액, 혈액 등 다양한 액체가 들어찰 수 있다. 

흉수가 유미인 것으로 확진되면 원인을 알아내 치료해야한다. 상기에 언급한 심장질환, 종양 등이 원인으로 밝혀지면 이 질환들을 치료해 자연스럽게 유미흉에서 벗어날 수 있다. 하지만 사실 대다수의 원인은 특발성(원인 불명)이다. 이 때문에 처음에는 유미흡수를 돕는 약물 사용, 지속적인 흉수천자 등을 시행하며 환자상태를 지켜본다. 

이렇게 한두 달 정도 치료했는데 개선되지 않거나 오히려 흉강의 유미생성 간격이 짧아지고 생성량이 점점 늘어난다면 돔 더 적극적인 방법을 선택한다. 유미를 효율적으로 배출하는 흉관튜브를 장착하는 것이다. 이와 함께 적절한 투약과 식이조절로 흉강에 저류하는 유미의 양을 점점 줄인다. 상태가 개선되면 흉관튜브를 제거할 수 있다. 이후에는 약물투약과 식이조절 또는 식이조절만으로 정상적인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 

유미흉을 내버려두면 폐 주위 조직이 굳는 현상이 발생한다. 이 경우 수술을 해도 예후가 불량하다. 따라서 고양이가 얕고 빠른 호흡을 보인다면 지체하지 말고 동물병원을 찾아 정확한 진단을 받아야 한다는 점을 명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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