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건강이야기] 설에 반려동물이 가장 주의해야 하는 음식
[반려동물 건강이야기] 설에 반려동물이 가장 주의해야 하는 음식
  • 김하나 24시 해마루동물병원 응급중환자의료센터 팀장ㅣ정리·양미정 기자 (certain0314@k-health.com)
  • 승인 2019.01.26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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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하나 24시 분당 해마루동물병원 응급중환자의료센터 팀장
김하나 24시 분당 해마루동물병원 응급중환자의료센터 팀장

모두가 기다리는 설 연휴가 열흘 앞으로 다가왔다. 그러나 동물병원 응급실 수의사는 긴 명절이 마냥 반갑지만은 않다.

명절 연휴는 동물병원 응급실이 가장 바쁜 시기다. 구토, 설사, 이물 섭취, 중독 등 다양한 원인으로 응급실을 찾는 반려동물 환자가 급증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보호자가 조금만 주의를 기울이고 응급상황에 대비한다면 사람과 반려동물 모두가 안전하고 건강한 명절을 보낼 수 있다.
 
반려동물 보호자가 가장 주의해야 하는 것은 명절음식이다.

명절음식을 보고 신이 난 반려견은 과일이나 갈비뼈 등 맛있는 음식을 급하게 삼키다가 큰 조각이 식도에 걸려 응급실을 찾는다. 명절에는 보호자가 평소 사료만 먹이던 반려견에게 갈비뼈 같은 특식을 주거나 식성이 좋은 반려견이 쓰레기통을 뒤져 닭 뼈를 몰래 먹다가 식도에 걸리는 일도 많다. 명절 대표 음식인 산적을 먹다가 이쑤시개가 식도에 걸려 동물병원에 오는 환자도 있다.

식도에 이물이 걸린 반려견은 여러 차례 구토하고 침을 심하게 흘린다. 식도에 있는 이물이 기도를 압박하는 경우에는 호흡곤란 증상을 보이기도 한다. 이런 증상이 있는 반려견에게 식도에 걸린 음식물이 내려가라고 밥이나 북엇국을 억지로 먹이는 민간요법은 절대로 써서는 안 된다. 이런 행동은 식도를 손상하고 구토 증상을 악화할 수 있다.
 
닭 뼈와 같이 날카로운 이물을 삼켰거나 식도에 이물이 오래 걸려있으면 식도염이나 식도 천공이 발생할 수 있다. 이물을 제거한 후에 식도 협착이 발생할 가능성도 높다. 반려견의 식도에 이물이 걸렸다고 의심된다면 빨리 동물병원을 찾아 진단을 받고 내시경이나 수술을 통해 이물을 제거해야 한다.
 
명절에는 한꺼번에 많은 음식을 만들어 두고 데워 먹는 일이 많다. 이때 잘못 보관해서 심하게 부패한 음식이나 음식물 쓰레기를 반려견이 섭취하면 세균 및 바이러스 감염 또는 곰팡이 독소에 의해 위장염이 발생할 수 있다. 부패한 음식에 있는 세균과 바이러스는 반려견의 장에서 염증을 일으키고 복통, 구토, 설사, 고열, 기력저하, 식욕절폐와 같은 증상을 발생시킨다. 곰팡이가 있는 음식을 섭취하면 곰팡이의 대사물인 마이코톡신(Mycotoxin)이 뇌를 통과해 경련, 전신 발작 등 심각한 신경증상을 일으킬 수 있다.
 
반려견이 이런 증세를 보이면 보호자는 몸보신을 위해 지방성분이 많은 고기나 국을 먹이기도 한다. 이는 오히려 급성 췌장염을 유발하고 위장장애를 악화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구토와 설사가 계속되는 경우 탈수가 일어나지 않도록 미지근한 물을 충분히 주면 도움이 된다.
 
대부분 위장염 증상을 보이는 환자는 스스로 회복된다. 하지만 증상이 심한 경우 전신 염증으로 진행할 수 있어 입원 치료를 받아야 한다. 마이코톡신 중독이 의심된다면 이른 시간 안에 동물병원을 찾아 음식물을 토하게 하고 활성탄 투약을 통해 전신으로 독소가 퍼지는 것을 막아야 한다. 발작이나 경련 증상이 있는 환자는 항경련제와 근육이완제 치료가 필요할 수 있다.
 
명절 음식에 들어있는 식자재 중에는 사람에게는 유익하지만 반려동물의 건강에는 좋지 않은 것도 있다. 불고기, 잡채 등 명절 요리에 꼭 들어가는 양파는 반려견에게 중독을 일으키는 대표적인 식자재다. 양파에 들어 있는 특정 성분이 적혈구를 파괴하고 빈혈을 일으킨다. 양파는 익힌 것, 건조한 것, 가루로 된 것 가릴 것 없이 모두 중독을 일으킨다. 10kg 정도의 개가 1/4컵의 양파를 섭취하면 심각한 빈혈이 일어날 수 있다.
 
양파를 먹은 반려견은 구토, 설사 증상을 보이고, 붉거나 갈색의 오줌을 싸기도 하며, 잇몸 색깔이 평소보다 창백해 보이기도 한다. 이런 증상을 보이는 반려견은 이른 시간 안에 동물병원을 찾아 치료를 받아야 한다. 양파를 먹은 지 2시간 이내라면 구토를 시키는 것이 효과적이며 활성탄을 먹여 중독물질을 흡착시키는 것도 도움이 된다. 수액치료를 통해서 중독물질이 빠르게 배출되도록 해야 한다. 빈혈이 심하면 수혈이 필요할 수도 있다.

양파 외에도 마늘, 포도, 아보카도, 마카다미아 너트, 초콜릿 등 반려견이 먹어서는 안 되는 음식을 미리 알아두고 보관에 주의해야 한다.
 
가족들이 명절 준비로 분주한 가운데 소중한 가족 구성원인 반려동물에게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 보호자는 반려동물이 먹어서는 안 되는 음식은 보관용기에 담아 뚜껑을 닫은 채 높은 곳에 보관해야 한다. 음식 조리와 보관방법, 음식물 쓰레기 처리에도 주의를 기울여 반려동물이 부패한 음식을 먹지 않도록 해야 한다. 명절에도 평소와 같은 식단을 유지하고 친지, 가족들에게 반려견에게 해로운 음식을 주지 않도록 당부하는 것도 필요하다.
 
또 반려동물이 신부전, 심부전과 같은 만성 질환이나 당뇨, 갑상선 질환 등 호르몬 질환을 앓아 관리받고 있다면 연휴 기간에 매일 복용하는 약물과 처방사료가 부족하지 않도록 준비해야 한다. 응급상황을 대비해서 연휴 기간에도 진료를 하는 동물병원이나 응급실을 미리 알아두는 것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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