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현 약사의 약 부작용 이야기] 앗! 검은 대변이…원인은 복용 중인 약 때문?
[배현 약사의 약 부작용 이야기] 앗! 검은 대변이…원인은 복용 중인 약 때문?
  • 배현 밝은미소약국(분당) 약국장ㅣ정리·장인선 기자 (insun@k-health.com)
  • 승인 2019.02.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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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현 밝은미소약국(분당) 약국장
배현 밝은미소약국(분당) 약국장

“약사님, 저 혹시 장 출혈 아닐까요?”

유산균제제를 구입하러 오신 김미영(가명) 님이 심각한 표정으로 물으시네요. 김미영 님은 평소 장이 좋지 않아 장염이나 변비로 자주 병원을 방문하시곤 했답니다.

“갑자기 무슨 말씀이세요? 어디 안 좋으세요?”

“얼마 전에 인터넷 검색을 하다가 발견했는데 대변이 검게 나오면 위나 십이지장 출혈일 수 있대요. 위암일 수도 있고……. 내가 어제오늘 변이 검게 나왔거든요.”

“그래요? 전엔 그런 적이 없으셨던 거 같은데. 혹시 배 아프거나 속이 쓰리고 소화가 안 되시나요?”

“특별히 그렇지는 않은데......”

“그럼 요즘 병원에서 처방받아 드시는 약이 있진 않으세요?”

“얼마 전에 담이 들어 정형외과 약을 먹고 있어요.”

“그럼 한 번 보여주실 수 있나요?”

투명한 약포지에 들어있는 약들은 에어탈정(소염진통제), 에페신정(근육이완제), 알비스정(소화성 궤양치료제)였습니다.

“김미영 님 혹시 약 복용 후 속이 쓰리거나 복통, 소화불량 등의 증상이 있으셨어요?”

“아뇨, 식후 즉시 복용해서 그런지 불편하진 않았어요.”

“그렇다면 대변 색은 크게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2000년 이후 ‘웰빙(well-being)’이 트렌드가 되면서 건강에 대한 관심이 많아졌습니다. 이에 맞춰 인터넷은 물론 방송, 책 등에서 온갖 건강정보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죠. 건강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원하는 정보를 손쉽게 얻을 수 있습니다. 이제 대변 색으로 건강을 체크할 수 있다는 사실은 거의 상식처럼 됐으니까요.

대변은 소장에서 소화·흡수되지 않은 찌꺼기나 장에서 떨어져 나온 세포들이 뭉쳐서 만들어집니다. 여기에 담낭에서 분비된 담즙이 같이 섞여 색을 띠게 되지요. 원래 담즙은 초록색인데 소장, 대장을 통과하는 동안 대사를 받아 노란색~갈색, 즉 소위 황금색으로 바뀝니다. 따라서 대변 색은 담즙분비상태와 위, 소장, 대장, 직장의 상태를 알 수 있는 중요한 단서가 됩니다.

만일 대변 색이 회색이거나 희다면 담즙이 제대로 섞이지 않고 있다는 신호죠. 담낭염, 담도폐색 등 간담 쪽의 질환을 의심해볼 수 있습니다. 녹색 변은 담즙이 대사되지 않아 그대로 나오는 것으로 설사나 장내 세균총 이상 등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검은 변과 붉은 변은 소화관 출혈을 의심할 수 있어요. 검은 변은 붉은색 혈액이 위산 등과 반응해 검게 변하는 것으로 위, 십이지장 등 상부 소화기 출혈인 경우가 많고 붉은 변은 아직 색이 변하지 않았기 때문에 대장이나 직장 등 하부 소화기 출혈인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붉거나 검은 변이 나온다면 위암, 대장암 신호일 수도 있으니 대변 색을 잘 관찰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습관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대변 색은 먹는 음식에 따라 많이 바뀌기도 합니다. 특히 색소가 풍부한 채소나 과일 등을 많이 먹으면 대변에 그대로 색이 반영될 수 있죠. 검붉은색이 강한 복분자나 녹황색 색소가 강한 케일, 상추 등을 한번에 많이 먹으면 대변에서 검붉거나 녹색 변이 나오기도 한답니다. 음식에 의한 변색은 복통 등 다른 소화기증상이 없고 한두 번 변을 보면 사라지기 때문에 크게 문제되지 않습니다.

약을 복용해서 대변 색이 변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요즘 위장약으로 많이 쓰이는 제산제, 점막보호제 복합제인 ‘알비스정’이 대표적이지요. 알비스정은 위에 존재하는 히스타민 수용체를 차단해서 위산분비를 줄이는 ‘라니티딘’과 위점막을 보호, 재생을 촉진하는 비스무트시트르산염칼륨과 수크랄페이트가 복합돼 위궤양, 위염 등을 치료해주는 약입니다. 또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이하 소염진통제) 복용으로 인한 위, 십이지장 궤양을 치료해주는 효과가 있어 최근 처방량이 많이 늘었습니다.

특히 알비스정 성분 중 비스무트시트르산염칼륨은 장에서 대사를 받아 비스무트설파이드로 변하는데 이 성분은 잘 녹지 않는 검은색 침전물입니다. 이것이 대변과 섞이면서 검은 변이 나올 수 있어요. 이 증상은 장에 큰 문제를 일으키지 않으며 복용을 중단하면 사라지기 때문에 따로 치료하지 않아도 됩니다. 김미영 님이 바로 이 경우에 해당하죠.

사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증상이 소염진통제를 복용하고도 나타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소염진통제 복용 후 나타나는 검은색 변은 60ml 이상의 위장관 출혈이 있는 것을 의미합니다.

특히 심혈관질환으로 혈전억제제나 항응고제를 복용 중이거나 비타민E, 오메가3, 은행엽엑스를 보충제로 복용 중인 경우에는 위험도가 더욱 높아집니다. 위장관 출혈은 위장약을 병용해도 줄지 않는다는 연구결과가 있어 위장약과 소염진통제를 같이 복용한다고 안심할 순 없습니다. 특히 여기저기 아파 소염진통제를 자주 복용하는 어르신은 더욱 조심해야합니다.

앞서 언급했듯 대변의 색이 변할 정도면 상당한 양의 출혈입니다. 소량씩 위장관 출혈이 생기는 경우에는 대변 색이 변하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때문에 소염진통제를 복용하면서 어지러움, 식욕부진, 피로감 등이 나타난다면 반드시 의사, 약사와 상의해야합니다. 이를 무시하고 계속 약을 복용하면 위장관 궤양이나 천공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평소 아무런 증상이 없었는데 대변이 검게 변했다면 복용한 약과 음식을 꼭 살펴주세요. 때로는 눈에 보이지 않는 증상이 더 위험할 때가 있다는 사실! 꼭 기억하시길 바랍니다.

TIP1. 비스무스 함유 위장약 복용 시 추가 주의사항
- 우유 등 유제품과 같이 복용하지 않습니다.
- 철분 보충제는 1~2시간 간격을 유지하는 것이 좋습니다.
- 일부 항생제의 경우 동시에 복용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 간혹 과민반응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TIP2. 비트무스시트르산염칼륨 함유 위장약
알비스정, 알비스디정,  라니빅에스정, 위큐정, 개스포린정, 개스포린에프정 외 85개 품목

 ※참고문헌

《웰빙 문화의 등장과 향후 전망》 전영옥, 삼성경제연구소, 2005
“대변의 색깔, 모양, 냄새로 알아보는 나의 건강상태” <헬스조선> 2017년3월10일 기사
Lauralee Sherwood, 《인체 생리학 제9판》, 강명숙 외 21 옮김, 라이프사이언스, 2016
“특허만료 됐지만 년 처방 600억 대웅 ‘알비스’” <데일리메디> 2017년 8월 1일 기사
M.J.Neal, 《Medical Pharmacology at a Glance 6th》, Wiley-Blackwell, 2009
최신의료대백과사전편집위원회, 《원색최신의료대백과사전》, 신태양사, 1992
《함소아 내 아이의 주치의》 최혁용, 이상용, 살림Life, 2010
《위장관 출혈》 조주영, 정일권, 대한내과학회지(73), 부록 2호, 2007
《소화성 궤양 출혈을 동반한 노인환자의 임상적 특징》 나윤주, 이화여자대학교 대학원 석사논문, 2008
《비스테로이드성 항염증약제가 상부위장관 출혈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환자-대조군 연구》 이상우 외 6명. 대한소화기학회지 2004;44;13~18
《급성 상부 위장관 출혈에 대한 임상적 고찰》 김동완, 고산대학교 의학과 대학원 석사논문, 2001
《항혈소판제와 비스테로이드성소염진통제의 동시 투약으로 인한 출혈 사례》 서정민 외6명, 한국임상약학회지 제 28권 제3호, 2018
“관절염 치료제 ‘침묵의 출혈’ 조심” <서울신문> 2010년 8월 15일 기사
“침묵하는 병 대장암, 대변이 색깔로 말해” <경향신문> 2010년 9월 9일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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