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건강이야기] 쓸개를 뚝 떼야만 하는 노령견의 사정 ‘담낭점액종’
[반려동물 건강이야기] 쓸개를 뚝 떼야만 하는 노령견의 사정 ‘담낭점액종’
  • 김성언 부산동물병원 다솜동물메디컬센터 대표원장ㅣ정리·양미정 기자 (certain0314@k-health.com)
  • 승인 2019.02.08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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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언 부산동물병원 다솜동물메디컬센터 대표원장
김성언 부산동물병원 다솜동물메디컬센터 대표원장

흔히 대담함이 부족해 줏대 없는 사람을 ‘쓸개 빠진 놈’이라고 조롱한다. 한의학에서 담낭(쓸개)은 ‘용기’ 또는 ‘과감함’을 상징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병든 담낭은 없는 것만 못하기 때문에 제거하는 것이 오히려 대담(大膽)한 행동이라고 볼 수 있겠다. 사람처럼 반려견에게도 담낭을 떼내야 하는 상황이 오는데 바로 ‘담낭점액종’이라는 질환과 마주했을 때다.

담낭이란 간에서 만들어진 담즙을 저장해뒀다가 지방의 소화·흡수를 위해 십이지장으로 담즙을 분비하는 장기다. 담낭에 문제가 생기면 내부에 점도가 매우 높고 유동성 없는 물질이 쌓이는데 이것이 담낭점액종이다.

주로 10세 전후의 노령견에게 발생하는 이 무서운 질환은 초기 증상이 복통, 식욕부진 등으로 비교적 가벼워 더욱 잔인하다. 보호자가 대수롭지 않게 여겨 치료시기를 놓칠 수 있기 때문이다.

질환이 더 진행되면 구토, 간수치 상승, 황달, 색이 어두운 소변 등의 증상이 나타나고 심한 경우 담도가 막혀 잔뜩 부푼 담낭이 파열된다. 담낭점액종이 악화되면 종종 고열과 극심한 복통 같은 응급상황을 동반하기 때문에 보호자는 혼비백산하기 마련이다.

담낭점액종의 정확한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하지만 담낭 운동장애, 내분비질환으로 인한 과다한 점액 생산, 스테로이드 투여 등이 담낭점액종 발생에 영향을 주는 요소로 알려졌다.

담낭점액종을 진단하는 가장 기본적인 방법은 초음파검사다. 초음파검사로 담낭 내 점액 물질과 담낭 확장정도를 확인할 수 있다. 담낭점액종이 성숙한 상태라면 담낭 내부가 별이나 키위 모양으로 보인다. 미성숙 점액종으로 판단되더라도 담낭 내 침전물을 감싸는 점액소층이 담낭 벽에 들러붙은 경우에는 성숙한 담낭점액종으로 진행할 확률이 높기 때문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복부 초음파검사로 점액종을 일찌감치 진단한 경우 임상증상이 없거나 혈액검사상 특별한 이상이 없으면 약물치료를 시도한다. 치료기간에 정기적으로 모니터링해 병변을 살피고 악화하는 경우 절제술을 진행할 수 있다. 마취의 부담이 큰 노령견은 약물로 관리한다. 치료 및 회복기간에는 지방 함량이 낮은 음식을 섭취하면 치료효과를 높일 수 있다.

수술이 필요한 경우라도 크게 악화하기 전 수술로 확장된 담낭을 절제하고 담도를 세척해 십이지장까지 원활히 개통되도록 돕는다면 치료 성공률이 상당히 높다. 하지만 담낭 파열로 담즙성 복막염이 진행된다면 생존율이 40% 이하로 낮아질 수 있다. 정기적인 건강검진과 조기 진단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새긴다면 소중한 반려견의 노후를 고통 없이 지켜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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