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건강이야기] 실내공기 오염, 반려동물에겐 어떤 영향 미칠까
[반려동물 건강이야기] 실내공기 오염, 반려동물에겐 어떤 영향 미칠까
  • 남예림 24시 해마루동물병원 내과 팀장ㅣ정리·양미정 기자 (certain0314@k-health.com)
  • 승인 2019.02.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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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예림 24시 분당 해마루동물병원 내과 팀장

아직 겨울바람이 차다. 봄이 얼른 왔으면 싶다가도 환절기와 더 심해질 미세먼지를 생각하면 걱정부터 앞선다. 반려동물의 호흡기 건강이 위협받기 때문이다.

필자가 일하는 동물병원은 특성상 노령 반려동물이 많이 찾는데 이곳에서 만나는 보호자들로부터 겨울철은 물론 환절기에 “반려동물이 기침이 심해지고 잘 낫지 않아서 걱정이에요”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기침과 관련 없는 질환을 관리받는 노령의 반려동물도 가끔 호흡기 증상이 심해지는 경우가 있다.

최근에는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리면서 호흡기가 약한 반려동물이 괜찮을지 문의하는 보호자가 늘었다. “미세먼지 때문에 요새 산책을 잘 못 했어요”라며 반려동물에게 미안한 기색을 비치는 보호자도 많다. 사람이나 반려동물이나 일상을 침범하는 미세먼지는 원망스럽기 짝이 없다.

특히 만성호흡기질환이 있는 사람이라면 미세먼지로 인해 증상이 더욱 악화될 수 있다. 실내공기 오염 역시 호흡기에 안 좋은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점도 많은 사람이 우려하는 문제다. 그렇다면 사람보다 훨씬 더 많은 시간을 집안에서 보내는 반려동물에게 실내공기는 어떤 영향을 끼치게 될까?

최근 수의 내과학 저널(Journal of Veterinary Internal Medicine)에 이와 관련된 논문 한 편이 발표됐다.

대만의 국립 수의대 동물병원에 방문한 개와 고양이를 대상으로 실내공기 오염과 호흡기 질환과의 연관성을 밝히고자 설문조사, 호흡기 관련 임상검사, 반려동물이 주로 지내는 실내공간의 초미세먼지 농도 측정 등 여러 지표를 통해 대조군과 비교·분석한 연구논문이었다. 설문조사항목의 실내 오염원으로는 간접흡연, 향 연기, 요리 중 발생하는 연기, 실내 화학물질(페인트 등), 초미세먼지가 포함됐다.

결과적으로 대조군과 비교했을 때 호흡기질환이 있는 고양이의 집에서 35㎛/m³ 이상의 실내 초미세먼지 농도 증가가 유의적으로 확인됐다. 이밖에도 간접흡연, 향 연기, 요리 연기 등 실내 오염원이 호흡기질환을 가진 고양이의 집에서 더 흔하게 나타났다.

반면 개의 경우 확연한 연관성은 발견되지 않았다. 그런데 이는 ‘개가 담배연기나 초미세먼지를 흡입했을 때 호흡기에 염증반응이 일어나고 폐의 기능이 저하됐다’는 몇몇 연구보고와 차이가 있다.

물론 이번 연구와 비슷하게 간접흡연과 개의 만성기침에 대한 명확한 인과관계를 밝히지 못한 데이터도 있다. 다양한 변수가 존재해 일반화하기 어려운 실내환경이기 때문인지, 설문 조사의 한계인지, 실제로 관련성이 높지 않은 것인지를 따지려면 후속 연구가 필요하다.

왜 고양이에서 더 확연한 차이를 보였던 것인지에 대해서도 더 많은 데이터를 통한 원인분석이 필요할 것이다.

단지 필자는 많은 수의사와 학자가 반려동물에게 노출되는 실내공기 오염원에 관해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는 점과 보호자들이 이러한 오염원에 경각심을 갖길 바라는 마음에서 이 논문을 소개한 것이다.

가끔 진료하면서 안타까운 마음이 들 때가 있다. 미세먼지 농도는 알고 싶지 않아도 알게 되는 세상인데 실내공기는 내 자식 같은 반려동물에게 어떤 영향을 끼칠 수 있을지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다양한 실내환경과 여러 변수를 고려했을 때 인과관계를 확실히 밝히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몸집이 작은 반려동물을 실내에서 주로 키우는 국내 상황을 생각해보면 실내공기 오염이 기관지와 폐질환을 더욱 악화시킬 가능성은 반드시 염두에 둬야한다. 특히 우리 반려동물이 호흡기가 약해 기침, 콧물, 재채기 등에 시달린다면 오늘부터라도 우리 집 공기 질은 어떤지 파악하기 위해 다음 항목을 꼭 체크해보자.

■ 첫째, 화학물질을 자주 쓰는가?

실내에는 방향제, 섬유탈취제, 향수, 스프레이제품, 새집증후군 유발물질 등 생각보다 다양한 화학물질들이 떠다니고 있다.

■ 둘째, 실내흡연이나 간접흡연에 노출되는가?

실외에서 흡연하고 실내로 들어오더라도 피부(특히 손), 옷에 담배성분이 묻어있을 수 있다.

■ 셋째, 요리 중에 팬을 꼭 틀어 놓는가?

요리를 끝내고 난 뒤에도 한동안 팬을 틀어 두고 가능하다면 창문을 열어 환기하는 것이 좋다.

■ 넷째, 실내공기는 충분히 환기하는가?

성능이 좋은 공기청정기에만 의존하기보다는 미세먼지 농도가 낮아지는 시간을 골라 창문을 열고 충분히 환기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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