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건강이야기] 우리 고양이 위(胃)의 헬리코박터… “섣부른 걱정은 금물”
[반려동물 건강이야기] 우리 고양이 위(胃)의 헬리코박터… “섣부른 걱정은 금물”
  • 이진수 이진수동물병원 원장ㅣ정리·양미정 기자 (certain0314@k-health.com)
  • 승인 2019.02.11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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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수 이진수동물병원 원장

2005년 노벨의학상을 거머쥔 호주인 마샬과 웨렌. 그 배경에는 헬리코박터가 위궤양을 일으킬 수 있다는 첫 보고가 있었다. 이후 헬리코박터는 지금까지 위염, 위궤양을 넘어 위암까지 일으킬 수 있는 중요한 요인으로 알려졌다.

헬리코박터는 사람뿐 아니라 고양이, 개, 소, 돼지, 말, 토끼 등 다양한 종에서 발견되는 세균으로 위에 존재한다. 위에는 위산이 분비돼 일반적인 세균은 생존하지 못하지만, 헬리코박터는 위산을 중화할 수 있는 효소를 분비해 위에서 생존할 수 있다.

그렇다면 헬리코박터는 고양이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까? 사람과 마찬가지로 위염, 위궤양, 심지어 위암도 일으킬 수 있을까? 결론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여러 연구에 의하면 위에 문제가 없는 정상적인 고양이에게도 헬리코박터는 쉽게 관찰된다. 즉 헬리코박터가 위에 존재한다고 꼭 위염과 같은 문제를 일으키진 않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균에 의해 실제 위염이 발생하면 식욕부진, 기력저하, 구토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진단은 위 조직검사, 위 세정액에 대한 현미경 검사 등으로 확인한다. 보조적으로는 키트검사를 통해 헬리코박터에서 분비되는 효소의 존재를 확인하기도 한다. 단 다른 세균에서도 이러한 효소를 분비하기 때문에 키트 단독검사만으로 확진할 수 없다.

치료할 때에는 위병을 일으키는 세균을 없애기 위해 항생제를 기본적으로 사용하며 더욱 다양한 약물을 사용하기도 한다. 우선 2-3개의 항생제를 조합해 2-4주 투약하며 위산을 억제하는 약물을 추가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단 치료 전 중요한 것은 헬리코박터가 고양이구토를 일으키는지 고민해야한다.

예컨대 보호자가 외출한 사이 쥐돌이 장난감을 먹어 위내시경을 받은 고양이가 있다. 내시경 검사 중 위벽색깔이 정상적이지 않아 생검을 했다. (비용이 부담돼 조직검사는 시도하지 못한 상태) 만일 생검한 조직을 현미경으로 관찰하던 도중 나선형 헬리코박터가 관찰됐고 키트검사에서 양성이 나왔다. 이 경우 헬리코박터를 꼭 치료해야할까?

일단 현미경 검사에서 나선균이 확인됐고 키트검사 상 양성이라면 특정 효소를 분비하는 나선균이 위에서 존재한다는 뜻이다. 따라서 ‘위에 헬리코박터가 있다’고 확실히 말할 수 있다. 그렇다면 위벽색깔이 비정상으로 띠는 이유를 헬리코박터에서 찾을 수 있을까?

결론부터 얘기하면 구토 등의 증상이 있고 헬리코박터의 존재를 확인한 경우라도 헬리코박터만을 우선순위로 둘 수는 없다. 헬리코박터는 정상적인 고양이에서도 존재하는 세균이며 사람과는 달리 이 세균에 의해 위염, 위궤양, 그리고 위암이 발생했다는 근거는 아직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위에 예로 제시한 고양이에선 정확한 원인을 확인하기 위해 조직검사를 보냈어야 한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다.

마지막으로 사람에서 위병을 일으키는 가장 중요한 세균은 ‘헬리코박터 파일로리’이며 고양이에서도 감염보고가 있다고 밝혀진 바 있다. 사람과 고양이 모두에서 동일한 세균이므로 고양이에서 사람으로 혹은 사람에서 고양이로 전염가능성을 의심할 수 있다. 하지만 아직 확실하게 검증된 보고는 없기 때문에 현재로선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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