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저를 전적으로 믿으셔야합니다” 공포마케팅에 휘둘리지 않으려면
[특별기고] “저를 전적으로 믿으셔야합니다” 공포마케팅에 휘둘리지 않으려면
  • 김은지 서울청정신건강의학과 원장ㅣ정리·장인선 기자 (insun@k-health.com)
  • 승인 2019.02.13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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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지 서울청정신건강의학과 원장
김은지 서울청정신건강의학과 원장

최근 화제의 드라마를 꼽으라면 단연 ‘스카이 캐슬’을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우울감과 의욕·흥미저하를 호소하는 환자들조차 이 드라마만큼은 놓치지 않고 시청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필자 역시 뒤늦게 시청하게 됐다. 명확한 갈등관계와 거듭되는 반전 속에 상당히 몰입됐다.

이 드라마에서는 다양한 인물과 그들의 욕망을 다루고 있다. 그 과정에서 드러나는 여러 가지 감정의 중심에는 ‘두려움’이라는 감정이 존재한다. 내 딸, 내 아들이 경쟁자에게 밀릴까봐 두려운 것, 남들이 받는 최상의 교육과 입시관리를 받지 못할까봐 두려운 것, 그런 기회를 놓쳐 목표하는 대학에 합격하지 못할까봐 두려운 것 등이 적나라하게 표현된다.

늘 최상위권의 성적을 유지하며 서울의대 합격만을 간절히 원하는 아이 역시 조금만 성적이 떨어지거나 자신이 의지하던 입시관리가 어긋나면 극도의 두려움을 표현하며 부모에게 악을 쓰기도 한다.

입시 코디네이터는 자신이 계획하고 원하는 대로 부모와 아이들을 이끌기 위해 이러한 두려움을 이용한다. 이 때문에 발생하는 여러 갈등과 사건들이 드라마를 이끌어간다.

두려움이라는 것은 인간의 자연스러운 감정이고 건강한 삶의 정상적인 일부분이다. 적당한 두려움은 수행력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두려움이 눈덩이처럼 불어나 압도당하면 오히려 무력감을 느끼고 수행력이 떨어지며 자신을 구해줄 외부적인 것에만 맹목적으로 의존하게 된다.

이러한 두려움을 마케팅에 이용하는 경우는 의외로 우리 주변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특히 교육이나 입시 관련 분야에서 공포마케팅은 정점을 보여준다. 입시결과에 우리 아이들의 인생이 달려있다는 생각은 공포를 증폭시켜 이성적인 판단을 흐리게 한다.

입시 경쟁 속에서 어느 정도의 두려움은 아이나 부모로 하여금 해야 할 일을 열심히 수행하고 사교육, 입시관리 등의 외적자원을 적절히 활용하도록 도와주지만 두려움이 지나치면 이를 이용하는 여러 외부적인 것에 휘둘리게 되는 것이다.

‘어느 학원이 좋다더라, 입시 코디를 받으면 합격률이 100%라더라’ 하는 것들은 순간적으로는 우리를 두려움에서 구해주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은 또 다른 두려움을 낳고 또 다시 이용당하는 식으로 반복된다. 부모의 공포는 아이들의 마음에도 영향을 미치며 성인이 되고 난 후에도 삶의 주인이 되지 못한 채 두려움에 끌려다니게 된다.

우리는 두려움이라는 감정에서 완벽하게 벗어날 수 없고 그렇게 하는 것이 능사도 아니다. 결국 자신의 두려움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다스리는지에 따라 외부적인 것에 이용당하지 않고 크게 흔들림 없이 살아갈 수 있는 것이다.

경쟁사회에서 어쩔 수 없는 두려움을 느낄 때마다 이를 ‘누구나 느끼고 마찬가지로 나도 느끼는 감정’ 또는 ‘여기에 압도당하고 휘둘리지 않을 때 나를 도와줄 수 있는 감정’으로 받아들이며 다스리는 것이 어떨까.

‘스카이 캐슬’의 명대사 중 ‘저를 전적으로 믿으셔야 합니다, 어머니는 그저 저만 믿으시면 됩니다’ 대신에 ‘두려움을 받아들이고 다스리며 지금 나의 노력을 믿어보는 것’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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