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병원에 진료를 보러 가면 수의사가 가장 강조하는 것 중의 하나가 심장사상충 예방이다. 그런데 과연 보호자들은 심장사상충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또 얼마나 잘 예방하고 있을까?
실제로 보호자와 상담하다 보면 심장사상충 예방을 정기적으로 하고 있지 않은 경우를 많이 접한다. 또 일정 기간만 예방하고 겨울에는 예방하지 않는다고 얘기하는 보호자도 제법 있다. 하지만 ‘심장사상충증’은 위험한 질병이며 예방하지 않으면 감염될 가능성이 매우 큰 전염병이다. 왜 심장사상충을 예방하기 위한 약이 별도로 개발돼 나와 있는지를 생각해보면 심장사상충증의 심각성과 만연된 정도를 가늠할 수 있을 것이다.
심장사상충은 개와 고양이의 심장과 폐동맥에서 살아가며 모기를 통해서 전염되는 기생충이다. 모기가 심장사상충에 감염된 개를 흡혈할 때 유충이 모기의 몸속으로 들어가며 모기의 몸속에서 감염력을 가지는 3기 유충으로 자라게 된다. 이 모기가 다른 개를 흡혈하면 모기 안에 있던 3기 유충이 개의 체내로 들어가게 되고 약 2개월 후에는 성충으로 자라서 개의 심장과 폐동맥에 자리를 잡고 살아간다.
심장사상충에 감염되더라도 초기에는 별다른 증상이 없다. 감염된 상태가 더 진행되면 기침을 하기 시작하고 폐렴이 발생하며 운동하기 싫어한다. 감염 3~4기가 되면 기력저하, 체중감소, 심부전, 간부전, 혈뇨, 복수 등의 증상을 보이고 때때로 혼절하다가 결국 사망하게 된다. 이러한 증상으로 동물병원에 내원할 경우 감별진단을 위해 심장사상충 키트검사를 진행한다. 결과가 양성이면 엑스레이 검사, 심장초음파검사, 혈액검사를 통해 심장사상충증의 기수를 확인한다.
심장사상충증 치료는 어렵고 오래 걸린다. 확인된 심장사상충증의 기수에 맞는 프로토콜을 적용해 여러 종류의 약물을 투약하며 심장사상충을 죽이는 주사를 2~3회 놓아야 한다. 감염 4기의 환자는 약물로 치료할 수 없으며, 정맥을 통해서 특별한 포셉으로 심장에 접근해 심장사상충을 한 마리씩 잡아내는 어려운 시술을 받아야 한다.
미국심장사상충학회(AHS, American Heartworm Society)에서는 “Think 12”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1년 중 12개월 내내 매월 심장사상충 예방을 하고, 매년 1회 심장사상충 검사를 하라고 강조하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처럼 심장사상충이 만연한 지역에는 더욱 해당하는 내용이다. 특히 요즘에는 겨울에도 별로 춥지 않고 실내온도가 따뜻해 아파트에서는 겨울에도 모기를 볼 수 있다. 따라서 겨울이라고 심장사상충 예방을 중단하지 말고 꾸준히 해야 한다.
만약 중간에 일정 기간 예방을 중단한 경우에는 반드시 심장사상충 검사를 통해 감염여부를 확인한 후 다시 예방해야 한다. 매월 적용하는 심장사상충 예방약은 성충을 죽이는 약이 아니고 미세사상충이라 하는 유충을 죽이는 약이기 때문이다. 예방을 중단한 기간에 감염돼 심장사상충이 성충으로 자라면 키트검사에서 양성으로 확인되고, 이 경우 예방약이 아닌 치료약을 투약해야 한다.
심장사상충 예방약은 내복약, 바르는 약 등 종류가 많다. 특정 약에 과민반응을 보이는 경우도 있다. 그러므로 반드시 수의사와의 상담을 통해 보호자와 반려동물의 상황에 맞는 약을 선택해 예방해야 한다.
가장 좋은 치료법은 예방이다. 심장사상충증은 한 달에 한 번 정기적인 투약으로 간단하게 예방할 수 있다. 현재 심장사상충 예방을 못 해주고 있다면 바로 동물병원에 내원해서 검사하고 앞으로는 정기적으로 예방해 나의 반려동물이 심장사상충의 위험에서 벗어나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