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사님, 제가 허리가 아파서 정형외과 약을 먹고 있잖아요. 그 뒤로 살이 찌는 것 같아요.”
김은경 님은 지난주 바닥에 떨어진 물건을 줍다가 허리를 삐끗하셨어요. 이후 통증이 갈수록 심해져 정형외과 진료를 받으셨죠. 물리치료와 함께 록스펜정(록소프로펜-소염진통제), 에페신정(에페리손-근육이완제), 개스포린(비스무스 라니티딘 복합제-궤양치료제)을 처방받아 복용 중입니다.
“김은경 님 약에는 특별히 살찌는 성분은 없는데요? 혹시 붓는 거 아니에요?”
“아, 그런가? 그러고 보니 오전에는 얼굴이 좀 푸석하고 오후에는 다리 쪽이 붓는 듯하네요.”
“소변 색이 진해지고 양이 줄거나 허리나 옆구리 통증, 열이 나지는 않았나요?”
“생각해보니 소변 횟수는 좀 줄었네요. 특별히 색이 많이 진해지지는 않았고 열과 통증은 없어요.”
“그렇다면 크게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 것 같아요.”
“약 먹고 부으면 그대로 살이 된다던데......”
“그렇지 않아요. 그냥 몸에 수분이 덜 나가서 붓는 것입니다.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단 소변이 나오지 않으면서 너무 붓거나 어지러움, 허리, 옆구리 통증, 발열 등의 증상이 나타나면 지체없이 약을 중단하고 병원을 방문하셔야 합니다.”
“네, 알겠습니다.”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NSAIDs, 이하 소염진통제)는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사용되는 의약품 중 하나일 것입니다. 2017년 국내 소염진통제 시장규모가 4000억원 정도라고 하니 국내에서도 많이 사용되고 있음을 알 수 있죠. 이 때문에 그에 따른 부작용도 많이 보고되고 있는데요. 2017년 부작용 보고건수 1위 의약품은 단연 소염진통제였습니다.
위장기능저하와 점막손상, 출혈은 소염진통제의 가장 흔한 부작용입니다. 소염진통제가 위장벽을 직접 자극해 나타나는 메스꺼움, 더부룩함, 복통뿐 아니라 지속적으로 복용하면 점막을 생성하는 프로스타글란딘 합성을 억제해 위장벽을 약화시키고 심하면 출혈, 천공을 유발하기도 하죠.
당연히 장 점막도 손상시켜 소염진통제는 장누수증후군(leak-gut syndrom, LGS)의 원인으로 지목되기도 합니다. 이러한 위장관 부작용은 금방 불편하다고 느껴져 잘 파악되는 편입니다. 하지만 놓치기 쉬운 증상이 있는데 바로 붓는 것이죠.
소염진통제는 신장으로 흘러가는 혈액양을 줄여 여과되는 혈액을 줄게 만듭니다. 또 항이뇨호르몬 분비에 영향을 미치기도 하죠. 이런 작용들은 수분배출을 억제하고 체액을 정체시켜 몸을 붓게 합니다. 단 살이 찌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소염진통제 복용을 중단하고 체액 여과가 정상화되면 다시 원래 체중으로 돌아간답니다.
사실 더 큰 문제는 바로 심각한 신장독성이 있다는 것입니다. 소염진통제 복용으로 신장으로 가는 혈액량이 극도로 줄면 급성신부전이 오기도 합니다. 이러한 급성 독성은 간질환이 있는 경우, 고령환자, 무산소운동이나 과음 이후에 더 많이 발생한다고 합니다.
중장년층은 혈압·당뇨약 등 안 그래도 복용하는 약이 많은 데다 여기저기 아픈 곳이 생겨 소염진통제 복용횟수도 늘기 때문에 더욱 주의해야합니다.
숙취로 인해 음주 후 무심코 소염진통제를 드시는 경우도 있는데요. 아세트아미노펜(타이레놀)은 간독성이 널리 알려져 대부분 복용을 피하지만 소염진통제의 음주 후 부작용은 크게 알려지지 않아 문제입니다.
게보린, 사리돈, 부루펜, 탁센, 이지엔 등 어떤 소염진통제도 음주 후에는 위장장애뿐 아니라 신장에 독성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을 꼭 기억하세요. 추가로 무리한 무산소운동, 또는 몸을 많이 쓰는 일을 한 이후 소염진통제를 드실 때도 주의해야합니다.
만일 소염진통제 복용 후 부종이 심하고 소변량이 급격히 줄면서 옆구리 통증, 두통 등이 계속 되면 신속하게 신장검사를 받아야합니다.
소염진통제 과민반응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단 과민반응은 개인차가 너무 커 어떤 약을 복용한 후 알레르기반응이 나타났는지 꼭 알아둬야합니다. 소염진통제 과민반응으로는 두드러기, 혈관 부종, 천식, 저체온증 등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혈관부종의 경우 국소적으로 부종이 강하게 발생하는데 이것은 알레르기반응으로 인한 혈관 투과성이 증가하기 때문입니다. 주로 입술이나 눈꺼풀 등 모세혈관이 발달된 부위에 부종이 나타나며 증상이 유발되면 바로 약을 중단해야합니다.
통증은 인체가 보내는 SOS입니다. 통증이 느껴지면 약을 먼저 복용하기보다는 몸의 상태를 잘 체크해주세요. 아직 신장에 안전한 어떤 소염진통제도 개발되지 않았습니다. 약 복용 후 붓는 것은 단순한 증상일 수도 있지만 자칫 소중한 신장이 손상되고 있다는 위험신호일지 모릅니다. 평소 소염진통제 복용 후 붓는 편이라면 무리한 무산소운동과 음주는 반드시 피해야한다는 것도 꼭 명심하세요!
TIP. 부종을 유발하는 약물들
■온몸이 붓는 증상
소염진통제, 혈압약(칼슘길항제-노바스크, 아달라트 등), 스테로이드, 당뇨약(피오글리타존-액토스 등), 통증약(프레가발린-리리카 등), 감초
■국소적으로 붓는 증상
소염진통제, 혈압약(ACE길항제-카프릴, 에나프릴 등), 항생제, 항암제(도세탁셀-탁소텔, 아마티니브-글리벡), 경구피임약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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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국에서 써본 첫 번째 약 이야기》 박정완, 조윤커뮤니케이션, 2016
M.J.Neal, 《Medical Pharmacology at a Glance 6th》, Wiley-Blackwell, 2009
Lauralee Sherwood, 《인체 생리학 제9판》, 강명숙 외 21 옮김, 라이프사이언스, 2016
“서방정 개량 출시 펠루비, 처방실적 상승세” <데일리메디> 2017년 5월 29일 기사
“습관처럼 먹는 진통제 신장은 병들어간다” <매일경제> 2016년 8월 19일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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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피린 및 비스테로이드성 항염증제 과민반응》 김철우, 대한내과학회지: 제87 권 제 6호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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