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다로운 절차 앞에 치료의지 ‘뚝’…희귀질환자들의 고난
까다로운 절차 앞에 치료의지 ‘뚝’…희귀질환자들의 고난
  • 유대형 기자 (ubig23@k-health.com)
  • 승인 2019.02.15 17: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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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지만 큰 고통, 희귀질환 ④
엄격한 절차에 치료의지↓
반복된 검사에 환자는 고통
접근성 위해 기준 완화해야

‘건강이 최선이다.’ 누구나 동의하는 말입니다. 건강이 나쁘면 금은보화도 소용없기에 작은 병이라도 걸리면 우리는 최대한 빨리 치료받곤 합니다. 하지만 이와 달리 아픈데도 속수무책인 사람들이 있습니다. 심지어 병명도 몰라 건강이 나빠지는 것을 보고만 있어야합니다. 이는 ‘희귀질환자’들의 이야기입니다. 신체·정신·경제적 ‘3중고’를 겪는 희귀질환자들의 목소리를 ‘적지만 큰 고통, 희귀질환’ 기획기사로 소개하고자 합니다. <편집자주>

희귀질환은 알려진 정보가 적어 진단·치료지침이 불명확한 경우가 많다. 이에 다양한 조건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진단 및 치료가 이뤄진다.

하지만 일부 희귀질환은 산정특례나 급여적용 시 각 진단기준을 모두 충족해야해 치료접근성을 떨어뜨린다. 이러한 절차들은 환자를 가로막아 치료의지 저하로 이어진다. 특히 전문가들은 80%가 유전인 희귀질환특성을 고려했을 때 유전성 희귀질환에 대한 전문인력 양성과 전문상담제도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희귀질환은 명확한 진료·치료지침이 없고 까다로운 절차 때문에 치료접근성이 낮은 경우가 많다. 이는 자연스레 환자들의 치료의지 저하로 이어진다. 사진출처 : 클립아트코리아.

■까다로운 급여절차…환자 치료의지 ‘뚝’

알려진 것처럼 희귀질환은 질병 자체가 드문 만큼 임상연구를 통한 데이터수집이 어렵다. 이는 명확한 진단 및 치료지침 설립에 어려움을 준다.

건국대병원 신경과 오지영 교수는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산정특례 대상질환을 확대하고 희귀질환 치료제 급여율을 높이는 등 보장성이 강화되고 있다”며 “하지만 희귀질환으로 진단받고도 까다로운 절차 때문에 혜택을 받기 어려운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일부 질환은 의료기관에서 지원대상으로 진단받더라도 별도의 산정특례·약제급여기준을 충족한다고 인정받아야 의료비를 지원받을 수 있다. 오지영 교수는 “즉 의료진의 확진이 있더라도 정부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면 사실상 지원받지 못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확진 위한 반복검사…환자고통은↑

대표적으로 산정특례등록 20~30%를 차지하는 진단법 ‘조직검사’는 신체를 찔러 체내조직샘플을 직접 채취하는 방법이다. 하지만 검사가 위음성(양성이어야 할 검사결과가 잘못돼 음성으로 나온 경우)이면 반복검사가 필요하다. 이는 자연스레 환자부담으로 이어진다.

대표적인 사례로 국내 환자가 약 100명 미만으로 추정되는 희귀질환인 트랜스티레틴 가족성 아밀로이드성 다발신경증(이하 TTR-FAP)이 있다.

오지영 교수는 “TTR-FAP는 유전자문제로 비정상 아밀로이드가 조직세포에 쌓여 신경, 신장, 심장, 위장관 등 기능저하를 유발하는 질환으로 유전자검사로 99% 이상 확인할 수 있다”며 “하지만 아밀로이드가 균일하게 분포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증상이 분명하지만 조직검사에서 아밀로이드가 검출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고 밝혔다. 이어 “실제로 조직검사의 양성률이 40~80%로 보고된다”고 설명했다.

또 TTR-FAP 악화를 완화시키는 약제가 있지만 이를 지원받으려면 조건이 엄격해 문제다. TTR-FAP의 산정특례 등록기준은 유전자검사나 조직검사 중 하나를 충족하면 되지만 약제 보험급여를 받기 위해서는 유전자, 조직검사 모두 통과해야한다. 치료접근성이 제한받고 있는 환자들의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유연한 기준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다.

확진이 어려운 희귀질환 특성상 환자들은 반복적으로 병원을 가거나 검사를 받아야한다. 이는 고스란히 환자에게 신체적·정신적·경제적 부담으로 이어진다. 사진출처 : 클립아트코리아.

■조기진단 위해 ‘진단지원·상담체계’ 확대해야

TTR-FAP뿐 아니라 진단이 어려운 희귀질환을 조기에 발견하려면 정보부족을 해결하고 진단지원 대상질환을 확대하며 전문적인 상담서비스 구축이 필요하다.

실제로 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질병으로 인해 발생하는 어려움 중 환자들은 희귀질환 정보부족(70.7%)을 가장 큰 문제라고 밝혔다. 뒤이어 치료방법 및 기술이해부족(65.7%), 검사결과에 대한 충분한 해석과 설명부족(59.3%) 등으로 나타났다.

또 환자들은 희귀질환 조기진단을 위해 필요한 것으로 신생아 및 고위험군에 대한 검진제도 확충(89.5%), 희귀질환 전문의료진 양성(88%), 희귀질환정보 구축 및 인식제고(76.9%), 진단비용완화(76.8%) 등을 꼽았다.

정부는 희귀질환진단율 향상을 위해 지속적으로 대상질환을 확대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일부 질병에만 진단지원이 이뤄지고 있는 실정이다.

질병관리본부는 희귀질환 진단지원사업을 통해 올해까지 유전자진단 지원대상질환을 100개로 확대하지만 국가관리 희귀질환 927개 대비 지원률이 약 10%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희귀질환자가 질병이 주는 고통으로부터 조금이나마 벗어날 수 있도록 ‘작지만 큰’ 이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한다. 사진출처 : 클립아트코리아.

■“작지만 큰 이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입시다”

의료현장에서는 환자들의 유전상담서비스를 활성화해 진단율을 높이고 효과적으로 관리 및 예방해야한다는 목소리다.

유전상담서비스는 희귀질환자와 가족에게 증상 및 경과 등을 상담해주는 제도다. 한국희귀질환재단이 2015년 희귀질환자와 보호자 667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98%가 유전상담서비스가 질환극복에 필요하다고 밝혔으며 상담서비스를 받은 사람 중 91.5%가 질환상태를 파악하는 데 도움을 받았다고 말했다.

대한의학유전학회 설문에서도 대다수 환자에게 어려움을 주는 요인으로 유전적 특성을 꼽았으며 또 유전상담이 유전성 희귀질환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프지만 무엇 때문인지 알 수 없고 진단받아도 의사가 병명을 모르며 지원받으려고 해도 까다로운 기준 때문에 절망하는 등 그동안 희귀질환자가 겪었던 어려움은 말로 표현할 수 없다. 희귀질환자가 질병이 주는 고통으로부터 조금이나마 벗어날 수 있도록 ‘작지만 큰’ 이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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