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하 원장의 웰빙의 역설] 야생동물처럼 먹으면 건강에 좋을까
[한동하 원장의 웰빙의 역설] 야생동물처럼 먹으면 건강에 좋을까
  • 한동하 한의학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ㅣ정리·유대형 기자 (ubig23@k-health.com)
  • 승인 2019.02.18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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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하 한의학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

최근 간헐적 단식과 함께 다양한 식사법이 다이어트 방법으로 떠오르고 있다. 그중 동물처럼 먹는 방법이 눈길을 끌고 있다.

여기서 동물은 육식성과 잡식성 포유류인 야생동물을 말한다. 필자는 이것을 ‘동물식(動物食)’이라고 부른다.

동물식은 사람식과 어떻게 다를까? 사람도 야생동물처럼 먹으면 보다 건강해질 수 있을까? 동물식에 대해 알려진 사실 중 몇 가지를 바로 잡고자 한다.

첫 번째, 동물은 배가 고플 때만 먹는다? 동물 다큐멘터리를 보면 동물은 배가 고플 때만 사냥을 하거나 먹잇감을 찾는다고 한다. 그리고 먹이에 욕심을 부리지 않고 배가 부르면 더 먹지 않는다. 먹다 남긴 것은 또 다른 포식자의 먹이가 된다.

반면 사람은 배가 고프지 않아도 먹고 배불러도 과식하기 때문에 건강을 해친다. 이는 식량의 저장능력에 따른 차이 때문이다.

동물이 배고플 때 사냥해야하는 이유는 바로 먹을 수 있는 먹이가 없기 때문이다. 반면에 사람의 경우는 염장법, 당장법 또는 건조법 같은 식량저장기술이 있기 때문에 보관해 놓고 필요할 때마다 바로 먹을 수 있다. 기술의 발달로 현대인은 인스턴트식품도 많이 먹게 된다.

두 번째, 동물은 불규칙적으로 식사를 한다? 이러한 이유는 먹이를 저장하지 못해서도 있지만 자유롭게 생활하기 때문이다. 반면 사람은 정해진 시간에 식사하는 사회적 동물이다. 가족, 학교, 직장 등에서 단체생활을 하기 때문에 규칙적인 식사를 할 수밖에 없다.

만약 사람이 동물식을 흉내 낸다면 배가 고프지 않을 때는 한두끼 정도 건너뛰는 것도 건강에 이로울 것이다. 규칙적으로 식사해야만 한다면 과식하지 않고 소식하면 좋겠다.

세 번째, 동물은 먹이를 먹을 때 물을 마시지 않는다? 동물들이 먹이를 먹는 모습을 보면 물을 마시지 않는 것 같다. 하지만 사람은 식사 때 보면 물도 마시고 음료, 찌개, 국물 등까지 함께 먹는다. 그래서 동물식이 더 건강하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사람의 위장장애의 원인을 여기서 찾기도 한다. 식사 때 함께 마시는 과도한 물이 위장의 소화액을 희석시켜서 소화장애를 일으킨다는 것이다. 그래서 혹자는 사람도 동물처럼 식사를 할 때 식사 전후 2시간은 물을 마시지 말 것을 주장한다.

하지만 수분이 많은 국수나 죽은 소화가 잘되는데 이처럼 수분이 많다고 소화가 안 되는 것은 아니다. 갈증이 난다면 식사 때라도 적당량 물을 마시는 것은 건강에 해롭지 않다. 오히려 수분은 소화를 촉진하고 가수분해작용에 의해서 영양소를 보다 쉽게 에너지화하는데 도움이 된다. 식사 때 수분을 섭취하더라도 잘게 꼭꼭 씹어 먹는다면 소화에 문제 될 것 없다.

이와 관련 ‘젓가락 식사법’이란 말도 있다. 국을 먹을 때 젓가락으로 건더기만 먹고 국물을 먹지 말라는 것이다. 여기에는 ‘물’ 자체를 줄이라는 의미도 있지만 국이 맵고 짜 혈관건강 및 위장건강에 악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물에는 비타민, 미네랄, 아미노산 등 많은 영양소가 들어 있다. 국을 먹을 때 건더기만 먹는 것은 마치 녹차를 우려서 우린 물은 버리고 녹차잎만 먹는 것이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 건강하게 국을 먹는 방법은 국물을 먹지 않는 것이 아니라 덜 짜고 덜 맵게 만든 국물을 조금만 건더기와 함께 먹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동물은 신토불이를 한다. 동물은 서식하는 지역의 제철음식만 먹지만 반면에 사람은 사계절 내내 온갖 지역의 음식을 마구잡이로 먹는다. 또 동물은 생식을 하지만 사람은 화식을 하는 등 차이가 있다.

사람들이 동물식을 흉내 내면서 중요한 한 가지가 빠뜨리고 있다. 바로 운동량이다. 동물은 사냥을 하거나 먹잇감을 구하기 위해 엄청난 운동을 하고 있다.

하지만 사람들은 동물식만 따라하고 동물들의 운동량은 놓치고 있다. 만약 동물처럼 먹겠다면 자연을 접하면서 운동도 열심히 하자. 무작정 먹는 것만 흉내 낸다고 동물처럼 건강해지지는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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