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건강이야기] 강아지가 먹으면 독이 되는 ‘자일리톨’
[반려동물 건강이야기] 강아지가 먹으면 독이 되는 ‘자일리톨’
  • 김현욱 24시 해마루동물병원 응급중환자의료센터 센터장 ㅣ 정리 : 양미정 기자 (certain0314@k-health.com)
  • 승인 2019.02.22 2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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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욱 24시 해마루동물병원 응급중환자의료센터 센터장

일반적으로 반려견에게 절대로 먹이지 말아야 하는 음식으로 포도, 양파, 초콜릿은 쉽게 떠올린다. 하지만 집안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자일리톨이 함유된 껌은 심각한 위험성을 지님에도 불구하고 보호자가 모르는 경우가 많다.  

자일리톨은 흰색 가루 형태로 설탕과 비슷한 맛을 낸다. 많은 나라에서 구강관리 제품, 의약품, 식품 첨가제로 승인받아 사용된다. 자일리톨이 포함된 대표적 제품은 껌이다. 이 외에도 무설탕 사탕, 입 냄새 제거제, 기침 시럽, 가글 제품, 치약 등 자일리톨이 함유된 제품은 계속 늘어나고 있다. 

17년 전 “휘바 휘바!”라는 강렬한 말과 함께 국내에 소개된 자일리톨 껌은 충치를 예방한다는 마케팅 덕에 빠르게 전 국민에게 사랑받았다. 자동차, 집안뿐만 아니라 가방이나 핸드백 속에서도 흔히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자일리톨은 개에게 매우 강한 독성을 나타낸다. 소량의 섭취만으로도 저혈당, 발작, 간부전을 일으키기도 하고 심한 경우 사망에 이르게 할 수 있다.

혈당은 췌장에서 분비되는 인슐린으로 조절된다. 사람의 경우 자일리톨이 인슐린 분비를 촉진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개의 경우 섭취한 자일리톨은 빠르게 혈액으로 흡수돼 췌장에서 인슐린을 다량 분비시킨다. 빠르게 분비된 인슐린은 혈당을 떨어뜨려 저혈당을 유발한다. 이러한 현상은 자일리톨 섭취 후 10~60분 이내에 발생한다.  

미국동물학대방지협회(ASPCA)의 동물중독관리센터에서는 체중당 자일리톨 0.1g 급여만으로도 심각한 저혈당이 발생한다고 경고한다. 체중당 자일리톨 0.5g 급여 시 급성 간부전이 발생하기도 한다. 국내에서 가장 유명한 L제과 자일리톨 껌의 경우 껌 1개당 자일리톨은 1.6g이 들어 있다. 3kg 개가 이 껌을 단 1개만 섭취하더라도 중독용량에 근접할 정도로 위험하다. 

자일리톨 중독 증상은 일반적으로 섭취 후 15~30분 이내에 빠르게 발생한다. 저혈당이 가장 일반적이나 반드시 동반되는 것은 아니며 다음 증상들이 주로 나타날 수 있다. ▲구토 ▲쇠약 ▲운동실조 또는 걷거나 서 있지 못함 ▲침울, 기력저하 ▲몸의 떨림 ▲발작 ▲혼수 등이다. 심한 경우 발작 또는 간부전이 발생할 수 있다.

자일리톨 중독은 특정 검사로 진단 내릴 수 없다. 이 때문에 자일리톨에 대한 섭취 가능성과 저혈당을 유발할 수 있는 다른 질병들의 배제를 통해 진단한다. 중독이 빠르게 진행되므로 때로는 확정 진단을 내리기 위해 치료를 지체할 수 없는 경우가 흔하다. 자일리톨 중독은 해독제가 없기 때문에 저혈당에 대한 당분 공급, 정맥 수액, 간보호제 치료 등 대증치료가 중요하다. 이러한 집중적인 치료를 위해 동물병원에서 진단 및 치료를 받아야 한다. 

자일리톨 섭취 직후 동물병원에 방문하면 구토를 유발해 자일리톨이 체내로 흡수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하지만 자일리톨이 흡수돼 저혈당 등 증상이 나타난 경우에는 동물병원에 입원해 위와 같은 대증치료를 받아야 한다. 대부분 저혈당, 저칼륨혈증, 간기능 등을 모니터하기 위해 입원해서 혈액검사를 자주 받아야 한다. 

임상증상이 발생하기 이전에 치료를 받거나 저혈당이 발생하더라도 합병증이 없다면 적극적인 치료로 정상적으로 회복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간부전, 출혈경향, 치료에 반응하지 않는 발작이나 신경증상이 발생한 경우 예후는 매우 불량하다. 

자일리톨 중독 예방을 위해 개인적인 이유로 사용하는 자일리톨은 반려동물의 접근이 불가능한 안전한 장소에 보관해야 한다. 또한 자일리톨이 조금이라도 함유된 어떠한 음식도 반려동물에게 먹여서는 안 된다. 자일리톨이 함유된 치약도 절대로 반려동물에게 사용해서는 안 된다. 

고양이나 다른 동물의 자일리톨 중독은 알려지지 않았다. 하지만 고양이, 페럿과 같은 비영장류 동물에게도 개와 비슷한 위험이 있을 것으로 고려되고 있어 개와 마찬가지로 주의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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