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하의 웰빙의 역설] 성장호르몬, 꼭 밤 11시 돼야 분비되는 건 아니다
[한동하의 웰빙의 역설] 성장호르몬, 꼭 밤 11시 돼야 분비되는 건 아니다
  • 한동하 한의학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ㅣ정리·유대형 기자 (ubig23@k-health.com)
  • 승인 2019.02.25 10: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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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하 한의학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
한동하 한의학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

성장호르몬은 아이들의 성장하는 데 필수적인 호르몬이다. 보통 밤 11시에 가장 많이 분비된다거나 밤 11시에서 새벽 2시 사이에 가장 많이 분비된다고 알려졌다. 그래서 부모들은 10시 이전에는 자야 한다고 아이들을 다그친다. 하지만 성장호르몬의 분비시간은 딱히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다.

만일 새벽 2시를 넘겨서 잔다면 성장호르몬이 분비되지 않을까? 그렇지 않다. 인간의 성장호르몬은 수면 중 75%가 분비되는데 잠드는 시간과 무관하게 약 1시간에서 1시간 반 정도면 분비되기 시작한다.

만일 9시간 정도 잔다고 가정해보자. 이 경우 성장호르몬은 정상적으로 수면에 들어갔을 때 전반기 1/3시간대인 3시간 정도의 서파수면(가장 깊은 잠에 빠지는 단계) 동안 가장 활발하게 분비된다. 보다 일찍 자거나 늦게 자도 역시 비슷한 시간대에 동일한 패턴으로 분비된다.

하지만 하루 중 아무 때나 자고 싶을 때 잔다고 해서 성장호르몬이 정상적으로 분비되는 것은 아니다.

이와 관련된 실험이 있다. 햇빛을 차단한 실내에서 피실험자들에게 하루 중 아무 때나 자고 싶을 때 자고 일어나고 싶을 때 일어나도록 했다.

그 결과 임의대로 수면을 취한 경우 분비되는 성장호르몬의 최고치는 규칙적인 수면패턴에서 분비되는 양에 비해서 현저하게 낮았다. 즉 일정한 생체리듬에 따라서 충분한 수면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성장호르몬 분비 촉진에 중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밖에도 수면시간 동안 성장호르몬이 활발하게 분비되려면 몇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첫째 일정한 시간에 자고 충분한 수면을 유지하면 된다. 충분한 수면시간이라면 대략 8시간 정도가 적당하다.

학교생활 때문에 충분히 자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면 최소한 일정한 시간에 잠자리에 들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요즘 아이들은 잠들기 전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거나 심지어 게임까지 하는 경우가 많아 주의가 필요하다.

둘째, 성장에 있어서 중요한 것은 수면의 양보다 수면의 질이다. 현실적으로 오래 잘 수 없다면 숙면이라도 취하게 해야한다. 숙면을 위해서는 밤늦게 카페인음료는 절대 마시지 않게 하고 빛과 소음은 적절하게 차단해 줄 필요가 있다. 코 질환으로 코막힘이나 코골이가 있는 경우에도 수면을 방해하기 때문에 적극 치료해야한다.

셋째, 잠들기 직전에는 음식을 먹지 않는다. 특히 당분이 높은 음식을 먹으면 혈당수치가 상승하고 인슐린이 분비되는데 인슐린은 성장호르몬 분비를 억제한다. 반대로 공복감은 성장호르몬의 분비를 촉진시킨다. 따라서 아이들이 잠들기 직전 배가 고프다고 불평해도 키가 크려면 그냥 빈속으로 재우는 것이 좋다.

잠자는 시간 외에도 약 25% 정도 성장호르몬이 분비된다. 여기에는 운동이 자극제가 된다. 유산소운동도 좋고 근력운동도 좋지만 특히 근육을 많이 사용하는 고강도운동이 도움이 된다. 고강도운동을 했을 때 분비되는 젖산과 산화질소가 성장호르몬의 분비를 촉진시키기 때문이다. 남자아이들은 전력질주를 하는 축구가 좋다.

농구나 줄넘기처럼 중력을 이겨내면서 제자리에서 뛰는 운동도 좋다. 장골(長骨)의 성장판은 충격에 의해 골분화가 촉진되기 때문이다. 성장에 좋다는 스트레칭, 마사지 등도 있지만 사실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결론적으로 성장호르몬은 분비시간이 딱히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다. 늦게 잠들더라도 제대로 잠을 잘 수 있다면 걱정 없다. 성장호르몬 때문에 잠을 자는 것도 필요하지만 성장호르몬은 잠을 자기 때문에 분비된다. 성장호르몬과 잠은 마치 닭과 달걀의 관계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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