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희귀질환 ‘고셔병’, 조기진단 하면 치료가능
[특별기고] 희귀질환 ‘고셔병’, 조기진단 하면 치료가능
  • 글 부산대어린이병원 소아청소년과 전종근 교수ㅣ정리·유대형 기자 (ubig23@k-health.com)
  • 승인 2019.02.28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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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종근 교수
전종근 교수

오늘(2월 28일)은 12번째 ‘세계 희귀질환의 날’이다. 유럽희귀질환기구가 4년에 한 번 2월이 29일로 끝난다는 ‘희귀성’에 착안해 희귀질환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높이기 위해 제정했다.

우리나라는 2016년 말 희귀질환관리법 시행 후 사회적 인식이 점차 증가하고 있지만 여전히 진단부터 어려움을 겪는 희귀난치성질환이 많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고셔병’이다.

고셔병은 효소결핍으로 인해 생기는 ‘리소좀축적질환’의 한 종류로 ‘글루코세레브로시다아제’라는 세포분해효소가 부족해 생기는 유전성 희귀질환이다. 분해되지 못한 당지질세포가 간, 비장 등에 쌓이면서 간·비장비대, 혈소판감소증, 빈혈, 출혈 등 여러 증상을 유발한다.

세계적으로 4~6만명당 1명꼴로 발병한다고 알려졌으며 국내에는 현재 70~80여명의 환자가 있는 것으로 보고됐다. 고셔병은 희귀질환 중에서도 희귀한 ‘극희귀질환’이다.

고셔병 진단은 치료에서 가장 중요하지만 어려움이 따른다. 신체변화를 빼면 한 눈에 알아볼 수 있는 특별한 징후가 없고 다양한 증상이 복합적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희귀질환 중 약 95%는 아직 치료제가 없지만 고셔병은 다행히도 치료제가 있어 제때 치료하면 만성질환처럼 관리가 가능하다. 현재 2가지 치료법이 개발돼 환자상태, 개인일정 등을 고려한 맞춤형치료가 가능하다.

1990년대 최초로 등장한 ‘효소대체요법(ERT)’은 길게는 20년 이상의 장기데이터와 소아, 임산부를 포함, 거의 대다수환자에게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환자가 2주에 한 번씩 내원해 정맥주사를 맞아야 한다는 번거로움이 따른다.

최근에는 경구용치료법 ‘기질감소치료(SRT)’가 개발돼 치료편의성이 대폭 개선됐다. 가장 큰 변화는 환자의 삶의 질 향상이다. 경구용치료제는 효소대체요법과 치료효과가 비슷하면서도 한결 편리해졌으며 2주마다 병원을 방문하지 않고 자유롭게 일상을 즐길 수 있다.

고셔병은 최근 30여 년 사이에 비약적으로 치료법이 발전한 희귀질환 중 하나다. 과거엔 ‘불치병’으로 불렸지만 이제는 ‘관리가능한 질환’으로 규칙적으로 치료받으면 일반인처럼 생활할 수 있다.

남아있는 과제는 아직 진단받지 못한 고셔병환자를 찾아치료를 시작하는 것이다. 이번 세계 희귀질환의 날을 맞아 대중의 관심이 좀 더 커지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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