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현 약사의 약 부작용 이야기] 믿었던 연고의 배신? “발랐더니 더 가려워요”
[배현 약사의 약 부작용 이야기] 믿었던 연고의 배신? “발랐더니 더 가려워요”
  • 배현 밝은미소약국(분당)약국장ㅣ정리·장인선 기자 (insun@k-health.com)
  • 승인 2019.03.01 00: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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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현 밝은미소약국(분당) 약국장
배현 밝은미소약국(분당) 약국장

“약사님, 여기 피부가 너무 가려운데요. 뭐 바를 게 있을까요?”

거즈를 열어보니 농이 잡혀 있는 부위 주변으로 붉게 변한 환부가 드러났습니다. 보기에도 너무 가려울 듯싶더라고요.

“김 솔님, 언제부터 이랬나요?”

“그저께 피부과를 갔는데 농가진이라고 하더라고요. 항생제연고를 처방받아 어제부터 발랐는데 가렵기 시작했어요. 원래 나을 때 많이 가렵다고 해서 그런 줄로만 알았는데......”

“거즈를 열어보고 깜짝 놀라셨겠네요.”

“네, 맞아요.”

“이 증상은 약물 알레르기일 가능성이 높아요. 다른 약은 사용하지 마시고 해당 피부과에 가셔서 상의해주세요.”

외용제 의약품은 흔히 볼 수 있는 약입니다. 지금 당장 집에 있는 상비약 보관함을 살펴보세요. 개봉한 지 얼마 지났는지 모르는 연고, 크림, 로션 등이 많이 보일 것입니다.

특히 상처치료제로 많이 사용하는 연고는 거의 모든 가정에 있을 텐데요. 실제로 2016년 일반의약품 생산실적을 살펴보면 상위 30개 품목 중 후시딘연고가 10위를 당당히 차지했어요. 영양제가 3만원대고 후시딘은 6000원 정도니 의약품 하나의 단가를 생각하면 엄청난 양이 팔린 것입니다.

후시딘뿐 아니라 마데카솔케어 등 많은 일반의약품 상처치료제들은 항균성분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후시딘은 푸시딘산나트륨, 마데카솔케어는 네오마이신 황산염이 들어있죠. 최근 상처치료제로 많이 판매되고 있는 박트로반연고(현재 생산 안 되고 있음), 에스로반연고도 무피로신, 티로트리신 등 항균제들이 들어있습니다.

원래 상처는 진물에 포함된 다양한 활성성분을 흡수하면서 스스로 아물게 되는데 병원균에 2차 감염되면 추가로 염증반응이 일어나 덧날 수 있습니다. 상처치료제에 항균성분을 사용하는 것도 바로 2차 감염을 막기 위해서랍니다.

따라서 후시딘, 마데카솔, 에스로반 등 항균 외용제들은 상처치료뿐 아니라 모낭염이나 피부염 등에도 사용할 수 있어요. 상처치료제의 대표 격인 후시딘연고의 적응증을 살펴보면 ‘농피증, 감염성습진양피부염, 심상성여드름, 모낭염, 종기 및 종기증, 화농(곪음)성한선염, 농가진(고름딱지증)성습진, 화상, 외상(상처), 봉합(꿰맴)창, 식피창(피부이식 후 생긴 상처)에 의한 2차 감염’으로 되어 있어요.

자, 우리가 주목해야할 것은 ‘2차 감염’, 즉 병원균 감염이 사용 목적이라는 것입니다. 균 감염이 의심되지 않으면 듀오덤이나 이지덤 같은 습윤치료제를 사용하는 편이 상처 치료에는 훨씬 더 효과적입니다.

물론 감염성 피부질환이 있을 때 항균 외용제를 사용하는 것은 다양한 이점이 있습니다.

첫째 경구로 약물을 투여하는 것보다 부작용이 적습니다. 항균제 복용은 대사가 일어나는 간이나 신장, 소화관 등을 손상시킬 뿐 아니라 소화관에 존재하는 세균들을 죽이기도 합니다. 특히 락토바실루스, 비피도박테리움 등 우리 몸에 유익한 작용을 하는 장내 세균을 급격하게 파괴하기도 하죠.

이 때문에 수지 코헨은 항생제 투여가 ‘녹음이 우거진 산에 불이 나서 모든 것을 태워버린 것과 같다’고 표현하기도 했습니다. 이후 장내 세균은 회복되지만 유해균이 빠르게 증식하기 때문에 항생제 투여는 장 건강에 악영향을 미칩니다.

둘째, 항균제 내성에 보다 안전합니다. 경구 투여 시 수없이 많은 세균이 항균제에 노출되며 살아남은 세균들의 저항 유전자를 서로 교환합니다. 이런 유전교환이 바로 항균제 내성을 유발하는 것이죠. 국소 부위에만 항생제를 사용하면 내성을 최소화할 수 있습니다.

셋째, 사용이 간편하고 효과가 빠릅니다. 피부에 직접 바르는 제제는 피부장벽만 통과하면 바로 환부에 도달할 수 있습니다. 그만큼 빠르게 효과를 발휘할 수 있죠. 이런 다양한 장점 때문에 많은 항균 외용제들이 개발돼 사용되고 있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항균 외용제들이 무조건 안전하기만 할까요?

항균 외용제는 피부 안으로 흡수되도록 만들어졌습니다. 피부 바깥쪽에 있는 표피세포는 방어막 역할을 하는데 물에 녹는 물질은 통과하기 어렵고 기름에 녹는 물질은 통과하기 쉽습니다. 따라서 깊고 오래 침투해야 하는 외용제일수록 기름성질을 많이 갖고 있어야 합니다.

국소적으로 사용하는 외용제는 연고제와 크림제가 있습니다. 연고는 점착성과 침투성이 가장 뛰어난 제형으로 두꺼운 피부에, 크림은 물과 기름을 섞어 놓은 제형으로 얼굴 등 얇은 피부나 진물이 있는 곳에 사용합니다.

피부 안으로 들어온 항균물질과 기제는 몸의 입장에서 보면 이물질입니다. 따라서 이물질을 제거하는 과정에서 면역반응과 염증반응도 발생할 수 있어요. 침투력이 좋은 제형일수록 효과는 강력하지만 그만큼 부작용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답니다.

또 장내 세균이 존재하듯 피부에도 상재균이 존재합니다. 피부상재균은 평소 피부를 지켜주지만 지속적인 항균물질 사용은 피부상재균을 손상시키고 내성균을 만들어내기도 합니다. 이러한 이유로 항균 외용제는 사용횟수와 기간이 정해져있습니다.

▲후시딘연고의 경우 7일간, 1일 1~2회 ▲마데카솔케어는 8일간, 1일 1~2회 ▲에스로반연고는 10일간, 1일 2~3회 바를 것을 권장합니다.

또 체내에 침투한 항균물질과 기제는 작열감, 발진, 통증, 자극감, 가려움 등 과민반응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만일 연고나 크림을 바른 후 이러한 증상이 나타났다면 외용제 부작용을 의심해야합니다.

이때 약물이름을 꼭 기억해뒀다 병원, 약국 방문 시 말씀해주세요. 스마트폰 메모 애플리케이션이나 개인 약물수첩에 기록해두시면 더욱 좋겠죠?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항균 외용제는 대표적인 가정상비약으로 한 번 쓰고 보관할 때가 많습니다. 하지만 일단 약을 개봉했다면 포장에 표시된 유통기한만 믿어선 안 됩니다.

온도가 일정하게 유지되는 실온(1℃~30℃)에 보관한다고 했을 때 원 포장에 들어있는 연고는 개봉 후 6개월 보관이 가능하며 만일 병원에서 처방받아 연고통에 조제받은 외용제라면 한 달 정도 보관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보관기간을 경과하거나 온도가 들쑥날쑥한 곳에 보관한 외용제는 내용물이 변질될 수 있습니다. 변질된 성분이 피부 안으로 흡수되면 약 성분과 상관없이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지요.

모든 외용제에는 개봉날짜를 꼭 적어놓고 보관기간이 지났다면 폐기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피부에 사용하는 연고라 해도 너무 넓은 부위에 사용하면 과량 흡수돼 간과 신장을 손상시킬 수 있습니다. 항균 외용제를 발라야 하는 부위가 너무 넓다면 절대 임의로 사용하지 마시고 의사, 약사와 꼭 상담해주세요!

TIP.  항생제의 올바른 사용과 보관방법(도움말=식품의약품안전처)

1. 바르는 항생제는 성분에 따라 효과가 다를 수 있으므로 증상에 맞게 정확히 사용한다.

2. 바르는 항생제는 치료에 필요한 최소 기간만 사용해야하며 특히 일반의약품으로 사용되는 제품은 1주일 정도 사용했는데 효과가 없는 경우 사용을 중지하고 의사 또는 약사와 상의한다.

3. 약을 바르기 전에 상처 및 감염 부위를 깨끗이 한다.

4. 바르는 부위에 따라 약물이 흡수되는 정도가 달라 사용설명서를 잘 읽어본 후 정해진 부위에 적정량을 바른다.

5. 눈 주위나 안과용으로 사용해선 안 되며 약이 묻은 손으로 눈을 비비지 않는다.

6. 사용 후 화끈거림, 찌르는 듯한 아픔이나 통증, 가려움, 발진, 홍반 등 피부 과민반응이 나타나거나 상처나 화상의 증상이 심해지는 경우 즉시 의사 또는 약사와 상의한다.

7. 바르는 항생제를 지속적으로 사용하는 경우 항생제에 반응하지 않는 비감수성균(항생제에 반응하지 않은 내성균)이 증식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한다.

8. 항생제를 넓은 부위에 바르는 경우 흡수가 증가해 전신 독성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피부 손상 부위가 광범위한 경우 의사, 약사와 상의 후 사용한다.

9. 바르는 항생제는 어린이의 손에 닿지 않게 사용설명서와 함께 보관하고 유효기간 및 개봉일자를 기재해둔다.

10. 개봉된 의약품이 세균 등에 의해 오염돼 변색되거나 냄새 나는 경우 효과가 감소하거나 사용 시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약국 등에 가져가서 폐기한다.

※참고문헌

오오츠 후미코 《알기쉬운 약물 부작용 메커니즘》 정성훈, 도서출판 정다와, 2016

수지 코헨 《드럭 머거》 양병찬, 조윤커뮤니케이션, 2010

Lauralee Sherwood, 《인체 생리학 제9판》, 강명숙 외 21 옮김, 라이프사이언스, 2016

《몸을 위한 최선 셀프메디케이션》, 배현, 대성korea.com, 2017

에드 용, 《내 속엔 미생물이 너무도 많아》, 양병찬, 어크로스, 2017

나쓰미 마코토, 《상처는 절대 소독하지 마라》, 이근아, 이아소, 2011

롭드살레, 수전L, 퍼킨스, 《미생물군 유전체는 내 몸을 어떻게 바꾸는가》, 김소정, 갈매나무, 2018

“일동제약 '아로나민' 일반약 단일 브랜드 '최대 매출' vs 동화약품 '까스활명수큐액' 일반약 생산 ‘왕좌’……동국제약 '인사돌플러스'·대웅제약 '우루사정100mg'·제일헬스사이언스 '케펜텍플라스타' 등 생산 증가세” <메디칼헤럴드> 2017년 8월 16일 기사

“무더위에 약도 녹아요……여름철 올바른 의약품 보관법은?” <조선비즈> 2018년 8월 15일 기사

“항생제 연고 '최소 기간'만 바르세요?” <조선비즈> 2017년 7월 7일 기사

《Allergic Dermatitis Due to Topical Antibiotics》 Jonathan H. Shahbazian, BS, Tristan L. Hartzell, MD, Amit K. Pandey, BS, and Kodi K. Azari, MD. West J Emerg Med. 2012 Sep; 13(4): 380–382.

드럭인포 홈페이지 www.druginfo.co.kr

식품의약품안전처 홈페이지 https://www.mfds.go.kr

약바로쓰기운동본부 홈페이지 <의약품복용법> http://www.paadu.or.kr/sub/pharm02.as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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샛별짱 2019-03-02 11:23:37
좋은정보 감사합니다. 유투브도 잘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