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학회 키스톤에 가다] ③ 키스톤서 만난 한국인, 이원동 테크니온이스라엘공대 연구원
[세계적 학회 키스톤에 가다] ③ 키스톤서 만난 한국인, 이원동 테크니온이스라엘공대 연구원
  • 콜로라도=유대형 기자 (ubig23@k-health.com)
  • 승인 2019.03.08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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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권위를 자랑하는 키스톤학회에서는 내로라하는 연구진들이 최신 지견을 공유했다. 주요 주제에 대해 학계와 산업계의 전문가들 중에서도 선정된 일부만 구두강연할 수 있어 그 무게를 더한다.

수많은 강연을 듣던 중 기자의 눈길을 끄는 사람이 있었다. 바로 한국인 이원동 씨다.

서울대학교 생명과학부에서 학사·석사를 마친 이원동 박사과정은 인터뷰 내내 밝은 얼굴로 답변했다. 그는 현재 이스라엘 공과대학에서 플럭소믹스 방법론를 이용해 암을 선택적으로 억제하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학회의 연사 대부분이 미주와 유럽 출신인 중에 한국인인 점도 인상적이었지만 무엇보다 다른 연구자들보다 상당히 젊었기 때문이다. 이제 갓 서른을 넘긴 이원동 씨는 암대사를 주제로 하는 이번 키스톤학회에서 ‘플럭소믹스(fluxomics)’ 관련 주제로 최신 연구결과를 발표했고 참가자들로부터 큰 호평을 받았다.

놀랍게도 이원동 씨는 이번이 키스톤학회에서의 두번째 발표라고 했다. 박사과정 2년차였던 2017년 키스톤학회에서는 기존의 세포 수준에서 연구되었던 플럭스를 세포내 소기관 수준에서 연구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론을 발표했고 이번에는 그 방법론을 이용해 실제 암세포가 증식하는 메커니즘과 해당 암의 선택적 치료가능성을 제시한 것. 세계 무대에서 활동 중인 한국청년 이원동 씨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이력이 특이하다. 간단한 자기소개를 하자면

부산에서 학창시절을 보내고 서울대학교 생명과학부에서 학사와 석사를 마쳤다. 학부 1학년 때부터 세포생리학, 식물발생유전학, 생태계통학, 암생물학 연구실을 다니면서 연구가 적성에 맞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후 유학을 고려하던 중 동문의 소개로 현재 이스라엘 공과대학에서 박사과정을 밟게 됐다. 지금은 암대사체학 연구실에서 플럭소믹스 방법론를 이용해 암을 선택적으로 억제하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암대사학, 어떤 학문인가

모든 살아있는 세포와 생물체는 외부에서 영양분을 받아들이고 생존과 증식에 필요한 에너지와 구성물질들을 생산하며 불필요한 부산물들을 외부로 배출한다. 이 모든 과정을 소위 물질대사라고 부른다.

암세포가 일반 세포와 구분되는 가장 큰 특징은 생체내 자원을 독점하여 빠르고 무한하게 증식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일반 세포와는 달리 암세포는 빠른 증식이 가능하도록 물질대사 회로가 특화되어 있다. 암세포에서 특화된 물질대사 경로를 밝히고 이를 선택적으로 차단해 암의 증식을 억제하는 분야가 암대사학이다.

대사체학과 플럭소믹스의 접근 관계 모식도. 자료출처=Essays in Biochemistry.

-대사체학과 플럭소믹스는 어떻게 다른가

유전체학, 전사체학, 단백질체학과 마찬가지로 대사체학은 생체 내에 존재하는 모든 대사물질들을 총체적으로 연구하고자 하는 소위 ‘오믹스’ 학문이다. 이는 유전적 변이나 환경에 의해 생체 내 대사물질이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연구한다.

플럭소믹스는 생체의 신진대사 ‘속도’를 총체적으로 연구하는 학문이다. 물질대사 속도는 직접적인 측정이 불가능하므로 생물학 실험과 컴퓨터 모델링을 통해서 그 값을 추론한다. 플럭소믹스는 오믹스분야 중에서도 가장 최근에 등장했고 생체상태를 가장 정밀하고 정량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방법론으로 알려졌다.

-키스톤학회에서 발표한 내용이 궁금하다

하나의 국가가 정상적으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정책을 결정하는 기관, 필요한 에너지와 재화를 생산하는 기관, 구성원의 치안과 건강을 책임지는 기관 등 다양한 역할을 가진 기관들의 유기적인 협력이 필수적이다. 우리 몸을 구성하는 세포도 마찬가지다.

세포핵은 생체 정보의 저장과 세포의 생명활동을 조절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미토콘드리아는 에너지와 세포 구성물질들을 생산하는 역할을, 리소좀은 내부에서 발생하거나 외부에서 유입된 유해물질들을 분해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이처럼 세포를 구성하는 세포 소기관들의 역할이 중요함에도 기존의 암대사 연구는 기술적인 한계로 인해 세포 수준을 너머 세포 내 소기관 수준으로는 나아가지 못하고 있었다.

이원동 박사과정의 발표는 기존의 정설을 반박할 정도의 획기적인 내용이었다. 그는 플럭소믹스에서 이름을 알리기 위해 주어진 자리에서 꾸준히 연구에만 매진하겠다고 밝혔다.

2년 전 키스톤학회에서는 세포 내 미토콘드리아와 세포질에서 일어나는 물질대사를 각각 구분하여 볼 수 있는 새로운 방법론을 제시했다. 올해 키스톤학회에서는 이 방법론을 활용해 ‘숙신산탈수소효소(succinate dehydrogenase)’ 세포 내 에너지 생산과 구성물질 생산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단백질이 기능을 상실했을 때 암세포들이 어떻게 대사경로를 조정·증식하는지를 연구발표했다.

숙신산탈수소효소 내 돌연변이는 신경내분비 종양, 위장관기질 종양, 신장세포암종과 같은 암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해당 암의 증식 기전과 치료 방법은 알려지지 않았다. 연구팀은 새롭게 개발한 방법론을 이용, 숙신산탈수소효소를 상실한 세포들이 TCA회로내 시트르산 합성효소를 거꾸로 돌려 암세포증식을 촉진하는지 밝혔다, 이로써 숙신산탈수소효소가 없는 암세포가 어떻게 성장하는지를 이해하고 더 나아가 새로운 치료타겟까지 제시할 수 있다.

-발표 후 소감이 궁금한데

암대사학 분야를 개척하고 최전선에서 활약하고 있는 뛰어난 국내외 연구자가 많지만 학생신분으로 이러한 인터뷰를 하게 돼 부끄럽다. 성실하게 남은 학위과정을 잘 마무리하고 앞으로도 겸손하게 주어진 자리에서 연구에 매진하겠다. 더 많은 동료 및 후배 연구자들이 도전정신을 가지고 세계무대에서 활약하게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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