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하 원장의 웰빙의 역설] 시나몬과 계피는 엄연히 다르다
[한동하 원장의 웰빙의 역설] 시나몬과 계피는 엄연히 다르다
  • 한동하 한의학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ㅣ정리·유대형 기자 (ubig23@k-health.com)
  • 승인 2019.03.04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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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하 한의학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

최근 모 연예인이 방송에서 시나몬가루를 먹으면 운동하지 않아도 살이 빠진다고 말해 인터넷에서 시나몬이 화제가 되고 있다. 또 시나몬과 비슷한 계피도 덩달아 인기다. 이에 사람들이 계피를 많이 찾지만 계피를 시나몬처럼 먹어서는 안 된다.

시나몬은 우리말로 계피로 통용되고 있다. 따라서 많은 사람이 시나몬을 계피와 동일시한다. 사실 후추, 정향과 함께 세계 3대 향신료라는 ‘Cinnamon’이 단지 ‘계피’로 해석됐기 때문에 이 혼란은 오래 전부터 이어져 왔다. 하지만 이 둘은 명백한 차이가 있다.

첫 번째, ‘종’이 다르다. 계피는 녹나무과 녹나무속 식물의 껍질로 세계적으로 유통되는 종은 크게 두 종이다. 하나는 스리랑카의 옛 지명인 실론섬과 인도남부가 원산지인 실론계피(Ceylon cinnamon, 학명 Cinnamomum verum)이고 다른 하나는 중국남부와 베트남이 원산지인 카시아계피(Cinnamomum cassia, 학명 C. aromaticum)다.

실론계피는 참시나몬으로 불리는데 우리가 일반적으로 시나몬이라고 하면 실론계피를 말한다. 어릴 적 수정과를 만들 때 넣거나 마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계피는 대부분 카시아계피다. 카시아계피는 중국계피(Chinese cassia)라고도 하는데 중국 기원식물의 계피라는 의미다.

실론계피와 카시아계피는 가루로 유통되는 경우 쉽게 구분하기 어렵지만 껍질째로 있을 때는 쉽게 구분할 수 있다. 실론계피는 껍질이 돌돌 말려 여러 겹으로 채워졌지만 카시아계피는 두꺼운 껍질이 한 겹으로 말려 있다.

두 번째, 향미와 성분이 다르다. 실론계피는 단맛이 강하고 향미가 부드러운 반면 카시아계피는 매운맛이 강하다. 실론계피는 상대적으로 비싸고 식품으로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다.

가장 큰 차이는 바로 쿠마린 함량이다. 쿠마린은 몇 종의 식물에 포함된 화학성분으로 일정 용량에서 약리학적 작용을 하지만 고용량에서 간독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론계피에도 미량이 들어 있지만 카시아계피에 수십~수백배 많다.

시나몬(실론계피, 사진 좌측)과 계피(카시아계피, 사진 우측)는 종, 향미, 성분 등에 차이가 있기 때문에 구분해서 써야한다.
시나몬(실론계피, 사진 좌측)과 계피(카시아계피, 사진 우측)는 종, 향미, 성분 등에 차이가 있어 구분해서 써야한다.

따라서 만약 장기간 규칙적으로 계피를 복용한다면 실론계피를 섭취해야한다. 하지만 카시아계피는 쿠마린함량이 높아 섭취량을 엄격히 조절해야하며 장기간 섭취 시 간독성을 주의해야한다. 카시아계피의 하루 섭취량은 하루 1~6g 정도, 가루로 된 것은 1~2g, 끓여 먹으면 4~6g로 제한하는 것이 안전하다.

세 번째, 약성은 카시아계피가 강하다. 한의사들은 카시아계피만을 약으로 사용한다. 약용계피는 지표물질인 신남산(cinnamic acid, 계피산) 0.03% 이상을 함유한 것으로 정의한다.

카시아계피는 혈당조절(제2형 당뇨병), 콜레스테롤 및 지질개선, 치매예방, 대사증후군에 도움을 주고 특히 혈액순환촉진과 냉증개선에 중요한 약재로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카시아계피를 적극적으로 복용하고 싶다면 한의사처방에 따르는 것이 안전하다.

만약 가정에서 일반 계피인 카시아계피를 먹고 싶다면 자극적인 매운맛과 쿠마린 함량이 높기 때문에 허용범위 내에서라도 끓는 물에 10여분 정도 끓인 후 첫물은 버리고 다시 1시간 이상 끓이는 것이 좋다. 카시아계피의 코르크 껍질은 쓴맛이 강해 통으로 구한 경우 코르크를 벗겨 섭취하면 좋다.

참고로 계피는 국산이 없다. 실론계피도 모두 수입되고 있지만 국내에서 유통되는 카시아계피도 중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지역에서 전량수입된다. 이중 80% 정도가 베트남에서 수입되는 베트남계피(C. loureiroi)다. 카시아계피 중에서도 베트남계피가 가장 품질이 좋다고 알려졌다.

무엇보다 실론계피나 카시아계피 모두 체질에 맞지 않는 경우가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과민체질의 경우 알레르기반응을 유발할 수 있고 특히 평소 열체질의 경우 열감이 심해지거나 복통, 설사 등의 부작용이 쉽게 나타난다.

카시아계피의 쿠마린 간독성 또한 열체질의 경우 민감성이 높은 것으로 추측된다. 계피는 향신료로서 사용된 오랜 전통이 있지만 그렇게 안전한 식물이 아니라는 점을 기억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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