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수면의 날]잠 못 잤을 뿐인데…비만에 심혈관건강까지 흔들?
[세계 수면의 날]잠 못 잤을 뿐인데…비만에 심혈관건강까지 흔들?
  • 장인선 기자 (insun@k-health.com)
  • 승인 2019.03.15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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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과 비만·수면무호흡·심혈관질환 간의 위험한 관계

매년 3월 둘째 주 금요일은 ‘세계 수면의 날’이다. 잠은 보약이라지만 바삐 돌아가는 현대사회 속에서 충분히, 그것도 잘 자기란 참 쉽지 않다. 실제로 통계에 따르면 성인의 96%가 권장 수면시간에 모자라는 잠을 자고 하루 수면시간이 4~5시간에 그치는 비율도 21%에 이른다고 한다.

수면이 부족하면 몸이 피곤하고 정신이 멍한 것은 물론, 각종 질환을 막아주는 면역력마저 뚝 떨어진다. 특히 최근에는 수면부족이 비만위험까지 높인다는 연구결과들이 여럿 보고됐다.

성인을 대상으로 조사한 한 연구에 의하면 하루 5시간 미만 자는 사람이 7시간 자는 사람에 비해 비만은 1.25배, 복부비만은 1.24배 더 많았다. 특히 사회활동이 활발한 20~30대 젊은층과 비만이 심하지 않은 경도비만그룹에서 적게 잘수록 뚱뚱해지는 경향이 뚜렷했다. 청소년에서도 수면시간이 8시간 이하인 경우 과체중과 비만위험도가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면부족은 단순히 피로감뿐 아니라 비만, 수면무호흡증, 심혈관질환 등 몸에 매우 다양한 문제를 일으킨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수면부족은 단순히 피로감뿐 아니라 비만, 수면무호흡증, 심혈관질환 등 몸에 매우 다양한 문제를 일으킨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잠 부족하면 왜 비만위험 높아질까?

밤에 자지 않고 활동하면 칼로리가 소비돼 살이 빠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문제는 그 다음 날이다. 잠을 못 잔 탓에 몸이 무겁고 머리가 멍해 오히려 활동성이 줄어든다.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가정의학과 최영은 교수는 “이렇게 되면 에너지가 충분히 소비되지 않고 남은 열량은 지방으로 축적된다”고 설명했다.

호르몬 역시 영향을 미친다. 수면이 부족하면 그렐린이라는 호르몬 분비가 증가하는데 이 호르몬은 공복감을 증가시켜 기름진 음식을 당기게 한다. 반면 포만감을 느끼게 해 식욕을 억제하는 렙틴호르몬 분비는 감소해 다음 날 더 많은 열량을 섭취하게 된다.

최영은 교수는 “수면시간이 짧은 기간에는 오히려 밤에 군것질을 더 많이 하게 된다”며 “또 스트레스에 대항해 인체에 필요한 에너지를 공급해주는 코티솔호르몬이 증가하는데 이 호르몬은 식욕을 증가시킬 뿐 아니라 지방을 분해하지 않고 몸에 저장시킨다”고 말했다.

■수면무호흡증·심혈관질환 등 또 다른 문제 불러

비만으로 인해 목과 상체에 지방이 쌓이면 기도가 좁아져 수면 중 코를 골거나 숨을 쉬지 않는 수면무호흡증이 발생한다. 보통 10초 이상 숨을 쉬지 않는 횟수가 수면시간당 5회 이상이면 수면무호흡증으로 진단한다.

수면 중 숨을 제대로 쉬지 못하면 깊을 잠을 못 이루고 얕은 잠만 자게 된다. 때문에 충분히 잤는데도 피곤하고 두통, 기억력·집중력저하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이뿐 아니라 수면무호흡증은 고혈압, 당뇨, 협심증, 심근경색 등 심혈관질환들과도 연관이 깊다고 알려졌다.

고대구로병원 심혈관센터 나진오 교수는 “수면무호흡증이 나타나면 자는 동안 반복적으로 혈중 산소농도가 감소하고 심장도 빠르게 뛰는 등 수면 중 심혈관계가 충분히 휴식을 취하지 못하게 돼 심혈관질환의 발병위험이 높아진다”며 “이는 심정지에 의한 급사로도 이어질 수 있어 수면무호흡증이 있으면 심혈관계 건강에도 주의를 기울여야한다”고 강조했다.

밝은 빛은 수면을 방해하는 대표요인이다. 잠자리에서는 TV, 스마트폰 등을 멀리하고 몸을 편안하게 하는 데 집중해야한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어떻게 자야할까? 수면 돕는 올바른 생활습관

다양한 건강문제를 일으키는 수면부족. 하지만 오래 잔다고 해서 결코 좋은 것은 아니다. 최영은 교수는 “수면시간이 9시간 이상인 경우 7~8시간 수면하는 경우보다 비만이나 대사증후군 유병률이 더 높게 나타난다”며 “7~8시간 정도의 수면시간을 유지하는 것이 비만예방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평소 불면증으로 잘 못 자는 편이라면 우선 수면을 방해하는 생활습관부터 개선하자. 가능한 낮잠은 피하고 낮에 충분한 햇볕을 쬐며 활동하는 것이 좋다. 매일 규칙적으로 30~40분 운동하는 것도 수면에 도움이 된다. 단 잠자리에 들기 4시간 전에는 마쳐야한다.

수면을 돕는 음식도 있다. 우유와 치즈, 아몬드 등 칼슘과 마그네슘이 풍부한 음식들은 우리 몸에서 잠을 잘 자게 하는 호르몬인 멜라토닌분비를 활발하게 한다. 반면 당분이 많거나 자극적이고 기름진 음식, 커피, 콜라 등은 피해야한다. 저녁은 취침 3~4시간 전에 적당량 먹는 것이 좋다.

수면환경 역시 중요하다. 침실은 가능한 어둡게 하고 실내온도와 습도를 적당히 유지한다. 몸에 잘 맞는 매트리스와 베개를 사용하며 잠자리에서는 책, TV, 스마트폰을 멀리하고 최대한 몸을 편안하게 하는 데 집중한다.

누웠는데 20분이 지나도 잠이 오지 않는다면 일어나서 다른 가벼운 활동을 하고 피곤한 느낌이 들 때 다시 잠자리에 드는 것이 좋다. 억지로 잠을 청하면 불안감을 유발해 오히려 수면을 방해한다.

최영은 교수는 “수면부족은 비만을 부르고 비만은 수면무호흡증과 심혈관질환 등 또 다른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만큼 적정체중을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수면제, 불면증원인 고려 후 신중히 복용해야

수면제는 일시적인 불면증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불면증이 한 달 이상 계속되고 일상에 지장이 있는 경우 수면의학전문의의 진료를 통해 정확한 원인을 찾아야한다.

이대목동병원 수면센터장 이향운 교수는 “수면제는 불면증의 원인을 치료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효과가 일시적일 수 있다”며 “만성적인 불면증을 완화하려면 그에 동반된 수면장애, 우울증, 내과적질환 등의 여부를 정확히 파악해 이에 대한 치료가 동반돼야한다”고 말했다.

이어 “만일 불면증의 정확한 원인 파악 없이 수면제를 장기간 복용하거나 남용할 경우 원인질환이 더 악화될 수 있다”며 “수면제 복용은 수면의학전문의와 상의 후 복용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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