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건강이야기] 내가 먹는 진통제, 반려동물에게는 독
[반려동물 건강이야기] 내가 먹는 진통제, 반려동물에게는 독
  • 김하나 24시 해마루동물병원 응급중환자의료센터 팀장ㅣ정리·양미정 기자 (certain0314@k-health.com)
  • 승인 2019.03.15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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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하나 24시 분당 해마루동물병원 응급중환자의료센터 팀장
김하나 24시 분당 해마루동물병원 응급중환자의료센터 팀장

반려동물이 열이 나고 콧물을 흘리거나 어딘가를 아파할 때, 보호자는 상비약으로 갖춰 둔 사람용 진통제나 감기약을 반려동물에게 먹이는 경우가 종종 있다. 감기약, 진통제 등 각 가정의 상비약은 사람에게는 빠르게 증상을 사라지게 해주는 고마운 필수품이지만 반려동물에게는 독으로 작용할 수 있다. 물론 사람과 동물 모두에 효과적인 약물도 많이 있다. 그러나 어떤 약은 개와 고양이가 적은 양만 섭취해도 신장, 간 등 장기에 심각한 손상을 입힐 수 있으며, 과용량을 섭취하면 발작과 같은 증상을 일으키고 최악의 경우 사망하게 만들기도 한다.  

대표적인 가정 상비약 중 이부프로펜, 나프록센과 같은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NSAIDs)가 있다. 보호자는 반려동물이 통증에 시달리는 것으로 보이면 사람의 경우처럼 진통, 소염 효과를 기대하며 개와 고양이에게 이 약을 먹이기도 한다. 개와 고양이의 크기가 작아 소아 용량을 기준으로 먹이는 보호자도 있다. 그러나 몸무게가 2~4kg 정도 나가는 소형견이 이부프로펜을 반 알에서 한 알만 먹어도 위궤양이 발생할 수 있으며 구토, 설사와 같은 소화기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세 알 이상 먹었다면 급성 신부전이 발생할 수 있다. 다섯 알 이상 섭취했다면 발작과 같은 신경증상도 나타날 수 있다. 

나프록센은 이부프로펜보다 훨씬 더 적은 양으로도 구토, 설사 등 소화기 증상과 급성 신부전을 일으킬 수 있다. 고양이는 개보다 민감해서 아주 적은 용량을 섭취해도 위와 같은 중독증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물론 반려동물의 소염·진통치료에 효과적이고 부작용도 적은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도 있다. 그러나 이 약물 역시 수의사가 반려동물의 상태를 정확하게 평가한 이후 반려동물의 체중에 따라 적정량을 투약해야만 반려동물의 건강을 해치지 않고 증상을 개선할 수 있다. 

타이레놀, 펜잘 등으로 잘 알려진 진통해열제 아세트아미노펜도 반려동물이 섭취했을 때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일반적인 아세트아미노펜을 소형견의 경우 반 알, 고양이는 한 알의 1/10만 먹어도 약물 중독으로 급성 간손상이 발생할 수 있으며 이 때문에 식욕절폐, 구토, 황달, 발작 및 신경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또한 아세트아미노펜은 적혈구를 손상해 메트헤모글로빈혈증(methemoglobinemia)을 일으킬 수 있으며 쇼크, 빈맥, 호흡곤란, 청색증, 기력저하 등의 증상을 나타낼 수 있다.

이부프로펜, 나프록센 등 비스테로이성 진통소염제와 아세트아미노펜은 일단 섭취하면 위와 장을 통해 빠르게 흡수된다. 그러므로 반려동물이 이 약물을 먹은 것으로 의심된다면 즉시 동물병원에 내원해 응급처치를 받아야 한다. 섭취한 지 한두 시간이 지나지 않았다면 섭취한 약물을 구토시켜야 하며, 활성탄을 먹여 전신으로 약물이 흡수되는 것을 최소화해야 한다. 또한 빠른 순환과 약물의 배출을 위해 정맥 수액 치료가 필요할 수 있으며, 신장 및 간 손상이 확인된 경우 반려동물은 며칠간 입원 치료를 받아야 한다. 이때 섭취한 약물의 명칭, 용량, 섭취한 약 개수를 수의사에게 알려주면 반려동물을 치료할 때 많은 도움이 된다. 

신장과 간의 기능이 이미 저하된 노령동물은 약물을 조금만 복용해도 쉽게 중독증상이 나타날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식욕이 좋은 반려동물의 경우 바닥에 떨어져 있는 알약을 간식처럼 먹거나, 달콤한 향으로 코팅된 약을 훔쳐 먹는 일도 종종 발생한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정에서는 상비약을 잠금장치가 있는 높은 곳에 보관해 불의의 사고를 막아야 할 것이다. 

사람과 개, 고양이는 다른 생명체인 만큼 약물을 대사하는 과정과 해독하는 능력에 차이가 있다. 반려동물에게 사람과 비슷한 증상이 있다고 해서 사람이 먹는 약을 무분별하게 투약해서는 안 된다. 반드시 동물병원에서 진료받은 한 후 필요한 약물을 처방받아 투약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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