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음과 단기전? 장기전? ‘춘곤증vs기면증’ 쉽게 구분하는 법
졸음과 단기전? 장기전? ‘춘곤증vs기면증’ 쉽게 구분하는 법
  • 장인선 기자 (insun@k-health.com)
  • 승인 2019.04.01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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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졸림에 탈력발작 등 증상 있으면 기면증 의심해야
약물치료·생활습관개선으로 관리 가능, 일상생활도 거뜬
봄철 졸리고 나른한 증상이 지속되면 춘곤증으로 오인하기 쉽지만 이러한 증상이 4주 이상 오래 간다면 수면장애질환의 신호일 수 있어 정확한 진단을 받아보는 것이 좋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봄철 졸리고 나른한 증상이 지속되면 춘곤증으로 오인하기 쉽지만 이러한 증상이 4주 이상 오래 간다면 수면장애질환의 신호일 수 있어 정확한 진단을 받아봐야한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봄이면 춘곤증 때문에 졸음과 씨름할 일이 더 많아진다. 그런데 이 싸움이 4주 이상 장기전으로 향한다면 춘곤증이 아닌 치료가 필요한 ‘기면증’을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춘곤증은 급변한 날씨에 몸이 적응하지 못해 생기는 일시적인 증상으로 1~3주간의 적응기간이 지나면 자연스레 사라진다. 반면 기면증은 밤에 충분히 잤는데도 낮에 졸음이 쏟아지는 것(주간졸림)은 물론 온갖 노력에도 4주 이상 나른하고 피곤한 증상이 계속된다. 심한 경우 대화 중이나 길을 걸어갈 때도 잠에 빠져들 정도로 자기 통제가 어렵다.

기면증의 원인은 아직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뇌 속의 각성물질인 하이포크레틴이 줄면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뇌는 수면시간이 충분하다고 판단되면 하이포크레틴을 분비해 잠에서 깨도록 유도하는데 기면증환자는 밤에 충분히 잠을 잤어도 각성물질이 제대로 분비되지 않아 아침과 낮에도 계속 잠이 오게 된다.

■‘이 증상’ 나타나면 기면증 의심을!

기면증은 춘곤증처럼 낮에 심하게 졸립지만 이에 더해 춘곤증과 다른 몇 가지 특징적인 증상을 갖는다. ▲탈력발작 ▲수면마비 ▲수면전후 환각장애(입면환각장애) 등이 바로 그것.

탈력발작은 크게 웃거나 화를 내는 강한 감정변화가 있을 때 순간적으로 몸에 힘이 빠지는 현상이다. 일반적으로 기면증환자의 50~70%가 경험한다고 알려졌을 만큼 가장 대표적인 증상이라고 할 수 있다.

수면마비는 의식은 깨어 있지만 잠시 근육이 마비돼 몸을 움직일 수 없는, 흔히 가위눌림으로 불리는 증상이다. 기면증환자들은 꿈을 자주 꾸는데 그 꿈이 간혹 생생하게 현실처럼 느껴지는 환각증상을 겪는다. 이를 수면전후 환각장애라고 하며 이때 환자는 환각, 환청, 환시 등 다양한 감각을 경험한다.

또 기면증은 책을 보거나 운전할 때, TV를 볼 때 등 특정 행동을 취할 때 유독 졸음이 심하게 느껴지는 것이 특징이다.

■기면증, 어떻게 치료해야할까?

기면증은 불면증, 수면무호흡증 등 다른 수면장애질환보다 인지도가 낮은 데다 졸음이 쏟아지고 무기력한 증상 때문에 춘곤증이나 우울증 등으로 오인하기 쉽다.

실제로 지난해 미국 시장조사기관 버스타 리서치사가 진행한 기면증 인식조사결과에 따르면 증상이 나타난 후 기면증으로 정확히 진단받기까지 평균 6년 이상의 시간이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조사에 참여한 200명의 기면증환자 중 무려 38%가 다른 질환으로 오진을 받았는데 이 중 우울증이 가장 많았다.

기면증 역시 다른 질환만큼이나 빠른 진단과 치료가 필요하다. 기면증환자들은 놀라거나 위험한 상황을 마주했을 때도 잠에 빠질 수 있고 운전, 요리 등 일상적인 행동을 하나 하는 데도 방해를 받는다.

안타깝게도 아직 완치는 불가능하다고 알려졌지만 기면증은 각성물질을 보충하는 약물치료와 생활습관개선을 병행하면 다른 만성질환처럼 증상을 조절하면서 얼마든지 일상생활이 가능하다. 지난해 9월에는 기존 치료제보다 약효를 더 길게 유지시켜주는 새로운 기면증치료제가 출시되면서 더욱 희망을 불어넣었다.

꾸준한 약 복용과 더불어 생활습관개선도 중요하다. 특히 졸음을 쫓기 위해 카페인음료를 많이 마시거나 진정작용이 있는 약물을 처방 없이 복용해선 안 된다. 또 고탄수화물·고지방음식 섭취를 줄이고 과식하지 않는다. 운전, 요리 등 집중력이 필요한 일을 할 때는 각별히 조심해야한다.

가톨릭대학교 대전성모병원 수면클리닉 정유진 교수는 “낮에 잠이 쏟아지고 무기력한 증상은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증상이지만 기면증 등 수면장애질환을 알리는 신호일 수 있다”며 “4주 이상 계속되면서 일상생활에 큰 영향을 준다면 수면검사를 통해 정확한 원인을 찾고 알맞은 치료를 받을 것”을 당부했다.

한편 지난해 7월부터 수면다원검사가 급여화됨으로써 검사비용부담이 크게 줄었다. 보통 늦은 밤 검사를 시작해서 다음날 아침까지 검사를 진행하는데 기면증의 경우 낮 동안의 졸림을 체크하기 위한 추가검사가 있어 다음 날 낮까지 검사를 진행한다.

TIP1. 기면증 자가진단법

엡워스 주간졸림증 척도는 만성적인 주간졸림증과 단순 낮잠을 구별하는 선별검사로 기면증이 의심될 때 해보면 조기 진단에 도움이 된다. 총 8개 문항을 평가해 합계가 10점 이상이면 기면증을 의심하고 보다 정확한 진단을 위해 수면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엡워스 주간졸림증 척도(참고=대한수면의학회)

TIP2. 만성피로증후군과는 어떤 차이?

만성피로증후군은 충분한 수면과 휴식을 취해도 6개월 이상 피로감이 지속되는 것을 말한다. 몸이 피곤하고 무기력한 느낌 때문에 기면증과 혼동되기도 하지만 만성피로증후군은 졸리고 피곤한 증상과 더불어 손발이 저리거나 찬 증상, 근골격계 통증, 어지럼증 등 다양한 신체증상을 동반하는 것이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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