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히 치기 어린 반항심? 미처 몰랐던 ‘ADHD’의 또 다른 얼굴
단순히 치기 어린 반항심? 미처 몰랐던 ‘ADHD’의 또 다른 얼굴
  • 장인선 기자 (insun@k-health.com)
  • 승인 2019.04.03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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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HD, 적대적 반항장애·알코올중독 등 다양한 공존질환 동반
자살의도비율도 정상 청소년보다 6배 이상 높아
자녀에게 나타나는 적대적 반항장애증상은 유아기 방치된 ADHD가 원인일 수 있다. 전문가들은 과잉행동이나 충동성 등 ADHD의 증상이 적절한 치료 없이 반복적으로 제제당하면 그 과정에서 받는 스트레스가 성장과정에서 적대적 반항장애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한다.
자녀에게 나타나는 적대적 반항장애증상은 유아기 방치된 ADHD가 원인일 수 있다. 전문가들은 과잉행동이나 충동성 등 ADHD의 증상이 적절한 치료 없이 반복적으로 제제당하면 그 과정에서 받는 스트레스가 성장과정에서 적대적 반항장애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한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ADHD(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는 여전히 오해가 많은 질환이다. 보통 산만한 아이의 모습을 가장 먼저 떠올리지만 전문가들은 사실 어느 정도의 산만함은 성장과정에서 나타나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말한다.

단 5세가 지나서도 ▲한 가지 일에 집중하지 못하거나 ▲상대방의 말을 잘 듣지 않는 것처럼 보이고 ▲공공장소에서 과격한 행동을 하는 등의 모습을 보인다면 ADHD를 의심해야한다.

치료에 대한 오해도 짙은 편이다. ADHD는 아직 원인이 불분명하지만 초기 정확한 진단을 통해 약물치료 등을 꾸준히 받으면 얼마든지 극복 가능한 질환이다. 그런데도 부작용, 중독 등을 우려해 임의로 약 복용을 중단하는 것은 물론, 집중력을 높이거나 성적을 올리려는 목적으로 약을 오남용하는 사례도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ADHD환자, 적대적 반항장애 등 공존질환 동반확률↑

이 가운데 최근 ADHD를 진단받았거나 고위험군에 속한 경우 성장과정에서 적대적 반항장애, 자살, 중독장애 등의 공존질환 동반비율이 매우 높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되면서 ADHD의 조기 발견과 치료의 중요성이 더욱 커졌다.

서울대학교 김붕년 교수 연구팀은 2016년 9월부터 약 1년 6개월간 전국 4대 권역의 소아청소년 및 그 부모 4057명을 대상으로 정신건강 실태를 확인했다.

이 중 만 13세 미만 초등학생 1138명에 대해 분석한 결과 적대적 반항장애(19.87%), ADHD(10.24%), 특정공포증(8.42%) 순으로 정신질환 유병률이 높게 나타났다. 특히 가장 많은 유병률을 보인 적대적 반항장애의 경우 이에 해당하는 소아 10명 중 4명이 ADHD환자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과잉행동이나 충동성 등 ADHD의 증상이 적절한 치료 없이 반복적으로 제제당하기만 하면 아이들은 스트레스를 받고 이것이 결국 성장과정에서 적대적 반항장애로 나타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 김붕년 대외협력이사(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정신과 교수)는 “만일 초등학생 자녀에게 적대적 반항장애증상이 있다면 부모의 양육방식과 더불어 유아기 시절 자녀의 행동과 증상을 되짚어보고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와 상담해볼 필요가 있다”며 “적대적 반항장애는 유아기에 방치된 ADHD의 공존질환이므로 ADHD의 선행 치료 없이는 증상 개선이 어렵다”고 강조했다.

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 김봉석 이사장은 “ADHD는 전 생애주기에 걸쳐 다양한 증상으로 나타나 일상뿐 아니라 주변이나 사회·경제적으로도 영향을 줄 수 있어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이의와의 충분한 상담을 통해 조기 진단 및 치료가 이뤄져야한다”고 강조했다.

■어릴 때 쌓인 분노·고립감 등 극단적 행동 부를 수도

ADHD는 청소년 자살문제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이 전국 4대 권역의 만 13세 청소년 998명을 대상으로 ADHD와 자살의 연관성을 분석한 결과 ADHD(또는 적대적 반항장애)로 진단된 청소년의 자살의도 비율은 정상 청소년 대비 무려 6배나 높았다(6.6%vs1.1%).

이에 대해 김붕년 이사는 “ADHD 증상으로 인해 어릴 때부터 쌓아온 분노와 고립감, 복수심 등이 청소년기에 접어들어 우울감과 만나면서 자살과 공격성이라는 극단적인 행동으로 표출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게임 및 알코올중독 등 각종 중독장애 비율도↑

ADHD를 어릴 때 제대로 치료하지 않으면 성인이 돼서도 문제가 커진다. 일상 및 사회생활에 적응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게임중독, 알코올중독 등에 빠질 수 있다.

실제로 서울대병원 김붕년 이정 교수와 중앙대병원 한덕현 교수 연구팀이 국내 인터넷게임중독환자 255명을 3년간 분석한 결과 ADHD환자는 정상인에 비해 인터넷게임중독이 더 만성적으로 진행됐다. 알코올 중독은 ADHA환자가 그렇지 않은 환자 대비 5~10배가량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ADHD가 인터넷게임중독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를 진행한 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 산하 IT 연구회 한덕현(중앙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간사는 “방치된 ADHD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 강한 자극에 반응해 다양한 형태의 중독장애로 이어질 수 있다”며 “즉 중독질환에서 충동 조절이 어렵거나 더 강한 자극을 추구하는 성향은 ADHD 증상에서 기인한 것이기에 기저질환인 ADHD를 빨리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ADHD 치료돼야 공존질환 개선 가능

이처럼 ADHD는 그 자체뿐 아니라 여러 질환을 동반하기 때문에 제때 치료받아야하지만 국내 소아청소년이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상담을 받은 비율은 3.1%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ADHD는 전 생애주기에 걸쳐 다양한 증상으로 나타나며 특히 공존질환이 동반된 경우 ADHD 증상이 상대적으로 덜 나타날 수 있어 반드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에게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받아야한다. 공존질환은 기저질환인 ADHD가 먼저 치료돼야 개선이 가능하다는 점도 명심해야한다.  

일단 ADHD로 진단되면 공존질환여부 등을 파악한 후 1차적으로 약물치료를 진행한다. 나이나 생활습관 등에 따라 부모교육이나 인지행동치료 등이 수반된다.

처방받은 약물은 의사와 상의 없이 복용량이나 시간을 임의로 변경해선 안 된다. 단 아이의 성장 또는 행동변화 등을 고려해 향후 복용량이나 시간 조절이 필요하기 때문에 약물치료 중에는 아이의 행동변화나 부작용 등을 유심히 관찰해야한다.

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 김봉석 이사장(인제대학교 상계백병원 정신건강의학과)은 “ADHD를 포함한 정신질환은 제때 정확한 진단 및 치료가 이뤄지지 않으면 더 악화된 상황을 초래한다”며 “본인은 스스로 극복하고자 하는 의지를 다지고 가족들은 따뜻한 응원을, 사회에서는 편견 없는 시선으로 환자를 바라보는 등 전 사회 구성원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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