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신규의 자가면역질환 이야기] ⑳ 암과 자가면역질환의 공통점
[이신규의 자가면역질환 이야기] ⑳ 암과 자가면역질환의 공통점
  • 이신규 위너한의원 대표원장 l 정리·이원국 기자 (21guk@k-health.com)
  • 승인 2019.04.04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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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신규 위너한의원 대표원장
이신규 위너한의원 대표원장

 

‘중용 - 지나치거나 모자라지 아니하고 한쪽으로 치우치지도 아니한 상태’.

표준 국어대사전에 나오는 중용의 의미이다. 필자는 인체 면역체계에 대한 설명을 할 때 가장 잘 어울리는 단어라고 생각한다.

면역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암세포를 찾아내 없애는 매커니즘이 잘 작동되지 않아 암이 잘 발생한다. 이와 반대로 면역체계가 너무 과도하게 반응하면 정상세포가 피해를 입으면서 자가면역질환이 생긴다. 서로 다른 두 질환이지만 모두 면역체계가 정상적인 반응을 하지 않아서 발생한다. 실제 임상에서도 연관성을 보일 때가 있다.

1980년대부터 현재까지 류마티스관절염에 가장 보편적으로 사용된 약물은 MTX(메토트렉세이트, methotrexate)이다. 이 MTX란 약물은 본래 항암제로 개발된 약이었다. 그런데 처방량과 복용방법을 바꿨더니 류마티스관절염에 효과를 보이는 것이 입증돼 현재는 류마티스관절염 치료에 가장 중요한 약으로 자리잡았다. 한 가지 약이 암과 류마티스관절염에 모두 효과를 보였다는 점은 두 질환 모두 면역체계의 이상에서 병이 발생한다는 공통 분모가 있기 때문이라 여겨진다.

2000년대에 들어 자가면역질환에 가장 괄목할만한 효과를 보인 약은 ‘TNF-α 차단제’이다. 'TNF-α'란 ‘종양괴사인자 알파(tumor necrosis factor-alpha)’의 줄임말이다. 염증반응을 일으켜 암세포를 죽이는데 기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 물질이다. 인체 내에 있는 이러한 'TNF-α'의 반응을 억제시켜 염증반응이 일어나지 못하도록 하는 약이 바로 ‘TNF-α 차단제’인 것이다. 기존의 MTX 치료에 효과를 보지 못한 류마티스관절염 환자들에게 조차 상당한 효과를 보임으로서 치료의 매뉴얼로 빠르게 자리를 잡았다. 좋은 효과만큼 여러 가지 부작용이 보고되고 있는데 가장 눈에 띄는 부작용은 암 발병률이 증가한다는 것이다. TNF-α의 역할이 암세포사멸과 염증반응 등 2가지인데 이를 억제하다보니 염증반응이 줄어들면서 암세포사멸반응도 같이 줄어들게 되어 나타나는 부작용인 것이다.

류마티스 치료에 사용되는 TNF-α 차단제의 딜레마(사진출처=위너한의원)
류마티스 치료에 사용되는 TNF-α 차단제의 딜레마(사진출처=위너한의원)

현재까지 개발된 자가면역질환에 사용되는 약들은 염증을 줄이기 위해 인위적으로 면역반응을 조절한다. 이 때문에 여러 부작용이 뒤따를 수 밖에 없고 원인치료가 되지 않는다는 한계가 있다. 아직까지 완전한 치료법이 없는 만큼 단순히 치료약물에만 의존하는 것은 환자 입장에서는 그 위험이 매우 크다.

그렇다면 자가면역질환 환자 입장에서 최선은 무엇일까? 증상을 조절할 수 있는 약물들은 현명하게 잘 이용하되 이에 의존하지 말고 내 몸을 돕는 스스로의 노력들이 필요하다. 암과 자가면역질환은 엄연히 다른 질환이다. 하지만 면역체계가 정상적인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면 재발이 잘되고 예후가 안 좋을 수밖에 없으므로 안정적인 생활 관리가 필수이다. 암 진단을 받은 환자들이 주변의 일들을 정리하고 건강을 위해 모든 의식주를 바꾸는 경우는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병원치료에만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건강해지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하는 것이다. 자가면역질환 또한 이러한 노력들이 빛을 발할 수 있다.

면역체계는 과하지도 또는 너무 약하지도 않은 ‘중용’의 상태를 유지할 때 가장 건강하다고 할 수 있다. 필요할 땐 언제든 칼을 빼들어 적을 물리쳐야 하지만 전투가 끝난 후엔 빠르게 안정되어야 한다. 안정되고 튼튼한 면역체계는 생활을 통해서 만들어야 한다. 충분한 수면과 올바른 식습관, 규칙적인 운동들은 건강한 면역체계를 만든다. 자가면역질환이 완치가 어렵다고 하지만 지금 할 수 있는 것에 하나하나 최선을 다 하다보면 분명히 보다 나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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