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건강이야기] 자신의 토사물을 먹는 고양이, 괜찮은 걸까?
[반려동물 건강이야기] 자신의 토사물을 먹는 고양이, 괜찮은 걸까?
  • 박자실 부산동물병원 다솜고양이메디컬센터 내과원장ㅣ정리·이원국 기자 (21guk@k-health.com)
  • 승인 2019.04.05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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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자실 부산동물병원 다솜고양이메디컬센터 내과원장
박자실 부산동물병원 다솜고양이메디컬센터 내과원장

“반려묘가 길냥이 출신이라 그런지 제 버릇 못 버리고 사람 음식을 몰래 훔쳐 먹는 일이 잦습니다. 소화도 못 시키면서 말이죠. 그런데 진짜 문제는 토하고 나서 토사물을 맛있게 먹는다는 거예요. 토사물을 치워 쓰레기통에 버려도 쓰레기통을 엎고선 다시 먹으려 해요. 이래도 괜찮은 걸까요?”

보호자는 사랑스러운 반려묘가 토사물을 먹는 모습을 보고 적지 않게 충격을 받은 듯했다. 사실 이 고양이에게 토사물이란 아직 맛있는 냄새가 나는 따뜻한 음식이다. 보호자가 보기에 이런 상황이 불편하고 이해해기 힘들겠지만 고양이는 이상 행동을 하는 것이 절대 아니다.

그러나 반복적으로 토하는 것은 건강에 해를 끼칠 수 있다. 위 내 소화액 등이 역류하면서 식도염이 올 수 있다. 위와 식도 부위가 서로 겹쳐지는 중첩이나 식도열공(식도가 지나가기 위해 횡격막에 뚫린 구멍)으로 위가 빠져나가는 식도열공탈장이 발생할 수도 있다. 다행히도 이런 질환이 생기는 건 일반적이지 않으니 미리 걱정할 필요는 없다.

그렇다면 사람 음식을 훔쳐 먹고 토하는 버릇은 어떻게 해결하면 될까? 기본적으로 사람 음식이나 음식물 쓰레기를 고양이가 접근하기 힘든 장소에 보관해야 한다. 음식물 쓰레기는 그때그때 집 밖으로 배출하거나 다용도실처럼 잠글 수 있는 공간에 둘 필요가 있다.

길냥이 시절 음식을 스스로 찾아 먹어야 했었던 점을 고려해 사료나 간식을 그릇에 주기보다 트릿볼(Treat ball) 등 퍼즐 피더(Puzzle Feeder)에 넣어 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그러면 이 고양이는 숨겨져 있거나 쉽게 먹을 수 없는 사료를 먹고자 집중하게 될 것이다. 또한 냄새를 맡아 트릿볼을 찾고 사료가 나오도록 트릿볼을 발로 치고 머리로 밀고 하는 등의 활동을 하다보면 사람 음식에 관심을 둘 정신적인 여력은 자연히 사라진다.

참고로 고양이는 사람이나 개와 비교해 위의 부피가 작으며 위의 모양이 J자로 생겨 급하게 먹거나 한꺼번에 많이 먹으면 쉽게 토할 수 있다. 퍼즐 피더를 이용하면 먹는 속도를 늦출 수 있어 구토를 확연히 줄일 수 있다. 퍼즐 피더는 급하게 먹는 버릇을 고치고 정신적 자극을 주며 운동까지 시키는 1석 3조의 효과를 제공한다. 퍼즐 피더는 시중에서 사는 것도 좋지만 보호자가 직접 만들어 볼 수도 있다. 인터넷상에 퍼즐 피더 만드는 법에 관한 동영상 자료가 풍부하니 관심 있다면 시청해 보기 바란다.

반려묘가 어려 호기심이 많은 경우 장난감으로 많은 시간 동안 놀아준 후 보상 차원에서 소량의 간식이나 하루 먹을 양의 사료 중 일부를 주면 구토를 줄이는 데 효과를 볼 수 있다.

오늘 소개한 내용을 바탕으로 반려묘가 사람 음식을 먹지 못하게 하고 급하게 먹는 버릇을 고쳐주면 자주 토하는 일이 개선되고 자연히 토사물을 먹는 일조차 사라지게 된다. 보호자의 노력을 통해 반려묘가 길거리에서의 힘든 생활은 모두 잊고 건강한 음식을 먹으며 행복하게 자라날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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