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철의 다가오는 미래의학] 내 유전자엔 이 음식과 영양제가 딱! ‘맞춤영양의 시대’가 온다
[김경철의 다가오는 미래의학] 내 유전자엔 이 음식과 영양제가 딱! ‘맞춤영양의 시대’가 온다
  • 김경철 가정의학과 전문의ㅣ정리·장인선 기자 (insun@k-health.com)
  • 승인 2019.04.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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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철 가정의학과 전문의
김경철 가정의학과 전문의

우리 모두는 자신에게 맞는 음식과 맞지 않는 음식이 있다는 것을 경험적으로 알고 있다. 한의학에서는 이미 체질의학을 통해 사람마다 음식, 영양을 다르게 섭취하라고 권고하고 있다. 서양의학에서도 음식 알레르기 반응검사를 통해 알러지를 일으키는 음식들은 피할 것을 권유한다.

나에게 맞는 음식과 영양, 즉 맞춤영양은 최근 많은 발전을 하고 있는 유전학을 통해 더욱 구체화되고 있다. 필자는 10여 년 전 보스턴에 있는 터프츠(Tufts) 대학에서 영양 유전학을 공부한 적이 있다. 영양 유전학 (Nutrigenomics)이란 사람마다 다른 유전형에 따라 영양제가 각각 다르게 작용해 질병의 예방이나 치료에 다르게 영향을 미치는 것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잘 알려진 대표적인 영양 관련 유전자는 MTHFR 유전자다. MTHFR 유전자에 변이가 있으면 엽산의 대사가 안 돼 몸 속에 호모시스테인이 증가, 유방암, 대장암, 심혈관질환, 치매 등의 발생위험이 높아진다. 특히 산모의 경우 아이의 구개열 기형확률이 높아진다. 따라서 이 유전형의 변이가 있는 경우에는 고농도의 엽산복용을 권유한다. 이제  MTHFR유전자검사는 산모들을 대상으로 보편적으로 시행되고 있다.

우리가 흔히 먹는 커피는 몸에 좋은 음식일까? 나쁜 음식일까? 여기에 대한 정답도 “사람마다 다르다”이다.

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커피의 대사를 느리게 하는 CYP1A2의 변이가 있는 경우 커피를 계속 마시면 커피 농도가 높게 유지되는데 이는 유방암의 예방효과는 더 높이는 반면 카페인의 교감신경 자극으로 인해 심근경색 발생확률은 더 올라간다. 즉 커피가 내게 좋은지 나쁜지는 나의 유전형과 내가 갖고 있는 질병의 특성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다.

알코올도 대표적인 예다. 누구는 술을 아무리 먹어도 취하지 않는 반면 누구는 조금만 먹어도 얼굴이 빨갛게 되고 심하게 구토를 한다. 이는 체내의 아세트알데하이드 농도 차이 때문이다.

아세트알데하이드는 ALDH라는 효소에 의해 아세테이트로 전환되는데 ALDH 유전자의 변이가 있으면 아세트알데하이드 농도가 높아져서 안면홍조가 생긴다. 우리나라 사람의 약 30%가 여기에 해당된다.

또 아세트알데하이드는 암을 일으키는 독성이 있어 ALDH 유전자의 변이가 있으면 식도암, 후두암 등의 발생위험이 2~3배 증가한다. 누군가에게 술은 암을 일으키는 독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비타민과 미네랄, 오메가3나 칼슘 등 우리가 흔히 복용하는 영양제도 사람마다 체내 대사와 작용이 다르기 때문에 최근에는 유전자검사를 통해 맞춤 영양제를 처방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이번에 보건복지부에서 개정 예고된 직접소비자검사(DTC·의료기관이 아닌 유전자검사기관에서 소비자에게 직접 검사를 의뢰받아 유전자검사를 수행하는 제도)에서 영양유전제검사도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직접 하게 하자는 취지로 시범사업을 준비 중에 있다. 유전자검사는 어쩌면 무분별하게 소비되고 있는 건강보조식품 사업의 지각을 바꾸고 소비자로 하여금 보다 똑똑한 소비를 할 수 있는 길을 제시할 수도 있다.

머지않은 미래에는 레스토랑에 가면 종업원이 음식 주문에 앞서 스마트폰 앱에 저장된 내 유전자 데이터를 검색해보고 그에 맞는 메뉴판을 내미는 날이 올지 모른다. 나에게 맞는 음식과 영양, 즉 맞춤영양유전학 시대가 성큼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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