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똘똘 뭉쳐 이끌어낸 논의의 장 “국내 의학교육 개선 노력에 정부 적극 응답하라”
의료계 똘똘 뭉쳐 이끌어낸 논의의 장 “국내 의학교육 개선 노력에 정부 적극 응답하라”
  • 장인선 기자 (insun@k-health.com)
  • 승인 2019.04.11 1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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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세계의학교육연합회(WFME) 학술대회, 아시아 최초로 한국서 개최
의학교육 평가인증, 전공의 교육 등 다양한 안건 논의돼

“우리나라는 2004년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설립 후 의학교육 평가인증을 지속적으로 실시하며 일본, 대만 등 다른 아시아 국가보다도 의학교육의 발전에 앞장서왔습니다. 하지만 이젠 의료계의 자체적인 노력만으론 안 됩니다. 진정한 국민건강증진 실현과 보건의료계의 발전을 위해서는 정부가 의료계와 함께 의학교육 발전에 대해 고민하고 적극 지원해야합니다.”

봄비가 제법 세차게 내리던 지난 10일 세계의학교육연합회(이하 WFME) 학술대회의 폐막을 앞두고 공동대회장을 맡은 이홍식 고려의대 학장과 한희철 한국의학교육협의회 회장은 의대교육에 대한 정부의 관심과 지원의 필요성을 한목소리로 역설했다.

WFME 2019 국내 유치를 선도한 이홍식 학장은 “고대의대는 앞으로도 보건사회 문제 해결을 위한 새로운 의학교육의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국제적인 표준을 만드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WFME는 1972년 세계의사회(WMA)와 세계보건기구(WHO)가 공동으로 설립한 전 세계적인 단체로 평가기준의 국제표준화를 도모하는 등 의학교육의 질적 향상을 위한 사업들을 추진하고 있다.

2003년 덴마크 코페하겐에서 첫 학술대회를 개최한 이후 무려 16년 만에 열린 학술대회. 무엇보다 WFME 2019는 아시아 최초로 우리나라에서 개최됐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매우 크다. 특히 이번 학술대회 국내 유치 성공은 국내 의료계가 한마음 한뜻으로 이뤄낸 뿌듯한 결과물이다.

이홍식 학장이 선두에서 국내 유치를 추진했고 한희철 회장이 한국의학교육협의회에 속한 단체들(대한의사협회, 대한병원협회, 대한의학회, 한국의학교육평가원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 한국의학교육학회, 대한개원의협의회, 대한기초의학협의회,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 의학교육연수원, 국립대학병원장협의회, 사립대의료원협의회 이하 12개 단체)의 뜻을 하나로 모으면서 힘을 보탰다.

이홍식 학장은 “의대생, 의료인의 국가 간 이동이 많아진 만큼 의사면허제도나 교육과정 등을 더 이상 한 국가의 울타리 안에만 둬선 안 된다”며 “의학교육의 국제적인 표준 확립과 각 나라에서 양성된 인적자원을 어떻게 서로 공유할 수 있을지 등 의학교육 발전을 위한 여러 안건을 전 세계 의사들이 모여 고민하는 소통의 장이 필요함을 절실히 느꼈다”고 말했다.

실제로 고대의대는 국내 최초로 WFME의 인증평가를 받고 지난해 세계 주요 9개 의과대학과 신규 협의체를 창설하는 등 과감한 시도를 지속하며 의학교육 발전을 위해 앞장서고 있다. 이번 학술대회의 국내 유치를 이끈 것 역시 의학교육 선도자 역할을 다하겠다는 굳은 의지의 표현이다.

한희철 회장은 “WMFE 2019SMS 12개 의학단체들이 하나돼 추진한 것이라 특별한 의미가 있다”며 “정부는 이러한 의료계의 노력에 관심을 갖고 함께 머리를 맞대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한희철 회장은 “WFME 2019는 12개 의학단체들이 하나돼 추진한 것이라 특별한 의미가 있다”며 “정부는 이러한 의료계의 노력에 관심을 갖고 함께 머리를 맞대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특히 이홍식 학장과 한희철 회장은 이번 학술대회를 통해 우리나라가 다른 나라에 비해 의학교육에 대한 정부의 관심과 지원이 너무도 미흡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다고 입을 모았다.

한희철 회장은 “현재 우리나라의 의학교육은 의대는 의대대로, 졸업 후 전공의교육은 수련 병원 나름대로 교육이 이뤄지고 있어 사실상 의학교육이 분리돼있는 상태”라며 “특히 전공의 교육은 현재 별도의 평가인증제도가 없을 뿐더러 정부 지원 한 푼 없이 오롯이 수련병원 수익을 기반으로 교육이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반면 미국이나 호주 등 선진국은 의과대학 졸업 후의 교육까지 생각해 전공의 교육에 대한 지원이 적극 이뤄지고 있다”며 “의대 졸업 후 몇 년씩 더 교육받아 의료인을 양성하는 이유가 진정 국민건강을 위해 필요한 사람을 기르는 데 있다면 당연히 국민건강주체인 정부도 의료계와 함께 머리를 맞대고 필요한 부분을 적극 지원해야한다”고 피력했다.

이홍식 학장은 “의사를 단순히 하나의 개인적인 직업으로 보지 말고 사회적인 기능을 하는 공적인 자산으로 여겨 정부가 적극 지원에 나서야한다”며 의사에 대한 시각부터 재정립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의학교육을 의료계 자체적으로 해결해야할 문제로 접근할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도 선진국처럼 의대교육과 졸업 후 교육이 유기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교육 로드맵을 재구성해야한다”며 “또 단순히 기본적인 의학지식뿐 아니라 사회적인 책임과 공감능력을 갖춘 의사를 어떻게 양성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정부가 마음을 열고 의료계와 함께 진지하게 고민해봐야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홍식 학장과 한희철 회장은 “모든 의학단체가 뜻을 모아 의학교육의 문제와 발전방향을 진지하게 논의한 자리가 이번이 최초”라며 “이러한 움직임이 지속되도록 주기적인 미팅과 콘퍼런스를 열고 정부지원의 필요성을 역설하는 등 의학교육의 질적 향상을 위한 목소리를 아낌없이 낼 것”이라고 밝혔다.

WFME 2019는 우리나라 의학교육의 현실을 뼈저리게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지만 이러한 논의의 장을 우리나라가 선도해 이끌었다는 점만큼은 우리나라가 의학교육의 선도적 역할을 하고 있음을 전 세계에 증명하는 자리였다.

또 국내 여러 의학단체들이 의학교육 개선을 절실히 공감하고 논의의 장을 마련하는 일에 한마음 한뜻으로 동참했다는 점 역시 희망의 신호탄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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