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사님, 지난번 약을 먹고 나서부터 가슴이 두근거리면서 좀 이상해요.”

“박미란(가명) 님이시죠? 일단 지난번 처방을 살펴볼게요. 알레르기완화제인 자알린정(항히스타민제)을 처방받으셨네요. 그런데 전에도 드셨던 약인 걸요.”

“네, 알고 있어요. 그런데 이번엔 왜...심장이 안 좋아진 건가요?”

“혹시 최근에 새로 드신 약은 없으셨어요? 영양제나......”

“글쎄요. 원래 다니던 신경정신과에서 약을 하나 바꿔준다고 했는데...... (약을 보여주며) 이 약이에요.”

인터넷으로 검색해보니 ‘쎄로켈서방정(항정신병약물)’이었습니다.

“이 약을 드실 때 별다른 이상은 없으셨나요?”

“약간 입마름과 어지럼증이 있었는데 약국에 문의하니 흔히 있는 반응이라 적응되면 괜찮을 거라 하던데요?”

“맞아요. 그런데 아마도 ‘쎄로켈’과 ‘자알린’을 병용하면서 항콜린성효과가 강하게 나타난 것 같아요. 두근거림이 나타났을 정도면 의사와 상의하셔서 약을 바꾸셔야 할 듯합니다.”

“항콜린성효과가 뭐에요?”

동물을 움직이는 신호는 ‘신경’이라는 생체 전선을 타고 전달됩니다. 신경계는 뇌와 척수를 중심으로 구성된 ‘중추신경계’와 중추신경계와 신체 다른 부분을 연결하는 ‘말초신경계’로 나눌 수 있죠. 다시 말초신경계는 ‘감각신경계’ ‘체성신경계’와 ‘자율신경계’로 구분됩니다.

대부분의 신경계는 내 의지로 어느 정도 조절되지만 자율신경계는 조절하기 쉽지 않아요. 자율신경계는 다시 ‘교감신경계’와 ‘부교감신경계’로 나뉘는데 심장부터 혈관까지 어디 하나 닿지 않는 곳이 없습니다. 교감·부교감신경은 서로 균형을 이루면서 신체시스템을 조절하는데 이 균형이 깨지면서 발생하는 것이 바로 자율신경실조증입니다.

몸 전체를 놓고 보면 교감·부교감신경이 서로 균형을 이루고 있지만 자율신경이 닿아 있는 각 조직에서 보면 교감·부교감신경 수용체를 모두 갖고 있다기보다 특이적으로 갖고 있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예를 들어 기관지 평활근의 경우 교감신경의 일종인 β2-수용체가 분포돼 있습니다. 때문에 이 수용체를 자극하는 약물을 사용하면 기관지가 확장돼 천식증상이 완화되지요. 이 약물은 기관지 외에 다른 신체부위에 미치는 영향은 적기 때문에 호흡기치료제로 안전하게 사용될 수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항히스타민제처럼 히스타민수용체 억제 목적과 다르게 부교감신경 수용체인 ‘무스카린 수용체’를 억제하는 약물도 많이 있습니다. 무스카린 수용체를 억제하면 부교감신경이 차단돼 그 기능이 억제되겠죠. 부교감신경 전달물질이 ‘아세틸콜린’이기 때문에 콜린을 억제하는 효과라고 해서 ‘항콜린효과’ 또는 ‘항콜린작용’이라는 이름이 붙게 되었습니다.

부교감 신경이 억제되면 어떤 증상들이 나타날까요? 다음 표를 확인해 보세요.

생각보다 많은 부작용이 있지요? 그럼 어떤 약들이 이런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을까요?

▲항콜린제 : 옥시부티닌(디트로판정 등), 이프라트로피움(리노벤트비액 등), 스코폴라민(키미테패취, 부스코판플러스, 메카인정), 솔리페나신(베시케어정 등), 쿠에티아핀(쎄로켈정 등), 클로자핀(클로자릴정 등), 플라복세이트(제일스파게린정 등)

▲항히스타민제 : 디펜히드라민(슬리펠정, 쿨드림연질캡슐 등), 디멘히드리네이트(이지롱액, 보나링에이정 등), 세티리진(지르텍정, 알러샷연질캡슐 등), 레보세티리진(씨잘정 등), 클로르페니라민(페니라민정 등), 독실아민(아론정, 스메르정 등), 히드록시진(유시락스시럽, 아디팜정 등), 라니티딘(잔탁정, 큐란정 등)

흔히 보는 약도 있고 생소한 약도 있을 것입니다. 이런 약들을 복용한 후 위에 제시한 항콜린효과가 약하게 나타난다면 크게 문제 없지만 만일 중간 이상의 부작용이 나타나면 반드시 약을 중단하고 의사, 약사와 상의하셔야 합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약을 변경해야 할 수도 있지요.

이뿐 아니라 교감신경을 항진하는 약물 또한 항콜린효과와 비슷한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부교감신경을 억제하는 것은 결국 교감신경을 항진하는 것과 유사하기 때문이죠. 부작용을 일으키는 약물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교감신경항진 약제 : 페닐레프린(그린노즈에스캡슐, 코미정, 콘택골드캡슐 등), 살부타몰(벤토린에보할러), 툴로부테롤(호쿠날린패취, 투브롤패취 등), 슈도에페드린(슈다페드정, 액티피드정 등), 메틸에페드린(코푸정, 코대원정 등), 메틸페니데이트(콘서타OROS서방정), 펜디메트라진(푸링정, 펜디정 등), 펜터민(디에타민정, 휴터민정 등), 부프로피온(웰부트린서방정 등), 플루옥세틴(푸로작 등), 에스시탈로프람(렉사프로서방정 등)

콧물, 기침 등에 사용하는 약들이 많이 보여서 놀라셨을 텐데요. 항콜린효과 또는 교감신경항진효과를 가진 약들은 대부분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약들이라 복용 시 항상 주의해야합니다.

항콜린효과 약물이 위험한 이유 중 하나는 뇌에 작용하는 성분을 장기간 복용할 경우 치매 발병률이 높아진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항정신과 약물뿐 아니라 알레르기에 사용하는 항히스타민제도 문제가 될 수 있죠. 항히스타민제 역시 혈액 뇌관문을 통과해 뇌로 전달되기 때문입니다. 고령일수록 위험성이 높아진다고 하니 연세가 많은 분들은 감기약 등을 습관적으로 복용하지 않아야합니다.

또 고혈압, 녹내장, 전립선비대증 등 자율신경에 민감하게 연관된 질환을 앓고 있는 경우에도 항콜린효과가 있는 약물복용 시 주의해야합니다. 앞서 소개한 박미란 님도 쎄로켈과 자알린을 동시에 복용함으로써 항콜린작용이 중간 이상 나타난 경우에 해당해 항히스타민제 복용을 중단하고 의사와 상의하도록 권유한 것입니다.

어떤 약을 복용하고 입이 마르거나 무기력하며 가슴이 두근거리는 등의 증상이 있다면 가볍게 넘기지 마세요. 항콜린효과로 인해 자율신경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일 수 있습니다. 약을 드신 후 나타나는 모든 원치 않는 반응에 대해서는 꼭 의사, 약사와 상의하셔야한다는 사실! 절대 잊지 마세요!  

※참고문헌

오오츠 후미코 《알기쉬운 약물 부작용 메커니즘》 정성훈, 도서출판 정다와, 2016

Lauralee Sherwood, 《인체 생리학 제9판》, 강명숙 외 21 옮김, 라이프사이언스, 2016

이상봉, 정세영, 《근거중심의 외래진료 매뉴얼2》, 대한의학서적, 2011

John Murtagh, 《질환별 환자교육자료집》, 이정권 옮김, 대한의학서적, 2006

《Managing Anticholinergic Side Effects》 Joseph A. Lieberman, III, M.D., M.P.H. Prim Care Companion J Clin Psychiatry. 2004; 6(suppl 2): 20–23.

《The Anticholinergic Risk Scale and Anticholinergic Adverse Effects in Older Persons》 James L. Rudolph, MD, SM; Marci J. Salow, PharmD; Michael C. Angelini, MA, PharmD; et al. Arch Intern Med. 2008;168(5):508-513

《Anticholinergic Syndrome》 https://www.rch.org.au/clinicalguide/guideline_index/Anticholinergic_Syndrome

《Anticholinergic side-effects of drugs in elderly people》 jacoo Mintzer MD. Journal of the royal society of medicine Vol(93)

“항콜린제 '치매 주의보” <메디칼옵저버> 2015년 2월 16일 기사

“우울증·파킨슨병·요실금 처방 항콜린제, 치매 위험 높여” <연합뉴스> 2018년 4월 26일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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