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건강이야기] 심장사상충이 강아지의 경계 대상 0순위인 이유
[반려동물 건강이야기] 심장사상충이 강아지의 경계 대상 0순위인 이유
  • 김현욱 24시 해마루동물병원 응급중환자의료센터 센터장|정리·이원국 기자 (21guk@k-health.com)
  • 승인 2019.04.20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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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욱 24시 분당 해마루동물병원 응급중환자의료센터 센터장
김현욱 24시 분당 해마루동물병원 응급중환자의료센터 센터장

심장사상충증은 모기를 통해 전염되는 대표적인 곤충매개 전염성 질병이다. 심장사상충은 가느다란 면처럼 생겼으며 숙주의 몸에서 성장해 심장의 오른쪽 방과 폐동맥에 기생하면서 폐와 심장에 심각한 손상을 일으킨다.

심장사상충 감염이 많지 않은 경우 눈에 띄는 증상은 없을 수 있다. 하지만 감염 숫자가 늘어나 폐동맥 혈액 흐름을 방해하면 우심부전 때문에 복수 또는 흉수가 발생한다. 복수가 심해지면 임신한 것처럼 배가 불러 보인다. 혈관 내 심장사상충은 혈관 벽에 염증을 일으켜 호산구성 폐렴을 유발한다. 이 때문에 기침이 나타난다. 또한 심장사상충에 의해 유도된 면역반응이 과하면 염증 복합 물질이 신장에 쌓여 사구체신염과 같은 면역매개성 질병을 발생시킨다. 이러한 대표적인 증상은 보통 서서히 진행되며 즉각적으로 생명에 위험이 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폐동맥 내에 심장사상충 숫자가 너무 많아지거나 폐고혈압이 지속하면 심장사상충이 오른쪽 심실을 거쳐 심방으로 쏟아져 들어가 대정맥 증후군이 유발될 수 있다. 대정맥 증후군이 발생하면 판막의 기능이 심각히 저해돼 쇼크가 발생하며, 더 좁아진 판막을 지나면서 발생한 혈구의 물리적인 손상으로 적혈구 용혈에 의한 빈혈과 함께 소변 색이 붉어지는 혈색소뇨증이 나타난다. 또한 조직 관류 감소에 따른 젖산 혈증과 급성 간울혈 및 간손상이 발생할 수 있다. 이러한 대정맥 증후군은 즉시 치료하지 않으면 12시간에서 72시간 내에 환자가 사망할 수 있는 응급질환이다.

심장사상충 감염단계가 낮을 경우 철저한 치료 전 관리 이후 심장사상충 성충을 죽이는 주사제를 사용해 치료할 수 있다. 치료 후에도 심장과 폐가 회복될 때까지 후속적인 치료와 관리가 필요하다. 안타깝게도 성충을 완전히 죽이더라도 한 번 손상된 폐와 심장의 기능은 정상으로 돌아가기 어려울 수 있다. 또한 대정맥 증후군인 상태에서 이러한 치료를 시도할 경우 대부분 응급상황을 벗어나지 못하고 사망하게 되므로 수술적인 제거가 최선의 방법이다.

심장 속으로 쏟아져 내려온 다량의 심장사상충을 제거하기 위해서는 목의 굵은 혈관 안쪽으로 심장사상충을 잡아낼 수 있는 긴 기구를 집어넣어 투시방사선의 도움을 받아 꺼내야 한다. 이는 고도의 장비와 기술을 요하기 때문에 국내에서도 시술이 가능하지만 그만큼 위험하고 비용이 많이 드는 시술이다. 심장 내의 심장사상충을 제거해 환자의 응급상황을 개선시킨 후에는 주사제를 이용해 폐동맥 속의 심장사상충을 제거하는 후속 치료를 마쳐야 한다. 이러한 치료에도 불구하고 대정맥 증후군의 치사율은 30~40% 이르기 때문에 철저한 예방이 최선이다.

심장사상충은 모든 것이 까다로운 독특한 질병이다. 미국에서는 1974년부터 심장사상충연구회를 별도로 설립해 현재까지 운영하고 있다. 이 학회에서는 3년마다 전 세계의 심장사상충 연구자들이 참여해 심장사상충의 관리, 진단, 예방 그리고 치료에 관련된 연구를 발표하고 이에 따라 국제적인 지침을 개정해 오고 있다. 학회에서는 도시 확산현상과 도시 열섬효과로 도심지의 모기는 과거와 달리 겨울철에도 생존해 심장사상충을 전파시킬 수 있다는 것을 밝혀냈다. 이에 따라 예상되는 모기 출현시기의 1개월 전에 예방을 시작해 비전파 시기로부터 6개월을 추가 예방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국내 환경에서는 연중 매월 예방이 권장된다.

심장사상충 예방약을 써도 예방에 실패하는 경우
심장사상충 예방약을 써도 예방에 실패하는 경우

심장사상충 예방약은 장기 복용 시에도 안전한 성분과 용량으로 구성된다. 예방약을 쓰면 모기를 통해 전염된 심장사상충 유충이 체내에서 사멸돼 예방 효과를 볼 수 있다. 대부분의 예방약은 약효가 1개월밖에 지속하지 못해 정기적인 투여 간격을 놓치면 예방에 실패할 수 있다.

이외에 투약 후 반려견이 소화하기 전에 토해내는 경우, 약을 잘못 보관한 경우, 그리고 피부에 적용하는 약을 사용했을 때 약이 털에만 묻거나 충분히 흡수되기 전에 씻겨 나가는 경우 등에도 약효를 유지하지 못해 예방약을 사용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감염이 발생할 수 있다. 현재는 약물에 내성을 가진 심장사상충의 출현조차 보고되고 있다. 이 때문에 철저히 예방을 하고 있다고 할지라도 혹시 발생했을 수 있는 감염 여부에 대한 확인과 점검을 위해 매년 1회 검사가 심장사상충연구회의 지침으로 추천되고 있다. 심장사상충은 일단 걸리면 치료가 어려울 뿐만 아니라 생명에 위협을 주며 치료 후에도 후유증이 남길 수 있기 때문에 철저한 예방이 최선이다.

자료 감수 : 수호천사 동물병원 윤원경 원장(수의 내과학 박사, 미국심장사상충연구회 회원, 심장사상충가이드라인 개정본 참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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