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외출 전 기온을 체크했던 습관이 어느새 미세먼지수치부터 확인하는 것으로 변해버리더니 결국 ‘미세먼지차단화장품’이라는 신개념 화장품까지 만들어냈다. 일명 ‘안티폴루션(Anti-pollution)'제품으로 외부공해로부터 피부를 보호하는 화장품이라고 할 수 있겠다.

게다가 미세먼지가 피부주름을 악화시킨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되면서 소비자의 기대심리는 높아져만 가고 있는 실정이다. 일부 소비자들은 이를 기능성화장품으로 오인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미세먼지차단화장품의 식약처 기준은 ▲피부표면에 보호막을 형성해 미세먼지를 차단하거나 ▲피부에 남아 있는 미세먼지를 효율적으로 세정하는 것이다. 지난해 식약처는 이를 기준으로 53개 제품 중 27개에서 미세먼지차단·세정효과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식약처는 ‘화장품표시·광고 실증을 위한 시험방법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는데 이에 따르면 화장품회사가 ‘자체시험평가서‘나 ’임상연구소의 시험보고서‘를 제출한 후 심사를 통과하면 미세먼지차단화장품이라는 표시나 광고가 가능해진다.

문제는 미세먼지차단화장품 입증절차가 식약처 공식테스트가 아니라 화장품회사마다 제출하는 서류를 기반으로 한다는 점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시험조건을 실제생활조건과 동일한 판단기준으로 삼는데 인체유해성과 기술적 문제 등을 이유로 ’미세먼지‘ 대신 ’미세먼지모사체‘ 및 이와 유사한 대체물질로 실험하게 된다.

미세먼지는 지름이 10μm보다 작은 미세먼지(PM10)와 지름이 2.5μm보다 작은 초미세먼지(PM2.5)로 나뉜다. 미세먼지는 질산염, 황산염, 암모이아 같은 이온성분과 금속화합물, 탄소화합물 등이 혼합된 종합유해물질이다. 단순히 미세먼지모사체나 유사물질을 이용한 실험만으로 진짜 미세먼지차단 여부를 판단하기에는 검증기준이 미흡하다.

게다가 평균입자크기가 단순히 ‘10μm 이하’라고만 나와 있는데 구체적으로 어느 정도 크기의 미세먼지까지 차단하는지 정확히 파악하기 어려운 점도 문제다. 왜냐하면 실제로 일반미세먼지보다는 초미세먼지가 피부주름을 더욱 촉진하기 때문이다.

또 화장품원료에 대한 기준은 없고 실험결과만 판단기준이라는 점도 이해할 수 없다. 초미세먼지가 모공을 뚫고 침투하면서 피부노화를 일으킨다는 연구결과를 보면 결국 초미세먼지가 활성산소를 만들고 이로 인해 증가된 산화스트레스가 피부노화의 원인이다. 따라서 이를 차단하려면 무엇보다 화장품에 항산화성분이 높은 원료가 포함돼야하는 것이다.

결국 우리가 기대하는 미세먼지차단화장품은 식약처가 인증하는 기능성화장품이 아니라 단지 화장품광고로만 쓸 수 있는 하나의 문구에 불과하다.

앞으로 단순한 문구 하나가 미세먼지를 100% 차단해줄 것이라는 환상을 버리고 꼼꼼한 세안습관을 들이는 한편 항산화식품을 자주 섭취하고 항산화원료가 많이 함유된 화장품을 선택하는 습관을 들이시길. 또 백탁현상 때문에 다소 불편할 수는 있지만 화학적 자외선차단제보다는 물리적 자외선차단제를 사용해 미세먼지로 인한 피부손상을 최대한 예방하시길.

한정선 향장학 박사(아시아의료미용교육협회 부회장) 다른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