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건강이야기] 치아 한가운데서 잇몸이 자라난다? ‘고양이 치아 흡수성 병변’
[반려동물 건강이야기] 치아 한가운데서 잇몸이 자라난다? ‘고양이 치아 흡수성 병변’
  • 김성언 부산동물병원 다솜동물메디컬센터 대표원장|정리·이원국 기자 (21guk@k-health.com)
  • 승인 2019.04.26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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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언 부산동물병원 다솜동물메디컬센터 대표원장
김성언 부산동물병원 다솜동물메디컬센터 대표원장

‘먹는 기쁨’이 생활에 불어넣는 활력은 상당하다. 맛있는 음식을 눈앞에 두면 기분이 좋아지고 뭐든 먹어야 사람은 살아갈 힘을 얻는다. 하지만 건강에 문제가 생기면 먹는 것도 방해받기 마련이다. 특히 음식을 씹어 삼켜야 하는 구강에 생긴 문제는 고통스럽고 골치 아프다. 사람은 이가 아프면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고 죽 같은 유동식을 골라 먹기도 하지만 반려동물이 스스로 밥을 골라 먹거나 병원을 찾을 수는 없는 노릇. 참다못해 굶어버리고 마는 고양이의 사정을 이해하기 위해 가장 흔한 고양이 치과질환인 ‘치아 흡수성 병변(FORL)'을 알아 둘 필요가 있다.

정확한 원인을 알 수 없는 이 질환은 치아가 잇몸과 맞닿아있는 부분부터 점점 소실되는 질환이다. 치아가 녹아 빈 곳은 잇몸이 자라나 채우기 때문에 치아 한 부분이 선홍색으로 바뀌거나 잇몸이 자라나 치아의 일부를 덮은 모습을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다. 치아 표면의 시멘트질이나 에나멜층 소실을 시작으로 상아질, 치수, 치아 뿌리 순서로 진행된다. 주요 증상은 ▲심한 통증 ▲구취 발생 ▲식욕 저하 ▲잇몸 출혈 ▲저작 곤란 ▲침 흘림 등이다. 고통이 심한 질환이므로 방치는 금물이다.

반려묘의 구강 내에 발생한 치아 흡수성 병변을 찾아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보호자의 역할이 중요하다. 식사 습관 변화를 체크하고 양치를 해주며 반려묘의 입안에 생긴 변화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병원을 찾아 질환을 정확하게 진단할 수 있는 방법은 엑스레이 촬영이다. 치아 흡수성 병변은 일단 단단한 치아 표면을 뚫고 들어가면 연한 치아 내부를 잠식해 들어간다. 그래서 상당히 진행된 후 엑스레이 촬영한 모습을 보면 치아가 빈 껍데기만 남아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 정도면 통증이 심한 것은 물론이고 약해진 치아가 부러질 수도 있어 빠른 조치가 필요하다.

치아 표면에 가벼운 손상만 발생했다면 스케일링 진행 후 최소 3개월 간격으로 상황을 살펴보며 관리한다. 보호자가 올바른 고양이 칫솔질 방법을 알아두고 자주 이를 닦아준다면 치태 세균의 영향을 줄여 병변의 악화를 막을 수 있다. 병변이 크게 확장되지 않아 통증이 적더라도 상아질까지 병변이 진행된 상황이라면 발치를 권장한다. 추후 극심한 통증과 치주염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잇몸 염증이 심하면 치료제를 도포하거나 항생제, 진통제, 소염제 등을 처방에 따라 복용해야 한다. 보호자는 치료 후 자주 이를 닦아주며 상태를 확인해야 한다.

치아 흡수성 병은 고양이의 30% 정도가 앓을 만큼 흔한 질환이니 별 증세가 없더라도 정기적으로 점검하는 것이 좋다. 또한 치통이 심해 섭식이 어려운 반려묘를 키우고 있다면 빠른 시일 내에 동물병원을 찾아 진료받고 앓던 이가 빠진 후련함을 안겨주도록 하자. 반려동물의 아픔을 헤아려 줄 사람은 보호자와 수의사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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