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하 원장의 웰빙의 역설] 치맥 많이 먹으면 정말 통풍에 잘 걸릴까?
[한동하 원장의 웰빙의 역설] 치맥 많이 먹으면 정말 통풍에 잘 걸릴까?
  • 한동하 한의학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ㅣ정리·장인선 기자 (insun@k-health.com)
  • 승인 2019.04.29 14:1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동하 한의학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
한동하 한의학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

최근 치맥의 섭취량이 너무 많아지면서 통풍환자가 늘고 있다는 기사가 있었다. 특히 남성들의 통풍이 급격하게 늘어나는 원인이 치맥 때문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치맥은 통풍의 원인이 아니다.

통풍(痛風)이라는 이름은 원래 한의학에서 사용된 병명이었다. 통풍이란 용어는 통증이 심한 관절염을 통틀어서 말한 것으로 백호역절풍(白虎歷節風)이라고도 했다. 백호역절풍은 마치 호랑이가 무는 것처럼 여기저기 관절을 돌아다니면서 심한 통증이 나타난다는 의미다. 그만큼 통증이 심하다.

통풍을 영어로는 gout라고 하는데 gout은 다른 의미로 미각이나 식욕을 뜻한다. 그 어원은 확실하지 않지만 아마도 먹는 것과 관련된 질환이란 의미로 만들어진 병명인지도 모르겠다. 실제로 통풍환자들은 특정 음식을 먹으면 발작적 통증이 발생하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이러한 음식이 통풍의 발병원인은 아니다.

통풍은 대사증후군의 하나로 음식 속에 포함된 퓨린의 대사산물인 요산이 밖으로 빠져나가지 못하고 관절에 쌓이면서 염증과 통증을 유발하는 관절질환을 말한다. 그런데 퓨린은 일종의 핵산물질로 우리 몸에서 유도체 형태로 존재하면서 유전자를 구성하는 기본물질로 사용된다. 퓨린이나 핵산은 건강을 유지하는 데 꼭 필요하다는 말이다.

핵산은 동식물의 세포핵에 존재하면서 산성을 띠기 때문에 핵산이라는 명칭이 붙었다. 핵산 역시 우리 몸에서 유전이나 세포분열에 필요한 가장 기본적인 성분이다. 핵산이 부족하면 신진대사와 간기능에 문제가 생기고 암, 치매, 당뇨병 등 유전성이 있는 다양한 질환이 발병할 수 있다.

핵산이 많이 든 식품에는 생선 내장, 생선 알, 맥주 효모, 잔멸치, 뱅어포, 쇠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참치, 정어리, 가자미, 김, 대합, 굴, 대두 등이 있다. 어디서 많이 본 식품의 종류들인 것 같은데 바로 퓨린함량이 높은 식품이다.

닭고기와 맥주로 구성된 치맥도 퓨린이 많이 함유돼 있다. 특히 맥주 효모는 통풍환자들이 절대적으로 금해야 할 정도로 퓨린함량이 높다. 하지만 통풍환자가 아니라면 이들 음식의 퓨린은 정상적인 대사과정을 거치고 이로 인해서 생성된 요산은 모두 소변을 통해서 배출된다.

하지만 대사증후군이 있는 경우 요산 배출이 잘 안 되기 때문에 퓨린이 많은 음식 섭취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 엄밀하게 말하면 퓨린이 많은 음식을 먹어서 통풍이 생기는 것이 아니라 이런 음식은 이전에 몸에 문제가 생겨 대사에 문제가 있는 경우에만 영향을 미친다.

그래도 평소 건강한 사람들 역시 대사증후군 예방을 위해 물을 많이 마시는 것이 좋다. 물을 충분하게 마시면 그만큼 요산 배출에도 도움이 된다. 항간에 옥수수수염차 등 이뇨작용이 있는 차가 도움이 된다는 얘기도 있는데 평소 물을 많이 마시지 않고 이뇨작용이 있는 차만 마시면 탈수에 빠질 수 있다. 그보다는 그냥 맹물을 많이 마시는 것이 좋다.

만일 통풍을 앓고 있다면 대사를 돕고 노폐물 제거에 도움이 되는 식품들이 좋다. 특히 항산화작용이 있는 녹차가 좋다. 녹차에는 폴리페놀의 일종인 카테킨이 풍부해서 대사증후군, 비만과 함께 염증을 억제하는 효과도 있다.

식이섬유가 많은 채소나 껍질째 먹는 과일도 좋다. 또 메밀이나 보리도 도움이 된다. 메밀과 보리 등의 곡물은 퓨린함량이 적고 노폐물을 제거하는 효과가 있다. 단 성질이 서늘하기 때문에 한 번 볶아서 끓여 마시면 좋겠다.

물을 많이 마신다고 해서 부종이 생기지 않듯이 치맥을 많이 먹는다고 해서 통풍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치맥은 대사증후군이 있거나 통풍이 있는 경우가 아니라면 문제 되지 않는다. 평소 적절하게 운동하면서 적당히 즐기는 치맥은 전혀 걱정할 것 없다는 얘기다. 통풍의 원인으로 치맥 같은 음식에게 누명을 씌울 시간에 건강관리를 못 한 자신의 몸을 탓해야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