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의료를 발전시킨 명의] 복강경수술로 암 치료 새장 열다
[국내 의료를 발전시킨 명의] 복강경수술로 암 치료 새장 열다
  • 류지연 기자
  • 승인 2013.08.14 15: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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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간암수술 분야 복강경수술의 대가 한호성 분당서울대병원 암뇌신경 진료부원장
헬스경향은 이번 주부터 국내 의료의 역사를 바꾼 명의를 소개합니다. 이 분들은 끝없는 노력과 무한한 도전정신으로 우리 의료의 새 장을 연 분들입니다. 환자들의 아픔과 슬픔을 같이하면서 환자를 위한 새로운 의료기술을 발전시키고 이를 후학들에게 전하는 의료계의 보배 같은 존재들입니다. 그 첫 번째 명의로 국내 복강경수술의 대가로 불리는 한호성 분당서울대병원 암뇌신경 진료부원장을 소개합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성원을 부탁드립니다.<편집자 주>


간암 수술에 있어 배를 열지 않고 ‘복강경수술’을 시작한 지는 불과 10년 전이다. 그동안 간은 보호가 잘되도록 갈비뼈 아래 깊이 숨겨져 있는 만큼 집도의가 배를 절개한 후 직접 눈으로 봐야 제대로 치료할 수 있다고 여겨졌기 때문이다.

이처럼 간암수술은 무조건 절개해야만 제대로 할 수 있다고 믿었던 의사들의 패러다임을 변화시킨 이가 있다. 바로 한호성(54) 분당서울대학교병원 암뇌신경 진료부원장(서울대의과대학 외과교수)이다.

한 부원장은 복부에 0.5~1.5cm 크기의 작은 구멍을 여러 개 내 그 안으로 비디오카메라 등을 넣고 시행하는 수술방법인 ‘복강경수술’의 권위자로 명성을 떨치고 있다. 간·담도 복강경수술 분야 명의로 유명한 한 부원장은 명성만큼이나 화려한 경력을 자랑한다.

복강경수술로 간암절제…간이식도 성공 ‘쾌거’

한 부원장의 복강경수술에 대한 이력은 200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는 2000년 간암절제를 목적으로 한 복강경수술을 국내 최초로 성공해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갈비뼈 아래 숨어있는 간의 종양을 제거하려면 절개를 해야 제대로 볼 수 있다고 여긴 의료계 관습을 타파한 것이다.

하지만 그는 담낭절제술 등 수차례의 복강경수술의 경험을 살려 복강경수술을 간암절제술에 접목시키는 아이디어를 생각했고 간암환자들의 수술후유증을 감소시키기 위해 복강경 간절제술을 국내에서 처음으로 시도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개복하면 환자가 회복되는 시간이 깁니다. 면역력도 현저히 떨어지죠. 이에 복강경 수술을 간수술에 접목했는데 기대 이상의 성과를 올린 거죠.”

복강경수술로 간암을 치료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은 한 부원장은 다시 한 번 일을 낸다. 2003년 복강경수술로는 불가능하다고 믿었던 ‘오른쪽 간 뒷부분’ 절제와 5세 여아의 간종양 복강경수술(소아복강경 간절제술)을 연이어 성공했다. 간암치료의 새장이 열린 것이다.

그의 도전은 멈추지 않았다. 한 부원장은 2010년 세계최초로 복강경수술로 간이식 전 과정을 집도해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한 부원장은 “간이식수술에서는 간을 떼어주는 공여자의 몸에 흉터를 최소화하는 게 중요하다”며 “주요공여자인 가족의 몸에 상처가 덜 남으면 환자의 마음이 조금이나마 덜 아프지 않겠느냐는 생각에서 이 수술법을 시도했다”고 말했다.

최근 신의료기술의 전파와 암 부위의 최소절제술 연구에 매진하고 있는 한 부원장. 한 부원장이 집도하고 있는 모습.
“갈 길 멀다”…후학들에게 도전정신 고취

복강경수술 권위자로 명성이 쌓이면서 국내는 물론 해외 전문의들까지 그의 기술을 전수받기 위해 발길을 재촉하고 있다. 미국, 일본, 영국, 싱가포르, 프랑스, 이탈리아 등 그의 의료기술을 전수받은 의사만 120명에 달한다. 한 부원장은 올 4월 미국에서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암센터 MSKCC(Memorial Sloan-Kettering Cancer Center)학회에 초청돼 ‘간암환자의 복강경 최신수술법’을 강연했다.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지만 복강경수술의 대가는 아직도 배가 고프다. 그는 “국내 복강경수술은 세계 톱클래스 수준이지만 그래도 갈 길이 멀다”고 말한다.

그래서일까. 바쁜 일정에도 그는 서울대 의과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신의료기술 전파에 매진하고 있다. ‘외과영역의 신(新)의료기술’을 주제로 한 강연에서 그는 의대생들에게 단순히 치료하고 외우는 의사가 아닌 환자를 위한 새로운 의료기술에 도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 복강경 대가의 최근 관심사는 뭘까. 그는 요즘 어떻게 하면 암이 있는 부위만 최소한으로 절제할 수 있을지에 대한 연구에 골몰하고 있다. 또 그는 ‘급성염증’이 암을 악화시킨다고 판단, 이에 대한 구체적인 연구도 진행하고 있다.

“남을 돕기 위해 의사의 길을 선택했죠. 내가 아닌 남을 위하는 하심(下心) 없이는 남을 돕지 못하기 때문에 매 순간 나를 버리고 환자를 생각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살다보니 어려운 일이 있어도 잘 될 것이라는 긍정의 마인드가 생기더군요.”

분당서울대병원에서 호인(好人)으로 유명한 한 부원장. 온화한 미소와 상대방을 배려할 줄 아는 호방한 성격 뒤에는 환자와 대우리나라 의료발전을 위한 처절한 노력이 숨어있었다.

그의 도전은 어디까지일까. 타인을 위한 헌신적인 사랑과 신 의료기술에 대한 집념이 누구보다 강한 한 부원장이기에 그의 신화는 과거가 아닌 현재형으로 계속 진행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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