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협심증이라도 남녀별로 증상은 하늘과 땅?
같은 협심증이라도 남녀별로 증상은 하늘과 땅?
  • 장인선 기자 (insun@k-health.com)
  • 승인 2019.05.02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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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안암병원 순환기내과팀, 국내 최초 한국인 남녀 협심증 증상차이 밝혀
“보다 정확한 협심증 진단 위해 남녀 간 차이 반영한 감별기준 필요”
협심증의 대표증상은 가슴통증이다. 그런데 연구결과 같은 협심증이라도 남녀별로 통증부위와 지속시간 등에 차이가 뚜렷함이 밝혀져 이를 반영한 별도의 감별기준 확립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협심증의 대표증상은 가슴통증이다. 그런데 연구결과 같은 협심증이라도 남녀별로 통증부위와 지속시간 등에 차이가 뚜렷함이 밝혀져 이를 반영한 별도의 감별기준 확립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죄이는 듯한 가슴통증은 심장이 보내는 SOS다. 대표적인 질환은 심장에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하는 관상동맥이 좁아져 발생하는 협심증. 이때 빨리 치료하지 않으면 관상동맥이 아예 막히는 심근경색으로 악화돼 생명이 위험해진다.

그런데 흉통은 비단 협심증 때문만이 아닐 수 있다. 실제로 전문가들은 흉통을 호소해 병원을 찾는 환자들은 협심증뿐 아니라 대상포진, 근골격계질환, 호흡기질환 등 매우 여러 가지 질환들을 갖는 경우가 많다고 말한다.

따라서 협심증의 조기발견과 치료를 위해서는 흉통의 원인이 협심증 때문인지 빠르게 감별해내야하는데 국내에는 이를 감별하는 명확한 기준이 없어 그동안 서양인을 대상으로 한 연구를 기준으로 진료에 적용해왔다.

하지만 최근 국내에서 한국인을 대상으로는 최초로 흉통의 양상과 협심증과의 연관성을 규명한 연구결과가 발표돼 임상진료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왼쪽부터 고대안암병원 순환기내과 심완주·박성미·조동혁 교수.

그 희망의 신호탄을 쏘아올린 것은 고대안암병원 순환기내과 심완주·박성미·조동혁 교수팀이다.

이들은 흉통 호소환자 1549명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한 결과 협심증 의심환자에서 가슴 한가운데가 아프거나 계단 오르기와 같은 활동에 의해 통증이 악화되는 경우 관상동맥혈관 협착이 있을 가능성이 높았다고 밝혔다.

특히 이번 연구결과는 남녀의 흉통양상에도 큰 차이가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연구팀에 따르면 남성은 왼쪽 가슴에서 쥐어짜는 듯한 통증, 즉 협심증의 전형적인 증상을 호소했지만 여성은 주로 상복부 통증, 그것도 다소 둔하고 애매한 통증을 호소해 남성보다 협심증 진단이 늦어질 수 있음을 시사했다.

통증의 지속시간에도 차이가 있었다. 남성은 5분 이내로 짧은 통증을 호소하는 경우(48.4%)가 많았지만 여성은 5분 이상 지속되는 경우가 54.6%로 더 많았고 심지어 1시간 이상 지속되는 경우도 27%로 나타났다.

실제로 협심증은 계단을 오르거나 운동할 때 등 평소보다 심장이 더 많이 뛰어야할 때 통증이 심해지는 것이 특징이다. 하지만 안정을 취하면 금방 괜찮아져 방치하는 환자들이 많다.

고대안암병원 순환기내과 조동혁 교수는 “계단을 오르거나 운동할 때 가슴통증이 악화되면 빨리 순환기내과 진료를 받아야한다”며 “특히 이번 연구결과가 보여주듯 남성은 전형적인 협심증의 증상을 보이지만 여성은 비전형적인 경향을 보여 진단이 늦어질 수 있으므로 정확한 협심증 감별을 위해서는 남녀 간 다른 기준을 확립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고대안암병원 순환기내과 심완주 교수는 “협심증뿐 아니라 많은 질병의 증상기준들이 서양 남성의 것으로 되어있어 국내 임상현실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며 “한국인에게 적합한 진단기준 확립이 보다 많이 이뤄지면 국가 보건의료수준도 한층 향상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여성심장질환 연구회를 통해 진행됐으며 SCI급 국제학술지인 대한내과학회지에 2019년 수록되며 국내 학계에 큰 주목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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