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신규의 자가면역질환 이야기] ㉒ 탄수화물은 정말 몸에 해로울까?
[이신규의 자가면역질환 이야기] ㉒ 탄수화물은 정말 몸에 해로울까?
  • 이신규 위너한의원 대표원장 (desk@k-health.com)
  • 승인 2019.05.09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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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신규 원장
이신규 위너한의원 대표원장

비만의 적으로 지나친 탄수화물 섭취가 지목되다 보니 ‘저탄수화물 고지방’ 식이요법이 인기다. 우리 몸에 필요한 주 에너지원을 탄수화물에서 지방으로 바꾸면 더 효과적으로 체중감량을 할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쌀을 주식으로 먹어온 한국인에게 쌀 대신 스테이크와 버터를 먹으라는 조언은 아무리 설명을 들어도 석연치 않은 부분이 있다. 비만과 당뇨를 예방하기 위해 탄수화물 섭취를 극도로 줄이는 것은 과연 합리적인 결정일까.

인체에 섭취된 탄수화물은 소화과정을 거쳐 ‘포도당’으로 흡수되고 혈액 속에 녹아 들어 에너지원으로 쓰이게 된다. 포도당은 인체의 필수에너지원이지만 필요 이상으로 너무 많아지면 문제가 생긴다. 여분의 포도당은 첫 번째로는 지방으로 형태를 바꿔 저장되면서 비만을 유발하고 두 번째로는 세포가 포도당의 흡수를 거부하는 ‘인슐린 저항성’을 생기게 해 당뇨병을 유발한다.

여기까지만 보면 탄수화물 섭취를 무조건 줄여야한다는 주장은 매우 타당해 보인다. 하지만 탄수화물은 지방보다 쓰기 좋은 에너지원으로 뇌와 근육에서 많이 사용된다. 따라서 탄수화물이 부족하면 우리 몸은 뇌기능 저하, 두통, 피로, 근육감소, 면역력저하 등 다양한 문제가 생긴다. 탄수화물 자체를 탓하고 무조건 줄이자고 하는 것이 해결책은 아닌 것 같다.

과거에는 탄수화물의 섭취에 대해 그리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대부분 활동량에 비해 영양이 부족했고 자연 그대로인 다당류 형태의 탄수화물을 주로 섭취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근대사회에 접어들면서 활동량은 적어지고 음식은 풍요로워졌다. 여기에 설탕과 같은 감미료가 개발되고 달콤한 음식은 셀 수 없이 많아졌다. 설탕이 들어간 음식이나 각종 음료에 포함된 액상과당은 너무나 자연스럽게 우리의 일상에 파고들었다. 주로 먹는 탄수화물의 형태가 다당류 중심에서 단당류와 소당류 위주로 바뀐 것이다.

똑같은 과일도 주스로 먹는 것 보다 있는 그대로 먹는 것이 건강에 좋다. 과일에 함유된 식이섬유, 비타민, 무기질 등이 과당의 흡수를 더디게 만들고 항산화작용을 하기 때문이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똑같은 과일도 주스로 먹는 것 보다 있는 그대로 먹는 것이 건강에 좋다. 과일에 함유된 식이섬유, 비타민, 무기질 등이 과당의 흡수를 더디게 만들고 항산화작용을 하기 때문이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똑같은 탄수화물이라도 질이 나쁜 탄수화물이 있다. 인류가 오랫동안 주식으로 섭취한 곡물들은 모두 ‘다당류’ 형태의 탄수화물이다. 이는 소화가 되기까지 여러 단계를 거치게 되며 인체에 천천히 흡수돼 혈당의 급격한 상승이 덜 하다.

반면 과일주스, 사탕, 설탕 같은 것들은 ‘소당류’나 ‘단당류’의 형태의 탄수화물이다. 빠른 속도로 체내에 흡수돼 혈당을 급격히 상승시켰다가 금세 소모돼 저혈당을 유발함으로써 여러 부작용을 야기한다. 지나친 단순당의 섭취는 비만과 당뇨를 유발하며 혈관에 염증을 일으켜 심뇌혈관질환의 위험성을 높인다. 지방간과 통풍의 원인으로도 지목받고 있다.

탄수화물이 무조건 해로운 것은 아니지만 단순당의 형태로 가공되고 정제된 탄수화물을 지나치게 섭취하는 것은 확실히 건강에 해롭다. 온갖 맛있는 음식들의 유혹으로 가득한 풍요의 시대에서 건강을 지키려면 스스로 절제해서 음식을 조절하는 수밖에 없다.

예를 들면 과일을 먹더라도 즙을 낸 주스형태보다는 그대로 섭취하는 것이 좋다. 과일을 원형 그대로 섭취할 경우 그 안에 함유된 식이섬유, 비타민, 무기질 등이 과당의 흡수를 더디게 만들고 항산화작용을 해 염증 발생을 억제하기 때문이다. 과일주스는 반대로 과당만 빠르게 흡수된다. 이러한 현상은 과일뿐 아니라 모든 식품에 해당된다. 따라서 가공돼 정제된 형태의 탄수화물보다는 자연에서 자란 원형의 식품을 섭취하는 것이 현명한 식사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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