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현 약사의 약 부작용이야기] “어지럽고 졸리고”…국민약 ‘진통제’ 올바른 복용법
[배현 약사의 약 부작용이야기] “어지럽고 졸리고”…국민약 ‘진통제’ 올바른 복용법
  • 배현 밝은미소약국(분당) 약국장ㅣ정리·장인선 기자 (insun@k-health.com)
  • 승인 2019.05.10 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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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현 밝은미소약국(분당) 약국장
배현 밝은미소약국(분당) 약국장

“김상수(가명) 님. 약 나왔습니다.”

“네.”

환자 대기석에 앉아 계시던 김상수 님께서 힘들게 몸을 일으키며 투약구로 오셨습니다. 오늘 처방은 이비인후과에서 받으셨는데 유심히 보니 손목 한쪽에 파스를 붙이고 계셨어요.

“손목이 불편하신 가봐요?”

“아, 3일전에 넘어졌어요.”

심드렁하게 대답하시는 통에 대화를 더 이상 이어갈 순 없었어요. 처방 약을 설명해 드리고 마지막으로 복용하시는 다른 약은 없는지 물었습니다. 넘어졌다는 것으로 보아 정형외과 약을 드실 수도 있기 때문이죠.

“혹시 다른 약 드시는 건 없으세요?”

“지금은 없어요. 정형외과 약 먹고 아주 혼나서... 이제 약도 함부로 못 먹겠더라고요.”

“무슨 일 있으셨어요?”

“근육과 관절이 아파서 정형외과를 갔어요. 의사 선생님은 통증이 심하니 잘 듣는 약으로 처방해주겠다고 하셨죠. 그런데 그 약을 먹고 나서 좀 지나니 핑 돌더라고요. 잠시후 정신 차려보니 넘어져 있지 뭐예요. 손목도 그래서 다친 거예요.”

“그런 일이 있으셨군요? 받으신 약이 혹시 노랗고 길쭉한 약, ‘울트라셋’ 아니에요?”

“맞아요. 어떻게 아셨어요?”

“그 약이 원래 좀 그래요. 약국에서 약 드시면 어지럽거나 졸릴 수 있다는 말 못 들으셨어요?”

“들었는데 감기약도 아닌 게 뭐 얼마나 그렇겠어? 하면서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거든요.”

“어지러울 뿐 아니라 속도 불편해지고 입맛도 좀 없어질 수 있는 약이에요. 앞으로 병원이나 약국에 가시면 ‘울트라셋’에 민감하다고 꼭 말씀해주세요.”

‘울트라셋’은 블록버스터 진통제입니다. 판매가 엄청 많이 됐다는 말이죠. 2002년 첫 발매를 시작으로 줄곧 1등을 유지하고 있어요. 2008년 제네릭 제품이 생산돼 경쟁하곤 있지만 2014년 237억원 처방이 이뤄졌으니 울트라셋은 해당 분야의 독보적 1위 처방약이라 볼 수 있겠습니다. 허가된 171개의 제네릭 제품 판매량까지 합친다면 울트라셋 같은 성분의 진통제를 얼마나 많은 국민이 복용했을지 상상이 안 됩니다.

울트라셋은 해열·진통제인 아세트아미노펜과 중추성 진통제인 트라마돌이 ‘8.667:1’로 복합된 신약입니다. 배합비율이 독특한데요. 얀센에서는 다양한 임상실험을 통해 찾아낸 가장 효과 좋은 황금비율이라고 말하고 있어요.

울트라셋은 함량과 작용시간에 따라 ▲울트라셋정(아세트아미노펜/트라마돌-325mg/37.5mg) ▲울트라셋세미정(162.5mg/18.75mg) ▲울트라셋이알서방정(650mg/75mg) ▲울트라셋이알세미서방정(325mg/37.5mg)으로 나뉩니다.

울트라셋의 트라마돌은 일반 진통제와는 완전히 다른 성분입니다. 트라마돌은 다음의 두 가지 기전을 통해 통증을 완화시킵니다.

첫째는 비마약성 작용으로 세로토닌 분비를 자극하고 노르에피네프린과 세로토닌 재흡수를 억제해 통증에 효과를 보입니다. 둘째는 마약성 작용으로 오피오이드 수용체 중 하나인 뮤(μ)-수용체에 작용해 통증을 억제합니다.

울트라셋은 암과 같은 강한 통증에 사용하는 모르핀의 1/10 정도 통증완화효과가 있을 정도로 강하게 작용합니다. 얀센은 2002년 울트라셋을 발매하면서 ‘마약성 진통제가 아니면서 뛰어난 통증완화효과를 보이고 중독성이 거의 없다는 것이 장점’이라며 안전한 진통제임을 강조했습니다. 더군다나 ‘중증도 이상의 급만성 통증’ 적응성에서 2005년 ‘요통, 골관절염’까지 보험급여가 확대돼 보다 많은 환자들이 복용할 수 있게 됐지요.

하지만 얀센의 설명과는 달리 울트라셋의 부작용은 계속 제기돼왔습니다.

심재철 의원은 2008년 국감자료에서 ‘울트라셋 유해사례’를 들어 안전성을 지적했고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이하 건약)’는 울트라셋의 효능·효과정보가 왜곡돼 있으며 안전성 정보 또한 은폐돼 있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부작용 논란은 현재 진행형입니다. 2019년 2월 분당서울대병원 지역의약품안전센터 소식지에 나온 내용을 살펴보면 의약품 이상반응보고 중 가장 많은 건수를 차지한 약물이 바로 트라마돌 함유 제제였다고 합니다.

울트라셋을 안전하게 복용하려면 다음의 3가지에 주의해야합니다.

첫째, 아세트아미노펜 함량입니다. 울트라셋은 주로 통증에 관련된 병원에서 처방됩니다. 만일 울트라셋 복용 후 감기 기운이 있어서 종합감기약이나 해열진통제를 추가로 복용한다면 성분이 중복될 가능성이 높아요.

예를 들어 울트라셋정 1일 용량과 타이레놀8시간이알서방정 1일 용량을 복용한다면 아세트아미노펜 총 용량은 4.875g이 됩니다. 이는 아세트아미노펜 1일 한계용량 4g을 훌쩍 뛰어넘는 양이며 간독성 등의 부작용이 우려될 수 있지요. 울트라셋이라는 약 이름에서 아세트아미노펜을  생각하기 어렵기 때문에 약물 중복에 의한 부작용 위험성은 항상 존재합니다.

둘째, 신경전달물질에 관련된 부작용입니다. 트라마돌은 신경전달물질인 세로토닌 농도를 높여 ‘세로토닌 증후군’을 유발합니다. 세로토닌 증후군의 주요 증상은 아래와 같습니다.  

- 열이 높게 오르며 불안, 초조 등의 정신 증상

- 혈압 변동, 빈맥, 땀이 나고, 설사, 메스꺼움 등의 자율신경실조 증상

- 몸이 떨리거나 발작, 근육이 경직되고 자세를 제대로 취할 수 없는 신경근 증상

이런 증상은 항우울제, 식욕억제제 같은 전문의약품뿐 아니라 갱년기 증상이나 경미한 우울증에 사용하는 일반의약품 세인트 존스 워트(훼라민큐, 노이로민 등)를 병용할 때 더욱 심해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울트라셋을 복용할 때는 약물상호작용에도 꼭 신경써야 합니다.

셋째, 트라마돌이 중추신경계에 있는 오피오이드 수용체에 작용함으로써 나타나는 부작용입니다. 졸림이나 어지러움, 기면 등이 나타날 수 있어요. 김상수 님의 경우 약물 복용 후 어지러움 때문에 넘어지면서 손목을 다친 것으로 보입니다. 울트라셋 복용 중에는 운전이나 운동 등 집중해서 하는 업무는 반드시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마지막으로 우리나라에서는 많이 논의되고 있지 않지만 ‘트라마돌 중독성’에 관한 내용도 생각해 봐야합니다. DEA(Drug Enforcement Administration)는 2014년 트라마돌을 ‘Schedule Ⅲ’에서 ‘Schedule IV controlled substance (CS)’로 분류한다고 판결했습니다.

헤로인과 같은 마약은 ‘Schedule I’이며 모르핀, 옥시코돈 등 마약성 진통제들은 ‘Schedule Ⅱ’에 분류돼 있습니다. 트라마돌을 ‘Schedule IV’로 재분류한 것은 남용 가능성이 낮고 의존 위험이 적은 것이라 판단한 것이지요.

하지만 무조건 안전하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Schedule IV’은 우리나라에서 마약류로 분류돼 있는 향정신성의약품 ‘아티반’ ‘자낙스’ 등이 포함된 마약류 등급이기 때문입니다.

때문에 2014년 ‘건약’에서는 트라마돌 성분을 향정신성의약품으로 분류할 것을 식약처에 촉구했으며 사용기준 허가사항을 보다 엄격하게 변경할 것을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한 미국 약물 중독 정보 사이트 ‘DrugRehab.com’에서는 “트라마돌은 약한 처방 오피오이드 약물 중 하나지만 약의 사용은 신체적 의존과 중독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또 “통증완화를 위해 약을 보다 많이 복용해야 하거나 약을 얻기 위해 처방 쇼핑을 하고 약 복용 후 중단하기 어려울 때는 트라마돌 중독을 의심해봐야한다”고 강조합니다.

제약회사에서 말하듯 모든 약이 안전할 수는 없습니다. 특히 신경전달물질이나 중추신경에 작용하는 약물들은 더더욱 그렇겠죠. 다빈도로 사용되고 있는 진통제 울트라셋은 다양한 부작용 보고가 이뤄지고 있는 만큼 복용할 때 더욱 주의가 필요합니다. 메스꺼움, 식욕부진, 구토, 어지러움, 졸림, 구강건조 등은 흔히 발생합니다. 혹시 진통제 복용 중 불편한 증상들이 나타난다면 바로 의사, 약사와 상의해주세요.

※ 참고사항

1.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트라마돌, 아세트아미노펜 복합제를 울트라셋으로 대표해서 적었습니다. 본 내용은 특정 브랜드가 아닌 성분이 더 중요함을 기억해주세요.

2. 본문에 제시된 환자와의 대화는 이해를 돕기 위해 극적 재구성된 것입니다.

※참고문헌

Lauralee Sherwood, 《인체 생리학 제9판》, 강명숙 외 21 옮김, 라이프사이언스, 2016

《약국에서 써본 첫 번째 약 이야기》, 박정완, 조윤커뮤니케이션, 2016

“한국얀센, 비마약성진통제 [울트라셋] 발매” <의학신문> 2002년 11월 26일 기사

“울트라셋, 17일부터 보험급여 범위 확대” <메디팜뉴스> 2005년 10월 19일 기사

“건약, ‘울트라셋’ 안전성 정보 ‘은폐’ 됐다” <후생신보> 2008년 11월 20일 기사

“복합제의약품 ‘울트라셋’ 유해사례 신고 최다 이를 모방한 복제약, 생동성 시험 마땅히 거쳐야” <심재철 위원실> 2008년 10월 7일 보도자료

“울트라셋 제네릭등 생동인정 63품목 추가” <의학신문> 2012년 3월 28일 기사

"울트라셋 성분 품목, 향정약으로 전환 필요" <메디칼옵저버> 2014년 9월 5일 기사

“⑬진통제 강자 얀센…알짜는 레미케이드·심퍼니” <메디칼타임스> 2015년 5월 28일 기사

“Tramadol moves to Schedule IV classification” <drugtopics.com> 2014년 7월 11일 기사

분당서울대학교병원 지역의약품안전센터 소식지 제 2호 2019년 2월

Tramadol Update Review Report Agenda item 6.1 Expert Committee on Drug Dependence Thirty‐sixth Meeting Geneva, 16‐20 June 2014(WHO)

https://www.drugs.com/schedule-4-drugs.html

https://www.addictioncenter.com/opiates/tramadol/symptoms-signs/

https://www.drugrehab.com/addiction/prescription-drugs/tramadol/

약학정보원 홈페이지 https://www.healt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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