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건강이야기] 고양이가 침을 질질 흘린다면? ‘구내염’ 의심하세요!
[반려동물 건강이야기] 고양이가 침을 질질 흘린다면? ‘구내염’ 의심하세요!
  • 김성언 부산동물병원 다솜동물메디컬센터 대표원장|정리·이원국 기자 (21guk@k-health.com)
  • 승인 2019.05.10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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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언 부산동물병원 다솜동물메디컬센터 대표원장
김성언 부산동물병원 다솜동물메디컬센터 대표원장

“우리 집 고양이가 침을 질질 흘리고 식욕이 뚝 떨어졌어요. 문제가 뭔지 궁금해서 입안을 억지로 열어봤더니 지독한 냄새가··· 그리고 볼 안쪽에 염증이 가득하더라고요.”

고양이 구강질환의 증상은 비슷하지만 볼 안쪽에 염증이 생겼다면 구내염으로 쉽게 진단할 수 있다. 고양이 구내염은 워낙 흔해서 치주질환, 지난 칼럼에서 소개한 치아 흡수성 병변과 함께 3대 구강질환으로 꼽힌다. 그중에서 구내염은 극심한 통증을 일으켜 제대로 먹지 못하게 만들고 이 때문에 지방간을 유발해 생명에 지장을 주기까지 하므로 최악의 구강질환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구내염에 걸린 고양이는 왜 침을 질질 흘릴까? 침에는 항체가 있어 염증이 생긴 점막이 침 분비를 촉진해서다. 염증은 볼 안쪽을 포함해 잇몸, 혀, 입술, 목구멍 등 입안의 연한 부위에 생긴다. 구내염은 급성과 만성으로 분류하는데 만성이라면 한 부위에 생긴 염증이 점차 다른 부위로 번진다. 따라서 구내염이 의심되면 더 진행하기 전에 동물병원을 찾아 치료해 줘야 한다.

구내염 치료는 대부분 어금니 전체를 발치하거나 모든 치아를 발치하는 방법으로 한다. 고양이 치아를 뽑는 일은 생각보다 매우 어렵다. 고양이의 치아는 개보다 작고 잘 부서지기 때문이다. 만약 치아를 제대로 뽑지 않으면 치아뿌리가 남아 구내염을 다시 일으킬 수 있다. 따라서 발치 경험이 풍부한 수의사가 치과 방사선 촬영을 통해 치아와 치아뿌리의 상태를 정확히 확인하고 발치를 진행하는 것이 좋다.

발치 전 스케일링을 하기도 한다. 발치 중 세균에 감염될 우려가 있기 때문에 치아에 붙어 있는 치석과 세균을 미리 제거하기 위해서다. 발치 후 염증을 가라앉히기 위해서 약물치료도 꾸준히 해줘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모든 치아를 뽑아낸 환자라도 20~30% 정도는 재발할 수 있다. 그래서 구내염은 가장 치료하기 까다로운 구강질환으로 악명 높다.

이가 하나도 없는 고양이는 어떻게 먹을까 궁금한 보호자가 있을 것이다.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씹는다는 말이 있는데 고양이는 정말 그렇다. 고양이는 잇몸으로 습식사료는 물론 건사료를 거뜬히 씹어 먹을 수 있다. 고양이는 발치 후에 통증에서 자유로워지므로 컨디션과 식욕이 살아나며 활기를 되찾는다.

구내염 예방은 어떻게 하면 좋을까? 구내염의 원인으로 치석, 박테리아, 칼리시·헤르페스·면역결핍 바이러스 감염 등이 거론된다. 따라서 양치질을 하루에 한 번, 최소한 일주일에 두 번 이상 해주고 정기적으로 스케일링을 해줄 필요가 있다. 스케일링 주기는 보통 1~2년에 한 번을 권고하나 치아 관리가 힘든 고양이의 경우 6~8개월에 한 번이 이상적이다. 구내염을 일으키는 바이러스에 대해 면역력을 획득하기 위해 예방접종을 챙겨주는 것도 중요하다.

고양이도 잘 먹어야 인생을 제대로 누릴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구강건강이 뒷받침돼야 한다. 늘 고양이의 구강상태를 확인하고 조금이라도 이상이 발견되면 꼭 수의사를 찾아 진단받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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