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건강이야기] 반려동물이 우는 것은 슬퍼서가 아니다
[반려동물 건강이야기] 반려동물이 우는 것은 슬퍼서가 아니다
  • 김세은 24시 해마루동물병원 외과 부장|정리·이원국 기자 (21guk@k-health.com)
  • 승인 2019.05.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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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은 24시 분당 해마루동물병원 외과 부장
김세은 24시 분당 해마루동물병원 외과 부장

누구나 눈에 눈썹이나 먼지가 들어가서 눈이 따가웠던 경험이 한 번쯤 있을 것이다. 그러나 반려동물은 미용을 해서 눈에 털이 들어가 있어도, 가끔 자기의 긴 털이 눈 안으로 들어가 있어도 그다지 아프지 않은 듯 가만히 있는 경우가 많다. 이럴 때 보호자는 답답하다. 사람이라면 눈 표면이 따끔거리는 증상이 있는지, 눈이 뻑뻑한 느낌이 있는지, 눈이 빠질 것 같은 통증이 있는지 구분해 표현할 수 있는데 반려동물은 말이 통하지 않으니까.

눈에 통증이 발생하는 원인은 여러 가지다. 가장 흔한 원인은 외부 자극에 의한 각막 손상이다. 눈 근처의 털이 잘못 나서 각막이나 결막을 자극하는 경우도 있고, 동거하는 다른 동물과 싸우거나 산책 중 풀숲에 들어갔다가 풀에 눈을 찔려서 손상이 생길 수도 있다. 눈을 뜨고 자는 반려동물이라면 각막 중심 부위가 마르면서 상처가 생기는 경우도 있다.

각막은 외부에 노출되는 안구의 구성 요소 중 통증에 가장 예민하다. 반려동물이 각막의 통증을 호소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다. ▲눈을 자주 깜빡이거나 아주 감고 있는 것 ▲눈언저리를 비비는 것 ▲평상시보다 눈물을 심하게 흘리는 것 등으로 통증을 표현한다. 어쩌면 다행일 수도 있는 사실은 반려견이나 반려묘는 사람보다 각막 통증을 덜 느낀다는 점이다. 코가 짧고 눈이 돌출된 품종의 반려동물일수록 각막 중심부에 분포하는 신경 다발의 수가 적기 때문에 통증을 더욱 덜 느낄 수 있다. 또한 당뇨 등 질환이 있는 반려동물은 정상적인 반려동물보다 각막의 감각이 떨어진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해 보면 감각이 무디거나 떨어지는 것이 더 위험하다고 할 수 있다. 각막에는 혈관이 분포하지 않기 때문에 각막 중심부에 영양을 공급하는 역할은 눈물이 담당한다. 눈물은 각막 표면을 투명하게 유지하는 일도 한다. 따라서 각막에 상처가 생기면 상처를 치료하기 위해 더 많은 눈물이 생성돼야 하는데, 각막의 감각이 떨어져 있으면 각막을 보호할 수 있을 정도로 충분한 눈물이 분비되지 않는다. 게다가 상당수 반려동물은 눈 깜빡임도 충분하지 않아서 상처 부위를 보호하지 못하고 질병이 진행된 상태에서 동물병원을 찾는다. 각막의 상처를 빨리 치료하지 않으면 병변이 깊어지면서 각막에 감염이 생길 수도 있고, 병변부의 각막 두께가 얇아지면서 심한 경우 각막이 파열될 수도 있다.

각막 병변의 조기 치료는 매우 중요하다. 시력을 보존하기 위해, 통증이 없도록 하기 위해, 길게 봐서는 안구 자체를 보존하기 위해서다. 지금 나와 함께 사는 반려동물의 눈을 들여다보자. 반려동물은 슬퍼서 울기보다 눈이 아파서 눈물을 흘린다. 애교를 부리기 위해 윙크하는 것이 아니라 눈이 불편해서 깜빡거리는 것일 수 있다. 눈을 불편해하는 증상이 보이면 빨리 가까운 동물병원으로 내원해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반려동물의 건강한 눈 상태를 기억하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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