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신규의 자가면역질환 이야기]㉓스트레스는 정말 만병의 원인일까?
[이신규의 자가면역질환 이야기]㉓스트레스는 정말 만병의 원인일까?
  • 이신규 위너한의원 대표원장 (21guk@k-health.com)
  • 승인 2019.05.23 16: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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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신규 위너한의원 대표원장
이신규 위너한의원 대표원장

만병의 원인은 스트레스 때문이라고 흔히 얘기한다. 한의원에서 진료를 보다보면 "이게 다 누구 때문에 스트레스 받아서 그래요", "스트레스만 안 받았어도 아픈 곳이 없었을 것 같아요"와 같은 하소연을 자주 듣는다. 병의 원인을 찾기 힘들 때 스트레스 때문으로 치부하기가 쉬운데 과연 모든 스트레스가 몸에 해롭기만 할까?

스트레스의 어원을 찾아보면 그리스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리스시대에는 스트레스를 좋은 스트레스라는 의미의 ‘유스트레스(Eustress)'와 나쁜 스트레스 ’디스트레스(Distress)' 로 나눴다. 좋은 스트레스란 중요한 시합이나 경기 직전 실패에 대한 두려움과 성공에 대한 설레임이 함께 있는 긴장감과 비슷하다. 하기 싫은 일을 억지로 하거나, 막연한 걱정과 불안에 휩싸이는 것처럼 희망이 없는 긴장감은 나쁜 스트레스라고 볼 수 있다.

‘디스트레스’는 지금까지 우리가 알고 있던 미운 얼굴의 스트레스다. 특히 긴장의 연속인 현대사회에서 몸이 이완될 틈이 없이 반복되는 스트레스는 인체 내부의 밸런스를 무너뜨려 다양한 질환을 야기 시킬 수 있다. ‘디스트레스’를 받으면 혈압이 오르고 근육이 긴장되고 신체장기에 과부하가 걸린다. 하지만 ‘유스트레스’는 그렇지 않다. 혈액순환을 돕고 몸에 활력을 준다. 또 스트레스 상황이 지나면 몸이 쉽게 안정을 되찾는다.

이처럼 스트레스가 유발되는 상황에 따라 다르지만, 우리 몸은 같은 조건에서도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냐에 따라서도 결과가 달라진다. 받아들이는 사람의 인식이 스트레스의 종류를 바꾸는 것이다. 같은 과제가 주어졌을 때 짜증을 내고 힘들어 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이를 잘 받아들이고 즐기면서 기꺼이 하는 사람이 있다. 사람들은 각자 힘들어 하는 부분과 좋아하는 부분이 다르다. 그래서 같은 상황에서도 어떤 사람은 기쁘고 어떤 사람은 고통스러울 수 있다. 절대적인 상황이 스트레스를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받아들이는 사람의 성향과 마음가짐에 따라 스트레스의 종류가 달라지는 것이다.

스트레스의 종류에 따라 발병율이 크게 달라지는 병이 있다. 원인불명의 전신통증이 주요증상인 섬유근육통은 스트레스 상황 이후 증세가 시작되거나 악화될 땨가 많다. 그런데 섬유근육통의 발병원인을 역학조사한 결과 흥미로운 부분이 있다. 섬유근육통을 유발하는 원인인 외상 중에서 자동차사고로 인한 발병율이 특히 높았다는 점이다. 또 자연재해 상황보다 전쟁상황에서 섬유근육통의 발병률이 높았다. 모두 생명의 위협을 받는 스트레스 상황인데 무슨 차이가 있었던 것일까. 이는 스트레스에 관여되는 부가적인 요소들의 차이로 설명된다.

좋은 스트레스는 인체에 해가 없고, 활력을 주며 건강에 도움이 될 수 있다(사진출처=클립아트코리아).
좋은 스트레스는 인체에 해가 없고, 활력을 주며 건강에 도움이 될 수 있다(사진출처=클립아트코리아).

가해자와 피해자간 책임소재와 경제적인 보상에 대한 분쟁이 얽혀 있는 자동차 사고가 일반적인 외상에 비해서 정신적 고통은 더해진다. 원망할 사람이나 분쟁의 소지가 없는 단순한 자연재해보다 정치사회적인 이슈가 뒤섞인 전쟁이 디스트레스가 많다. 결국 이런 디스트레스 요인이 많아질수록 섬유근육통의 발병율을 높인다고 해석할 수 있다.

사고, 재해, 전쟁과 같은 상황에서 스트레스를 안 받을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직접적인 스트레스 외에 부가적인 스트레스 요인이 얼마나 얽혀 있는 지에 따라 섬유근육통의 발병률이 달라진다는 점은 분명 눈여겨볼만 하다.

스트레스를 안 받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스트레스를 받아도 아프지 않고 잘 살아가는 사람들도 분명히 있다. 외부의 상황과 조건은 내가 노력한다고 해도 바꿀 수 없을 때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이냐는 결국 자신이 결정하는 것이다. 현대의 복잡한 일상속에서 우리는 수많은 스트레스 상황을 마주하게 된다. 일상의 스트레스가 디스트레스가 아닌 유스트레스가 될 수 있도록 하루하루 노력한다면 일상의 화가 복으로 바뀔 뿐 아니라 수많은 질환을 예방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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