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현 약사의 약 부작용이야기] 한약제제 감기약 먹었더니 밤새 말똥말똥했다고요?
[배현 약사의 약 부작용이야기] 한약제제 감기약 먹었더니 밤새 말똥말똥했다고요?
  • 배현 밝은미소약국(분당) 약국장ㅣ정리·장인선 기자 (insun@k-health.com)
  • 승인 2019.05.24 09:58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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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현 밝은미소약국(분당) 약국장
배현 밝은미소약국(분당) 약국장

‘띠로띠로띠로띠로리 띠로리라~♬’.

전화벨 소리가 우렁차게 울려 퍼졌지만 한창 바쁜 오전 시간이라 바로 전화를 받지 못했습니다. 두 번 반쯤 전화벨 소리가 반복되고 나서야 겨우 받을 수 있었지요.

“감사합니다. 밝은미소약국입니다.”

“전화 연결되기 어렵네요. 뭐 좀 물어볼 게 있어서 전화했어요.”

“죄송합니다. 전화 올 때 마침 정신없어서 늦게 받았네요. 어떤 것이 궁금하신가요?”

“제가 콧물약을 먹은 후로 잠이 안 와서요. 보통 콧물약은 졸리다고 하는데 저는 어제 잠을 꼬박 새워서 힘들어 죽겠어요.”

“그러셨어요? 많이 불편하셨겠네요. 언제 구입하신 약인가요?”

“지난번에 약국에서 알약과 가루약을 같이 구입했어요. 그때는 두 번 먹고 괜찮아서 놔뒀다가 다시 먹었는데요. 어제는 꼬박 잠을 자지 못했네요.”

“혹시 약 이름을 알 수 있을까요?”

“알약은 OO코정이고 가루약은 소청룡탕 과립이라 적혀 있어요.”

“그러셨군요. OO코정에는 슈도에페드린이 들어있어요. 소청룡탕에는 마황이 들어있고요. 이 두 가지 성분을 같이 복용하면 콧물에 효과는 좋은데 상황에 따라 잠이 오지 않을 수 있습니다. 혹시 커피 같은 카페인 음료를 드시진 않으셨어요?”

“할 일이 많고 피곤해서 평소보다 커피를 많이 먹긴 했어요.......”

2017년 2월부터 프로야구 SK구단 임석진 선수는 피부질환이 있어 한의원에서 치료를 받았습니다. 현역으로 선수생활을 하고 있는 만큼 ‘도핑 테스트’에 문제가 없는 약물로 처방해 달라고 부탁했지요.

그런데 그해 5월부터 임석진 선수가 부상으로 경기에 나가지 않자 한의원에서는 치료 목적으로 ‘마황’이 함유된 한약을 처방했습니다. 하지만 임석진 선수는 이 사실을 알지 못했고 7월에 받은 도핑테스트에서 결국 금지약물 복용으로 2018년 36경기 출장 정지라는 무거운 징계를 받았습니다. 이 사건은 선수 개인에게도 큰 시련이 됐지만 의약계에도 큰 논란을 일으켰습니다.

마황은 한국, 중국, 일본에서 오랫동안 사용돼온 약이지만 미국에서는 1990년대부터 다이어트나 운동능력 향상을 위한 건강기능식품으로 본격 판매됐습니다.

때문에 한의사나 약사가 증상에 따라 마황을 선택해주는 동양 3국과는 달리 미국에서는 개인의 무분별한 사용으로 인한 부작용 보고가 급증했고 급기야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는 2004년 마황 또는 에페드린 성분이 포함된 건강기능식품 판매를 금지하기에 이르렀습니다. 당연히 그 이후에는 부작용 사례도 급격히 줄었지요. 이런 상황에서 국내에서도 마황에 대한 논란이 커진 것입니다.

마황에는 교감신경을 자극하는 약물인 ‘에페드린’이 함유돼 있습니다. 에페드린이 몸에 흡수되면 심장박동을 빠르게 하고 에너지대사를 촉진시키며 혈관을 수축하고 분비물을 줄여줍니다.

때문에 콧물, 가래 등 호흡기질환에서부터 근골격계질환, 피부질환, 비만치료에까지 다양하게 사용될 수 있는 것입니다. 문제는 교감신경이 지나치게 흥분되면 부작용이 발생한다는 것입니다.

대표적으로 신경과민, 불안, 불면증, 두통, 메스꺼움, 구토 및 비뇨기문제와 같은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어요. 더 심각하게는 고혈압, 심장박동 이상, 뇌졸중, 발작, 중독증상이 발생할 수 있고 심지어 사망에까지 이를 수 있습니다.

우울증, 고혈압, 녹내장, 심장병, 전립선비대증, 소변장애, 발작장애, 뇌혈관장애, 정신장애, 갑상선질환, 당뇨병과 같은 질병이 있다면 더욱 조심해야합니다. 특히 심혈관계 부작용이 심각해 미국에서는 에페드린 남용으로 인한 심혈관질환 발생사례가 많이 보고됐습니다.

국내에서도 2004년 이와 관련한 논란이 일자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는 안전 가이드라인을 배포했습니다.

배포자료에 따르면 미국의 경우 12세 이상 성인 기준 에페드린 성분은 1일 150mg 이하로 복용하도록 하며 국내 OTC 감기약 에페드린 기준은 1일 염산에페드린의 경우 75mg, 슈도에페드린은 240mg이므로 현재(2004년 기준) 시판된 한약제제는 안전하다는 것이었죠.

보통 평균적으로 마황에 포함된 에페드린 성분은 0.7%로 보고 있습니다(대한약전). 다빈도 감기약인 갈근탕 엑스과립 함량을 살펴보면 마황은 1회 복용량에 2.67g이 들어있어요. 평균 에페드린 함유량 0.7%로 계산해 보면 1회 18.69mg, 1일 약 56mg의 에페드린을 복용하게 됩니다.

이것은 미국에서 정한 용량의 150mg보다 한참 적은 양입니다. 또 마황이 함유된 처방인 소청룡탕 과립을 1일 3회 3일간 복용한 경우 에페드린이 48시간 이내 100% 배출됐다는 연구결과도 있습니다. 즉 시판된 감기약에 함유된 마황함량은 매우 낮고 함유된 한약제제를 복용했다고 하더라도 체내에 에페드린이 오랫동안 머물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어요.

그러니 환자가 마황이 함유된 것을 알고 있고 전문가의 의견에 따라 복용한다면 괜찮습니다. 문제는 마황이 함유된 줄 모르고 다른 약물을 중복 복용했을 때 발생합니다.

마황이 함유된 한약제제는 갈근탕, 갈근탕가천궁신이, 소청룡탕, 방풍통성산, 거풍지보단, 오적산 등이 있고 일반의약품으로는 자모 등이 있습니다. 이들은 일반의약품으로 쉽게 구입할 수 있지만 이름만 봐서는 마황이 든지 알기 어렵습니다.

또 한의원에서 마황이 함유된 약을 처방받는다 해도 처방전이 공개되지 않아 어떤 약제가 들어있는지 알 방법이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만일 이런 약을 복용하면서 감기로 콧물, 가래약을 처방받거나 일반의약품을 구입해 복용한다면 에페드린 1일 허용량에 근접하게 돼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더군다나 교감신경 작용 약물에 예민한 사람, 카페인을 다량으로 섭취한 경우, 스트레스 등으로 지나치게 흥분한 상태나 운동을 심하게 하는 경우에는 더욱 위험합니다.

위의 환자의 경우 카페인을 많이 복용한 후 슈도에페드린이 포함된 OO코와 소청룡탕을 동시에 복용함으로써 불면이 나타난 사례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만일 심장까지 안 좋은 환자였다면 더 큰 문제가 발생했을 겁니다. 또 마황은 항우울제, 혈압약, 기관지확장제 등과도 상호작용을 일으켜 이러한 약물들을 복용할 때도 반드시 주의해야합니다.

마황은 중독성 약물로도 알려져 있습니다. 에페드린은 교감신경을 자극해 에너지 소비를 높이고 운동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기 때문에 남용하기 쉽습니다. 또 흥분성 약물 ‘암페타민’과 구조가 비슷하기 때문에 뇌 신경계에도 직접 작용할 수 있지요.

에페드린 성분의 감기약을 대량 사용해서 ‘메스암페타민(필로폰)’을 만들 수 있다고 해 사회적으로 문제 된 적도 있습니다. 때문에 마황을 전문가 지시 없이 장기간 사용한다면 몸에 문제가 발생할 위험이 높습니다.

다행히 마황은 복용을 중단해도 금단증상이 크게 나타나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남용 가능성을 무시할 순 없습니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경동시장처럼 약재 파는 곳에 가면 마황을 쉽게 구할 수 있어 위험성은 더욱 높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일반의약품으로 나와 있는 마황 함유 한약제제는 약국에서 구입 가능합니다. 치료용으로 한의원에서 짓는 한약은 반드시 한의사의 진료가 필요하지요. 때문에 교감신경 작용 약물에 민감하거나 혈압약 등의 약을 계속 복용하고 있다면 반드시 사전에 약사, 한의사에게 이런 사실을 알려야합니다.

또 개인적으로 복용 중인 기능성 건강식품이나 한약재 등도 말씀해주셔야 부작용을 최소화 할 수 있습니다. 구하기 쉬운 약이라고 해서 모두 안전한 건 아니라는 점을 꼭 기억해주세요.

※참고

본문에 제시된 환자와의 대화는 이해를 돕기 위해 극적 재구성 된 것입니다.

※참고문헌

Lauralee Sherwood, 《인체 생리학 제9판》, 강명숙 외 21 옮김, 라이프사이언스, 2016

《현대 생약학》 생약학연구회, 학창사, 1995

《한방에서 답을 찾다》 매일경제TV <건강한의사>, 매일경제신문사, 2019

“SK 유망주 임석진, 어쩌다 도핑방지규정을 어겼나” <스포츠조선> 2017년 10월 27일 기사

“한약재 마황에 든 ‘논란 약물성분’ 어찌하오리까” <한겨레> 2018년 3월 26일 기사

“한방 비만 처방의 ‘마황’ 약재 안전성 논란에 대해” <한겨레> 2018년 4월 10일 기사

“모유수유 중 의약품(10) 슈도에페드린 함유제② ” <민족의학신문> 2011년 9월 21일 기사

“마황함유 한방감기약 안전성 문제 보도 검토” 식약처 2004년 8월 12일

“Psychiatric Effects of Ephedra: Addiction” <psychiatryonline> 2005년 11월 1일 기사

“감기약으로 만든 마약 팔리고 있다” <시사저널> 2015년 3월 5일 기사

《Cardiotoxicity of Ma Huang/Caffeine or Ephedrine/Caffeine in a Rodent Model》 System. J. K. Dunnick, G. Kissling, D. K. Gerken, M. A. Vallant, and A. Nyska. Toxicol Pathol. 2007; 35(5): 657–664.

《비만 치료에서 마황 및 에페드린의 유효성, 안전성에 대한 고찰》 조가원, 옥지명, 김서영, 임영우, J Korean Med. 2017;38(3):170-184

《Elimination of Ephedrinesin Urine Following Administration of a Sho-seiryu-to Preparation》 Kuei Hui Chan, Mei-Chich Hsu, Fu-An Chen, and Ku-Fu Hsu, Journal of Analytical Toxicology, Vol. 33, April 2009

※참고 사이트

https://ntp.niehs.nih.gov/

http://nch.adam.com/

https://www.thecabinchiangmai.com/

약학정보원 홈페이지 https://www.health.kr/

드럭인포 http://druginf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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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호 2020-01-12 11:18:56
약사님 멋지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