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 한의 화장품 파헤치기] 화장품의 고가성분, 과연 제대로 흡수되긴 하는 걸까?
[닥터 한의 화장품 파헤치기] 화장품의 고가성분, 과연 제대로 흡수되긴 하는 걸까?
  • 한정선 향장학 박사(아시아의료미용교육협회 부회장) (fk0824@k-health.com)
  • 승인 2019.05.24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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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선 향장학 박사(아시아의료미용교육협회 부회장)
한정선 향장학 박사(아시아의료미용교육협회 부회장)

언젠가 화장품업체 대표와 함께하는 자리가 있었다. 새로운 화장품을 출시했는데 세포재생을 돕는 ‘세포성장인자(EGF)’가 경쟁사와 비교해 월등히 높은 함량을 차지한다며 흥분을 감추지 못하시는 눈치였다.

“대표님! EGF가 그대로 피부에 흡수되면 날마다 새로운 세포가 자라서 헐크처럼 바위만 한 얼굴이 되지 않겠어요?”

말을 잇지 못하는 대표를 보며 너무 직설적으로 말한 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도 화장품회사들은 줄기세포를 비롯해 EGF, 콜라겐, 캐비아 등 고가의 성분을 내세우면서 노화를 예방해준다고 소비자들을 설득한다. 함량을 논하기도 민망할 정도의 극미량은 둘째치더라도 진짜 피부 안까지 흡수돼 노화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까? 오늘은 화장품의 피부흡수율에 대해 얘기하고자 한다.

화장품업계에서는 미백, 주름, 항산화, 항노화 등 기능성화장품의 신소재개발은 물론 실제로 피부에 적용했을 때의 ‘경피흡수율’을 높이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치밀한 구조로 겹겹이 쌓인 강력한 피부장벽을 뚫고 피부 깊숙이 흡수된다는 것은 상상 속에서나 가능하다.

제품마다 차이가 있지만 일반적으로 화장품의 피부흡수율은 1~3% 정도에 불과하다. 피부는 자체방어벽이 높아 외부물질을 그대로 흡수하지 않는다. 외부의 독성으로부터 몸을 보호하는 본능적인 방어기제라고 볼 수 있다.

화장품은 핵심성분이 천연이든 유기농이든 추출성분을 떠나 제조과정에서 필연적으로 화학반응을 통해 만들어진다. 그런 화학성분들이 가감 없이 피부에 흡수된다고 가정해보자. 그야말로 위험천만한 일이 아닐 수 없다. 

2000년 국제학술지에 실린 ‘The 500 Dalton rule for the skin penetration of chemical compounds and drugs’ 논문에 따르면 약물이든 화장품이든 500달톤(Dalton) 이하의 크기일 때 피부흡수가 가능하다. 원자 하나의 질량을 12달톤으로 정의하는데 크기를 나타내는 단위라고 생각하면 쉽다.

하지만 세포성장에 도움을 주는 EGF의 경우 최소크기가 6000달톤이며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콜라겐은 일반적인 크기가 30만달톤 정도 된다. 색소침착에 도움을 주는 비타민C의 경우 약 1만8000달톤이기 때문에 피부에 아무리 많이 바른다고 해도 흡수되기 어렵다. 

이처럼 수치만 봐도 피부흡수를 위한 조건과는 너무 많은 차이가 있다. 따라서 우리는 화장품에 들어있는 고가성분의 유혹에 흔들리지 말고 최대한 흡수율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만한 정성을 들여야한다.

일단 죽은 각질로 겹겹이 쌓인 각질층을 부드럽게 제거하면서 화장품의 유효성분흡수를 돕는 환경을 만들자. 또 표면온도가 높아질수록 흡수율에 도움을 주기 때문에 스팀타월을 이용, 모공을 열어준다. 주기적인 얼굴마사지 역시 혈액순환을 촉진해 흡수율향상에 도움을 준다.

생각해보면 우리 피부의 견고한 방어시스템은 우리 몸을 지켜주는 방패와도 같다. 하나의 우주라고 하는 우리 몸의 신비한 시스템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자. 그것이 척박한 환경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가장 적극적인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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