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철의 다가오는 미래의학] 내 유전자에 딱 맞는 화장품은? ‘맞춤형 피부관리시대’가 온다!
[김경철의 다가오는 미래의학] 내 유전자에 딱 맞는 화장품은? ‘맞춤형 피부관리시대’가 온다!
  • 김경철 가정의학과 전문의(강남미즈메디병원 원장)ㅣ정리·장인선 기자 (insun@k-health.com)
  • 승인 2019.05.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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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철 가정의학과 전문의(강남미즈메디병원 원장)
김경철 가정의학과 전문의(강남미즈메디병원 원장)

남들보다 유달리 피부가 하얀 사람이 있는 반면 어릴 때부터 가무잡잡한 피부를 타고난 사람도 있다. 대개 부모 중 한 명의 피부톤을 닮곤 하기에 피부색은 대표적인 유전적요인으로 분류된다.

같은 아프리카인의 피부색도 인종, 부족마다 다르다. 미국 펜실베니아 연구팀은 아프리카의 이디오피아, 보츠나와, 탄자니아 등 3개국 주민 1500명을 대상으로 유전자검사를 시행한 결과 ‘SLC24A5’ 유전자는 피부색소 농도를 떨어뜨려 창백한 피부색을 만드는 반면 ‘MFSD12’ 유전자는 피부색소 농도를 높여 피부색을 더 검게 만드는 것으로 파악했다.

실제로 연구팀은 검은 피부색의 아프리카인에서 발견되는 MFSD12 유전자를 흰색의 실험용 생쥐에게 이식한 결과 생쥐 피부가 회색으로 변화하는 것을 추가로 밝혀내는 등 피부색과 관련된 유전자 연구를 2017년 ‘과학자’라는 저널에 발표했다.

또 주변에 나이 들어도 유달리 동안 피부를 유지하고 있는 사람이 있는 반면 피부가 쉽게 상하고 노화가 빨리 오는 사람도 있다.

피부 탄력성을 유지하는 가장 주요한 요소는 피부의 진피층을 지지하는 콜라겐이라는 섬유다. 콜라겐은 나이 들면서 감소해 주름이나 탄력성저하의 주원인이 된다. 이런 콜라겐 유지에 중요한 작용을 하는 유전자 중 하나가 바로 MMP1 유전자다. 따라서 이 유전자에 변이가 있으면 남들보다 콜라겐 감소가 빨라진다.

또 AGER 유전자에 변이가 있으면 피부 탄력을 유지하는 단백질들이 당분과 결합해 당단백질이 되는 당화현상이 일어나 피부 탄력이 떨어지고 피부색이 어두운 노란색으로 바뀌면서 노화를 일으킨다.

어떤 사람은 민감성 피부라 조그만 자극에도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르거나 가려워지는 등 염증반응이 쉽게 일어난다. 또 어떤 사람은 햇볕의 자외선에 민감한 광과민성을 호소한다. 많은 연구에서 이러한 개인적인 차이는 모두 유전자가 다르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유전자검사가 값이 싸지고 쉽게 검사할 수 있게 되면서 많은 유전체 분석회사들이 앞다퉈 개인맞춤 피부관리에 대한 상품을 내놓았다.

대표적인 회사가 호주의 SKIN DNA4U다. 이 회사는 앞서 언급한 피부노화, 색소침착, 광과민성, 염증성 피부, 활성산소에 의한 피부손상 등에 대한 유전체 검사를 통해 맞춤 피부케어를 추천해주는 사업을 2015년부터 해오고 있다.

영국의 GeneU라는 회사는 유전자 분석을 통해 18개의 세럼 중에서 2개를 추천하는 맞춤 화장품 사업을 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유전체 분석회사 테라젠이텍스가 유전체 기반의 맞춤 화장품을 내놓은 바 있다.

전 세계적으로 화장품사업을 주도하는 한국의 유수 화장품 회사도 유전체 기반의 맞춤 화장품 시장에 관심을 갖고 자체적인 대규모 연구를 진행하거나 유전체 분석회사와 손잡고 데이터들을 수집하기 시작했다.

국내 1위 화장품 회사인 아모레퍼시픽은 테라젠이텍스와 함께 유전체기반의 맞춤 화장품 개발을 목표로 현재 서울 명동에서 피부 진단 및 유전자 진단을 통해 데이터를 수집 중이다. 1만명 이상의 데이터 수집이 목표인데 올해 초 기준으로 피부측정 데이터 5193건, 유전체 분석 데이터 1247건을 이미 확보한 상태다.

특히 아모레퍼시픽은 이 중 일부 데이터를 이용해 한국인의 유전적 피부특성에 대한 연구를 진행한 연구논문을 세계화장품학회서 발표, 그 혁신성을 인정받은 바 있다. 이 논문은 한국인 피부의 보습, 주름, 색소침착 등의 피부특성들에 대한 유전자지표를 발굴하고 한국인 여성의 유전형-표현형 상관관계 분석을 통해 유전자별로 개인에게 최적화된 피부관리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밝혔다.

LG 생활건강은 유전체 분석회사인 마크로젠과 공동합작법인인 미젠스토리를 세워 유전체에 기반해 피부, 탈모 등에 대한 개인 맞춤 화장품 및 건강기능식품을 추천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기초 데이터 수만 건을 분석하고 있는 중이다.

국내 1위의 화장품 및 의약품 생산업체 한국콜마 역시 국내외에 널리 알려진 유전체 분석 회사 이원다이애그노믹스(EDGC)와 함께 유전체에 기반한 맞춤 화장품 생산을 준비 중이다.

또 다른 유전체 분석 회사인 DNA링크는 2017년 잇츠한불과 DTC 유전자 검사 맞춤 화장품 개발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올해부터 ‘볼륨톡스’로 유명한 파이온텍과도 제휴 사업에 나설 예정이다.

이처럼 산업계가 발 빠르게 움직이는 것은 첫째 소비자의 요구이고 둘째 이에 부응하는 제도의 변화에 기인한다.

인텔 보고서에 따르면 16세 이상 인터넷 사용자 2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맞춤형 화장품에 대한 관심도는  61%로 상당히 높았다. 2020년 3월부터는 매장에서 내용물이나 원료를 혼합·소분해 즉석에서 제품을 제공하는 맞춤형 화장품 제조가 식약처의 허가로 시행될 예정이다.

또 현재 12가지로 제한된 소비자직접유전자검사(DTC)가 올해 시범사업을 거쳐 내년에 57개 항목을 대상으로 대폭 늘어난다. 무엇보다 피부 관련 특성은 기미/주근깨, 색소침착, 여드름, 피부노화, 피부염증, 태양노출후 반응, 튼살/각질 등으로 대폭 늘어날 예정이다.

이런 소비자들의 요구와 제도 개선은 맞춤형 화장품의 선도적 개발로 제2의 K-화장품 열풍을 일으킬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다른 분야에 비해 피부 관련 유전자 연구는 대상자의 규모가 작고 피부 특성을 측정하는 표현형 방식의 규격화가 이뤄지지 않아 연구의 신뢰성이 다소 떨어지는 것도 사실이다.

무분별한 사업화보다는 보다 내실 있는 연구와 기초 데이터 확보를 위해 더 많은 투자와 노력이 필요하다. 그것이 자신만의 피부관리를 추구하는 소비자들의 눈높이를 맞추고 한국의 과학적 위상을 높이는 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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