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 한의 화장품 파헤치기] 넓어진 모공을 다시 되돌린다고? ‘모공수축화장품’의 진실
[닥터 한의 화장품 파헤치기] 넓어진 모공을 다시 되돌린다고? ‘모공수축화장품’의 진실
  • 한정선 향장학 박사(아시아의료미용교육협회 부회장) (fk0824@k-health.com)
  • 승인 2019.05.30 00: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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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선 향장학 박사(아시아의료미용교육협회 부회장)
한정선 향장학 박사(아시아의료미용교육협회 부회장)

갑자기 높아진 기온 탓에 예민해진 피부는 마치 탈출구가 필요하다는 듯이 피지를 모공으로 정신없이 배출하느라 난리법석이다.

그러다 보니 이맘때만 되면 여름철 특수아이템인 ‘모공수축화장품’이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간다. 이들 제품의 광고를 보면 높아진 기온으로 인해 지나치게 분비되는 피지량을 낮추고 넓어진 모공을 획기적으로 줄여준다고 호언장담하고 있다.

먼저 모공과 피지량의 관계를 정확히 알아보자. 모공은 털이 나온 구멍을 말하며 피지선은 구조적으로 털을 만들어내는 모낭과 붙어있다. 피지분비량은 모공개수 및 크기와 긴밀하게 연관돼 있는데 보통 피부표면적(㎤)당 100~120개 정도의 모공이 있고 얼굴모공은 2만개가 넘는다.

직접적인 호르몬의 영향을 받아 생성되는 피지는 청소년과 남성에게 더 많고 특히 기온이 올라가는 여름에는 ‘피부항상성’ 유지를 위해 자연적으로 분비량이 증가한다.

피지는 피지선을 타고 모공을 통해 밖으로 분비되며 외부세균으로부터 피부를 보호하고 수분증발을 막아 피부건조를 예방한다. 피지는 피부건강을 위해 꼭 필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좁은 출구를 통해 피지가 분출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모공이 확장된다는 점이다. 또 피지 외에 화장품잔여물과 노폐물 등의 물리적 무게도 모공의 확장원인이라고 볼 수 있다.

모공이 커지는 또 다른 주요원인은 피부노화다. 모공에는 근육이 없어 콜라겐섬유와 탄력섬유로 모공을 지지하는데 내인성 노화와 외인성 노화로 인해 피부탄력이 저하되면서 수분보유능력이 현저히 떨어진다. 즉 모공지지력이 떨어지면서 자연스럽게 넓어지는 것이다. 모공이 늘어졌다는 표현이 더 알기 쉽겠다.

그런데 이러한 여러 원인들을 해결하면서 넓어진 모공을 수축시켜준다는 화장품, 정말 효과가 있을까?

모공수축화장품은 대체로 피지분비를 억제시키거나 화학성분을 통해 과각질화된 각질층을 제거함으로써 피지배출을 돕는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설령 이것이 사실이라도 이는 피지가 과잉생성되는 피부에 국한시켜 사용하는 ‘피지조절화장품’이지 모공수축화장품이 아니다.

또 간혹 피지조절화장품 사용 후 모공이 좁아졌다고 느끼는 것은 수렴작용성분인 알코올, 멘톨, 위치하젤 등으로 인한 일시적 현상이다. 일시적으로 피부를 자극해 조이는 것을 모공이 좁아졌다고 착각하는 것인데 피부온도가 제자리로 돌아오면 이내 넓어진 상태로 돌아간다. 결국 피부를 건조하게 만들어 피지를 더 많이 생성시키는 악순환의 반복일 뿐이다.

더욱 위험한 것은 피지분비량이 많지 않은데도 노화로 인해 모공이 늘어진 피부에 모공수축화장품을 사용하는 경우다. 이는 오히려 피부의 유수분균형을 깨뜨려 노화를 가속화시킨다.

화장품만으로 세포를 재생해 모공을 수축시킨다는 것은 대단히 어려운 일이다. 모공확장은 단순히 과잉분비되는 피지문제가 아니라 세포노화로 인한 현상이기 때문이다. 간혹 피부표면을 부풀어 오르게 함으로써 모공을 수축시킨다고 주장하는 경우도 있지만 직립보행으로 중력을 받는 한 다시 늘어지는 것은 시간문제일 뿐이다.

기억하자. 넓어진 모공은 절대 되돌릴 수 없다. 다만 피부관리를 위한 생활 속 노력만이 모공확장을 잠시 늦춰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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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일스 2019-06-13 15:32:36
한박사님이 쓰신 글은 언제 읽어도 수긍이가고 신선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