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건강이야기] 반려동물 구토, 심각한 질병의 신호일수도!
[반려동물 건강이야기] 반려동물 구토, 심각한 질병의 신호일수도!
  • 김현욱 24시 해마루동물병원 응급중환자의료센터 센터장|정리·이원국 기자 (21guk@k-health.com)
  • 승인 2019.06.01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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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욱 24시 분당 해마루동물병원 응급중환자의료센터 센터장
김현욱 24시 분당 해마루동물병원 응급중환자의료센터 센터장

반려동물이 갑자기 토하면 어떻게 해야 하나 하며 당황하기 마련이다. 보통 갑작스러운 구토는 급성 위염 같은 단순한 위장 장애인 경우가 많다. 하지만 심각한 질병이나 상황의 초기 증상으로 나타나는 경우도 있어 구토가 일어나면 구토의 반복이나 다른 증상의 발생 여부에 대해 주의 깊게 관찰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구토 자체는 반려동물에게 항상 나쁜 것은 아니다. 상한 음식, 독성물질 등을 섭취했을 땐 구토를 통해 위험물을 빠르게 배출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사람과 마찬가지로 반려동물 뇌에는 화학수용체(chemoreceptor trigger zone; CTZ)가 있다. 이 화학수용체는 체내에 독성물질이 들어오면 구토중추를 자극해 위장관을 통해 유입될 수 있는 독성물질을 체외로 배출시킨다. 이는 신체 방어기전 중 하나다. 개는 고양이보다 위험물질에 노출될 가능성이 더 높아 이런 중추가 발달해 있다. 이는 개가 고양이보다 구토를 자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체내에 정상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독성물질은 간의 해독과 신장의 배출 기능을 통해 제거된다. 그런데 간, 신장 기능이 심각히 저하되면 체내 독성물질 축적 때문에 CTZ 활성화로 구토가 발생할 수 있다.

이외에도 칼슘, 칼륨 등 주요 전해질의 불균형, 부신피질기능저하증 등 대사 이상도 구토를 유발할 수 있다. 구토를 유발하는 주요한 다른 원인으로는 구토 중추를 직접적으로 자극하는 뇌염, 뇌수두증, 뇌종양과 같은 뇌 질환 또는 전정기관 이상이 있다. 마지막 원인으로는 실제 만성 위염, 급·만성 위장염, 췌장염과 같은 위장관에 이상이 있는 경우로 구분된다.

위와 같이 구토는 다양한 원인으로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음식을 토한다는 것만으로 원인을 감별하기는 매우 어렵다. 단 급성 구토의 경우 과식, 상한 음식 섭취, 독성물질 섭취와 같은 특이한 병력이 확인되는 경우가 있으므로 구토 전 어떠한 상황이 있었는지 되짚어 보아야 한다. 1회성 구토 이후 특별히 다른 증상이 동반되지 않고 활동의 변화가 없다면 우선 사람의 급체와 비슷하게 급성 위염으로 간주할 수 있다.

단순 급성 위염의 경우 8~12시간 정도 음식 섭취를 중단하고 이후 소화하기 쉬운 음식을 먹였을 때 추가 증상 없이 빠른 회복을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구토, 식욕결핍, 복통, 설사 등의 위장 증상이 반복되거나 원인 불명의 기력저하가 확인되면 정확한 원인 감별 및 적합한 치료 방향을 결정하기 위해 동물병원 진료가 반드시 필요하다. 특히 세균성·바이러스성 장염, 위장관 폐색, 부신피질기능저하증 등은 단순 구토 외에도 심각한 전신 증상을 유발한다. 적합한 치료를 받지 못하면 생명이 위험할 정도로 상태가 빠르게 악화할 수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토한 음식을 발견했다고 해서 무조건 구토로 추정해선 안 된다. 식도 폐색, 식도 운동성 장애 등이 있다면 음식물이 식도에 정체되어 있다가 이를 반려동물이 게워내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보통 음식물을 게워내는 경우 위장 수축이나 실제 구토에서 볼 수 있는 노력이 동반되지 않기 때문에 세심한 관찰을 통해 이를 구별할 수 있다. 하지만 보호자가 관련 지식이 없거나 경험이 부족하다면 수의사의 전문적인 판단이 필요하다. 구토와 달리 음식을 게워내는 것은 대표적인 식도 이상이다. 식도 이상 평가를 위해 흉부 방사선 검사, 조영검사 또는 경우에 따라 식도 내시경 검사 등이 필요하며 원인이 정확히 진단돼야 치료 가능성 및 치료 방법을 판단할 수 있다.

다른 증상을 동반하지 않은 단순 구토도 2주 이상 간헐적으로 반복되는 경우 단순한 급성 위염으로 볼 수 없다. 이 경우 구토 원인을 찾기 위해서 동물병원에서 다양한 검사가 단계적으로 필요하다. 종합적인 혈액검사와 함께 복부 방사선, 초음파 검사가 필요하며 경우에 따라 상부 위장관 내시경 검사 및 위 조직생검, 병리조직검사 평가 등이 필요할 수도 있다. 증상의 경중에 따라 식이 조절, 대증 치료 등으로 구토를 다스릴 수 있지만 어떻게 접근하는 것이 유익하고 안전한지에 관해서는 전문가 조언이 필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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