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하 원장의 웰빙의 역설] 냉방병은 왜 겨울 말고 여름에만 생길까
[한동하 원장의 웰빙의 역설] 냉방병은 왜 겨울 말고 여름에만 생길까
  • 한동하 한의학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ㅣ정리·장인선 기자 (insun@k-health.com)
  • 승인 2019.06.10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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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하 한의학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
한동하 한의학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

날씨가 더워지면서 실내 에어컨을 틀 일이 많아졌다. 그런데 공공시설이나 사무실에서 에어컨을 켜 놓고 하루종일 실내에서 근무하면 찬 자극으로 인해 신체적인 불편함이 나타난다. 우리는 이것을 흔히 ‘냉방병’이라고 부른다.

냉방병은 찬 자극으로 인해 신체적인 컨디션이 떨어지면서 나타나는 다양한 증상을 통틀어 말한다. 공식적인 병명은 아니지만 병이라는 이름이 붙어 있다. 엄밀히 말하면 증후군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맞다.

국내 의료정보관련 사이트에는 냉방병을 영어로 ‘air-conditioningitis’이라고 했지만 이 용어는 국내 의료계에서 만든 것으로 정작 외국에서는 사용되지 않는 용어다. 냉방병이라는 용어 자체도 외국에서는 사용하고 있지 않다. 다만 일본에서는 사용하고 있다. 냉방병 관련 증상이 외국에서 아예 없는 건 아니겠지만 그렇게 보편화된 용어는 아니다.

일단 옷 등으로 보온이 안 된 상태에서 장시간 찬 자극에 노출되면 혈관수축, 체온저하, 피부건조, 근육위축 등으로 인한 다양한 신체적인 증상이 나타난다. 두통, 인후통, 근육통, 몸살처럼 나타나기도 하고 특히 평소 몸이 찬 체질이면 복통, 설사 등도 생긴다. 또 자율신경실조 증상(자율신경계인 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에 이상이 발생하는 것)에 의해 전반적으로 컨디션이 저하된다.

냉방병은 마치 감기처럼 나타나기도 하지만 감기와는 구별해야한다. 감기는 바이러스 감염에 의한 상기도 감염이다. 가장 큰 차이라면 냉방병은 발열증상이 없지만 감기는 발열증상이 있다. 또 냉방병은 냉기로부터 차단되면 수일 내로 증상이 회복되지만 감기는 최소 1~2주 정도 지나야 좋아진다.

간혹 에어컨에 서식한다는 레지오넬라라고 하는 세균감염도 냉방병의 범주에 포함시키기도 하는데 이 또한 구별해야한다. 레지오넬라균은 폐렴증상을 쉽게 일으키고 가벼운 독감처럼 나타난다. 하지만 레지오넬라 감염은 단순히 냉기를 차단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닌, 항생제치료를 받아야 할 비교적 심각한 감염질환이다.

냉방병은 빌딩증후군의 일종인 밀폐건물 증후군이라고도 부른다. 하지만 이것도 정확한 명칭은 아니다. 밀폐건물 증후군은 환기가 잘 안 되는 빌딩 속에서 순환되는 각종 화학물질이나 오염물질에 의한 증상을 말하지만 냉방병은 단지 찬 자극이기 때문이다. 밀폐된 건물이라도 찬 자극이 없다면 냉방병 관련 증상은 나타나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추운 겨울에는 왜 냉방병이 없을까. 이유는 간단하다. 겨울에는 그만큼 추위에 철저히 대비하기 때문이다. 만일 따뜻한 실내에서 입고 있는 것처럼 옷을 얇게 입고 나간다면 겨울에도 당연히 냉방병에 걸릴 것이다.

여름철 냉방병을 예방하려면 더운 실외(겨울철 실내)에서 냉방시설이 잘 돼 있는 실내(겨울철 실외)로 들어갈 때 옷을 따뜻하게 입을 필요가 있다. 추위를 느낄 때를 대비해 긴팔 옷이나 덧옷, 스카프 등을 항시 비치해 놓는 것이 좋다. 물론 여름철 실내 온도를 너무 낮게 하지 않고 적정온도로 높여주면 해결될 문제지만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면 옷을 이용해서 체온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

더불어 에어컨 등의 찬바람은 뒤에서 내려오기 때문에 목 뒷덜미를 자주 쓰다듬어 주면 좋다. 또 어깨운동을 자주 해서 승모근이 뭉치는 것을 풀어주고 맨손체조 등 스트레칭을 통해 혈액순환을 돕는 것도 필요하다. 아이스커피 등 차가운 음료보다는 따뜻한 생강차나 파뿌리차, 말린콩나물차를 마시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다.

냉방병의 원인은 바이러스나 세균이 아니다. 단지 찬 자극에 의한 신체적인 증상이다. 따라서 여름철 실내 온도는 26℃ 이상으로 유지하고 보온에도 신경써야한다. 우리는 한 계절에 사계절을 경험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여름철 냉방은 겨울과 다름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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