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만큼 잘하는 지역병원] 전남대병원 “국내 넘어 세계 향해 끊임없이 전진할 것”
[서울만큼 잘하는 지역병원] 전남대병원 “국내 넘어 세계 향해 끊임없이 전진할 것”
  • 장인선 기자 (insun@k-health.com)
  • 승인 2019.06.12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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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발표된 2018 건보공단통계에 따르면 소위 ‘Big5’라 불리는 서울 대형병원의 시장점유율이 8.5%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습니다. 여전히 서울 큰 병원에 가야만 병이 나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방증입니다.

하지만 지방에도 뛰어난 경쟁력을 갖춘 병원들이 무수히 많습니다. KTX 개통으로 위기를 맞았다는 얘기도 있지만 이미 지역민들의 굳은 신뢰를 얻은 지방병원들은 흔들리기보다 4차산업시대에 발맞춘 새로운 변화를 시도, 오히려 제2의 전성기를 맞았습니다.

본지는 ‘서울만큼 잘하는 지역병원’이라는 기획기사를 통해 지방의 우수한 병원들을 차례로 소개하고자 합니다. 첫 번째는 지방 국립대병원 중 단연 탁월한 성과를 내고 있는 전남대병원입니다. 이삼용 병원장과 함께 전남대병원의 곳곳을 살펴봤습니다. <편집자 주>

1910년 광주자혜의원으로 시작해 100여년이 넘는 전통을 이어온 전남대병원은 국내 최대 규모의 다병원 체제를 갖추고 지역거점병원이자 국내 대표 지방 국립대병원으로서 책임을 다하고 있다.

6월 5일 오후 1시. 하필 한창 뜨거울 때 병원 앞에 다다랐다. 그래도 이삼용 병원장의 자신있는 표정을 본 순간 알찬 취재성과를 거둘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우리 병원은 본원과 화순전남대병원(암치료 전문), 빚고을전남대병원(류마티스 및 퇴행성관절염 전문), 전남대어린이병원, 전남대치과병원을 운영하며 전국 최대 규모의 다병원시스템을 구축하고 있죠. 각 질환별로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의료서비스를 펼치며 100여년이 넘는 시간 동안 지역민들 곁을 지켜왔습니다.”

이삼용 병원장의 일목요연한 설명과 함께 이른바 전남대병원의 투어가 시작됐다. 전남대병원이 자랑할 만한 곳 위주로 소개를 부탁했더니 한 치의 망설임 없이 심뇌혈관질환센터로 기자를 이끌었다.

■심뇌혈관질환센터…광주·전남권역 중추 역할

전남대병원은 2009년 광주·전남권역 심뇌혈관질환센터로 지정받은 후 ▲심혈관센터 ▲뇌혈관센터 ▲심뇌재활센터 ▲예방관리센터를 산하에 두고 심뇌혈관질환의 예방부터 치료, 재활에 이르기까지 그야말로 전 과정을 책임지고 있다.

그중에서도 전남대병원은 심근경색 치료에 강하다. 이삼용 병원장은 “현재 국내에서 가장 많은 급성심근경색환자를 치료하고 있으며 이는 대한심장학회에서 16년 연속 최다논문 발표라는 뛰어난 연구성과로 이어졌다”고 자신있게 말했다.

최근 고령인구의 증가로 급증하고 있는 심장판막질환에서도 꾸준히 성과를 내고 있다. 2015년 수도권 이남에서는 처음으로 경피적 대동맥판막치환술(고장 난 심장 판막을 새 판막으로 교체하는 수술. 가슴 절개 없이 다리 혈관을 통해 판막을 삽입)에 성공, 현재까지 82명의 환자를 무사히 치료했다.

이에 힘입어 전남대병원 심뇌혈관질환센터는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의 운영사업평가에서 2015년부터 3년 연속 줄곧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이날도 심뇌혈관질환센터에서는 시술이 한창이었다. 기자가 직접 본 시술은 부정맥환자의 고주파전극도자절제술(심장박동을 불규칙하게 만드는 부위를 고주파로 지져서 없애는 시술). 순환기내과 윤남식 교수가 한 화면을 뚫어질 듯 바라보며 연신 손을 움직였다.

“저건 심장의 모습을 3차원으로 보여주는 영상인데 실제처럼 심장의 구조를 세밀하게 볼 수 있어 더 정확하고 안전한 시술이 가능하답니다.”

이삼용 병원장의 설명에 그제야 쿵쿵 뛰는 것이 환자의 심장이었음을 알게 됐다. 수술이 무사히 성공적으로 끝나길 한마음으로 기원하면서 서둘러 다음 장소로 향했다.

■신생아집중치료센터…최상의 인프라로 고위험신생아 집중치료

소아진료간호팀 이정순 팀장이 각종 언론에 소개된 신생아집중치료센터의 대표 성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그 옆쪽으로는 매해 진행해온 홈커밍데이 사진들이 전시돼있다.

다음으로 들른 곳은 전남대어린이병원의 신생아집중치료센터. 2009년 광주·전남지역 최초로 지정된 신생아 전문치료센터로 전남대병원이 또 하나의 강점으로 내세우는 곳이다.

의료진 외에 출입이 힘든 곳이라 안에까지는 접근이 불가능했지만 소아진료간호팀 이정순 팀장의 자세한 설명을 통해 그간의 땀방울을 느낄 수 있었다.

이정순 팀장은 “현재 신생아집중치료센터는 45병상으로 매년 극소저제충출생아 130여명을 포함해 고위험신생아 1000여명을 치료하고 있다”며 “특히 최근 중증 신생아환자들을 위해 소아중환자실을 신설, 최상의 인프라를 갖추고 치료에 매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간호스테이션에는 각 병실의 상황을 한눈에 보여주는 큰 모니터 3개가 설치돼있다. 작은 상황도 놓치지 않고 예의주시해 위급상황 시 발빠른 조치를 취하기 위해서다.

매년 가정의 달 5월이면 이곳에서 무사히 치료받고 퇴원한 아이들과 가족들이 한자리에 모인다. 이른바 ‘홈커밍데이’. 부모 육아일기 발표, 가족 장기자랑, 의료진 축하공연 등 다채로운 행사가 열린다. 매 행사는 두고두고 추억할 수 있도록 신생아집중치료센터 입구에 사진으로 전시된다.

“저출산이 심각한 상황에서 이른둥이(미숙아의 순화어)들을 건강하고 씩씩하게 키워내는 것이 저희의 소명이죠. 저희 나름 애국하고 있는 것 맞지요?”

이정순 팀장이 어느덧 벽면을 가득 채운 홈커밍데이 사진들을 쓰다듬으며 뿌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응급의료센터…중증환자의 심장에 다시 활력을!

전남대병원 응급의료센터는 광주 권역 응급의료센터로서 중증환자들의 생존율을 높이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전남대병원은 2008년 광주 권역응급의료센터로 지정받아 중증환자의 생명을 구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현재 일반적인 대학병원(2%)의 두 배가 넘는 중증환자(5.2%)를 치료 중이다.

이날도 역시 환자들로 북적였다. 무엇보다 입구에서 가장 가까운 A구역 베드에 눈길이 갔다.

응급의료센터 박형례 팀장은 “A구역은 가장 중하고 위급한 환자들을 위한 공간”이라며 “이들은 촌각을 다투기 때문에 입구 가장 가까운 곳에 베드를 배치해 신속하게 응급처치를 시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A구역 바로 맞은편에는 외상환자구역을 따로 만들었다. 교통사고나 근로현장에서 심각한 외상을 입은 환자들을 집중 치료하기 위해서다.

넓지 않은 공간이었지만 그 안에서 최대한 신속·정확한 처치가 이뤄질 수 있도록 치료구역을 세분화한 점이 매우 인상 깊었다.

“또 응급의료센터 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심정지 후 통합치료죠. 심정지환자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통합적인 치료가 필요한데 우리 병원은 저체온(체온을 떨어뜨려 몸속 해로운 물질의 생성을 줄이는 치료)·에크모치료(산소 공급을 통해 심장·폐기능을 보조해주는 치료) 등을 능숙하게 할 수 있는 의료진이 다수 포진해있답니다.”

분주한 응급실에서도 또렷이 들릴 만큼 이삼용 병원장이 힘찬 목소리로 말했다.

응급의료센터 의료진은 현재 심정지학회에서 연구·치료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데도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고 하니 이삼용 병원장이 가히 자랑스러워 할 만했다.

■장기이식센터…심장이식 성공하며 이식수술 궤도 올라

전남대병원은 서울 대학병원 못지않게 이식수술에서도 괄목할 만한 성과를 쌓고 있다. 통제구역이라 직접 볼 순 없었지만 현재까지 발표된 성과만으로도 이식수술을 향한 전남대병원의 열정을 십분 느낄 수 있었다.

최근 전남대병원은 충청·호남지역 최초로 신장이식수술 600례를 돌파했다. 교차검사양성(6례)과 혈액형 부적합 생체이식(9례) 등 고위험환자군에 대한 이식수술도 2014년부터 일찍이 성공을 거둬왔다. 간이식 수술실적도 우수한데 2014년 충청·호남지역 최초로 혈액형 부적합 간이식을 성공적으로 시행한 이후 지금까지 총 11차례의 혈액형 부적합 간이식에 성공했다.

아울러 지난해에는 광주·전남지역 최초로 심장이식수술 2건을 모두 성공했다. 전남대병원의 이식수술이 본격 궤도에 올랐음을 널리 증명한 순간이었다. 이삼용 병원장은 “전남대병원만이 지닌 우수한 인프라를 기반으로 이제는 폐 이식에도 도전해볼 것”이라고 각오를 전했다.

이삼용 병원장은 “그간 일궈온 성과에 안주하지 않고 지역거점병원이자 국립대병원의 업무를 충실히 수행하면서 이제는 국내를 넘어 세계를 향해 나아가는 감동의 전남대병원이 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4차산업시대에 발맞춰 빠른 변화 시도

모든 투어를 마치고 더위를 식힐 겸 찾은 원내 휴게공간. 전남대병원의 하반기 청사진이 궁금했다.

“먼저 전국 최대 규모의 다병원 체제 안에서 수집해온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차세대 통합병원정보시스템 구축을 준비 중입니다. 또 우리 병원은 최근 보건복지부로부터 개방형실험실 구축기관에 선정, 바이오메디컬 산업 활성화에 중추 역할을 할 기회를 얻었습니다. 관련 기업들이 우리 병원의 연구역량과 인프라를 활용할 수 있도록 실험시설과 장비 구축에 힘쓸 겁니다.”

일단은 7월 광주에서 열리는 세계수영선수권대회 지정병원으로서의 역할을 잘 수행하는 것이 목표다. 스포츠계의 관심이 쏠리는 국제대회인 만큼 선수들의 건강과 안전에 총력을 다해 전남대병원의 우수한 의료수준을 국내외 다시 한 번 입증하겠다는 각오.

사실 KTX 호남선 개통 이후 지역환자의 수도권 유출현상은 불 보듯 뻔한 일이었다. 하지만 애당초 우려와 달리 호남지역에서는 환자유출이 크지 않았다고. 이삼용 병원장은 안심하면서도 마음을 더 다잡게 됐다고 말했다.

“전남대병원의 우수한 의료진과 탁월한 연구역량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한 지역민의 신뢰가 조화를 이뤄낸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초심을 잃지 않고 지역거점병원이자 우리나라 대표 국립대병원으로서 책임을 다할 것입니다. 국내를 넘어 이제는 세계를 향해 나아갈 전남대병원의 행보에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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