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철의 다가오는 미래의학] 내 조상의 뿌리를 찾아서…‘유전자 기반 조상 찾기’ 열풍
[김경철의 다가오는 미래의학] 내 조상의 뿌리를 찾아서…‘유전자 기반 조상 찾기’ 열풍
  • 김경철 가정의학과 전문의(강남미즈메디병원 원장)ㅣ정리·장인선 기자 (insun@k-health.com)
  • 승인 2019.06.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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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철 가정의학과 전문의(강남미즈메디병원 원장)
김경철 가정의학과 전문의(강남미즈메디병원 원장)

미국에서 가장 많이 분석된 유전자검사는 암 유전자 검사도 아니고 23앤미(이하 23andMe) 같은 DTC 상품도 아닌 바로 유전자 기반의 조상 찾기 상품이다. 2019년 현재 이미 2600만명의 미국인이 이 유전자검사를 테스트 해봤다.

앤시스트리(Ancestry)가 1400만명의 DNA 테스트를 해서 업계 1위를 차지하고 있고 23andMe가 900만명의 샘플을 가져 그 뒤를 이었다. 이스라엘에 본사를 둔 마이헤리티지도 1000만명 이상의 전 세계 고객을 이미 확보하고 있다.

MIT테크놀로지리뷰에 따르면 검사당 약 10만원 정도 하는 이 조상 찾기 서비스는 향후 2년 내에 미국 소비자 1억명이 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전 미국 인구의 1/3이 유전자검사를 하게 됨을 의미한다. 무엇이 이토록 소비자들에게 열풍을 일으켰을까?

모두가 알다시피 미국은 다민족 사회이고 많은 이민자 간의 결혼을 통해 혼혈인이 대다수다. 비록 백인일지라도 아일랜드계열, 북유럽인종, 동유럽인종 등으로 다양하고 남미와 흑인, 아시아인까지 피가 뒤섞여 있기에 조상 찾기 유전자검사를 하면 그 결과 역시 매우 다양하다. 예를 들자면 아일랜드계 45%, 스칸디나비아 15%, 라틴계 20%, 일본 5% 등 매우 다양한 민족의 혼합으로 결과가 나온다.

최근 미국 최대 유전자검사 업체인 23앤드미와 에어엔비가 공동으로 ‘나의 조상을 찾아서’ 라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유전자검사에서 나온 조상의 터전을 방문하고 있다. 이는 유전자검사가 질병 진단을 넘어 새로운 비즈니스의 기회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노아 로젠버그 미국 스탠퍼드대 생물학과 교수팀은 2018 국제학술지 ‘셀’ 10월 11일자에 조상 찾기 서비스 이용자의 게놈 데이터를 이용해 범죄 수사에 쓰이는 DNA 확인 기술 (반복 서열 방식의 유전자검사)과 거의 일치하는 결과를 얻었다고 발표했다. 만일 대부분 국민이 유전자검사를 이미 해놓았다면 범인 추적이나 미아 찾기 등에 향후 이 기술이 사용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많은 사람이 유전자검사를 받으면서  잃어버린 가족을 찾는 사례도 많아지고 있다.

미국 NBC 방송에 따르면 캘리포니아주 새크라멘토에 사는 변호사 테드 우드(50)는 자신의 친부를 찾기 위해 지난 2013년 유전자 계보 웹사이트 앤시스트리(Ancestry)에 가입하고 자신의 DNA를 보냈다. 비록 친부를 찾지는 못했지만 존재조차 몰랐던 딸을 찾게 됐다. 대학 시절 우연히 정자은행에 기증을 했었는데 그로 인해 태어난 27살의 딸을 뒤늦게 만나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한국에서는 이런 조상 찾기 서비스가 가능할까? 아쉽게도 한국은 이런 검사 자체가 불가능하다. 2016년에 시작된 직접소비자 검사(DTC)에 이 서비스가 허락돼 있지 않고 병원에서도 현재로서는 불가능하다. 하지만 올해 시범사업을 거쳐 내년에 확대될 DTC 서비스의 항목에 이 조상 찾기 유전자검사도 포함돼 있어 조만간 한국인도 이 검사를 쉽게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미 유전자 데이터를 갖고 있는 필자는 앱 기반의 유전자 분석 프로그램인 마이지놈박스(MyGenomeBox)를 통해 조상 찾기 프로그램을 구입, 유전자 분석을 의뢰한 결과 놀랍게도 한국인 유전자는 50.42%에 불과하고 중국인이 25.63%, 일본인도 21.91%나 섞여 있었다. 더 이상 한국인을 단일 민족이라 부를 수 없다는 얘기다.

이런 조상 찾기 열풍은 앞으로도 더 이어질 것이지만 몇 가지 문제점도 노출되고 있다.

먼저 기술적 에러다. 이는 아직 데이터베이스가 충분하지 않은 민족 대상의 서비스에서 더 흔히 나타난다.

실제로 최근 23&me는 이전에 분석했던 유전자검사 결과를 고객에게 통보 없이 바꿔 물의를 일으켰는데 주로 아시아 고객들이 해당됐다. 초기에 분석한 조상의 분포가 후에 달라진 것이다. 이는 여러 업체 가운데 한국인에 대한 데이터를 얼마나 많이 분석했는지를 고려해 서비스를 선택해야함을 시사한다.

무엇보다 고객들의 정보가 취합되고 특히 가족 간의 관계를 증명할 수 있는 민감 정보가 해킹되거나 불순한 의도로 이용되면 생각지도 못한 사회적 이슈가 발생할 수 있다. 이미 미국에서는 가족 간의 유전자검사 비교를 통해 서로 친부모, 친자식이 아닌 경우를 발견하게 되는 웃지 못할 해프닝이 심심치 않게 발생하고 있다.

이런 부작용을 사전에 예방하고 데이터를 안전하게 보관함을 전제로 유전자검사의 대중적 확산이 사회에서 받아들여지고 준비되는 시점이라 할 수 있다. 조상 찾기를 넘어 나의 정체성을 발견하는 것도 유전자검사의 또 하나의 의의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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