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건강이야기] 발열은 중대 질환의 초기 증상일 수 있다!
[반려동물 건강이야기] 발열은 중대 질환의 초기 증상일 수 있다!
  • 김진경 24시 해마루동물병원 원장 |정리·이원국 기자 (21guk@k-health.com)
  • 승인 2019.07.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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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경 24시 분당 해마루동물병원 내과 부장
김진경 24시 분당 해마루동물병원 원장

“강아지가 잘 움직이지 않고 떨면서 숨을 가쁘게 쉬고 평소보다 체온이 높은 것 같아요.”

이런 증상으로 응급 내원하는 환자가 종종 있다. 그런데 보통 보호자는 개나 고양이의 체온을 직접 재는 방법을 알지 못하는 편이다. 그래서 정확한 체온을 측정해 알려주는 보호자가 거의 없다.

반려동물의 체온을 재는 가장 정확한 방법은 약국에서 판매하는 전자체온계나 수은체온계를 항문에 2~3cm 정도 밀어 넣어 재는 것이다. 저항감을 줄이기 위해 오일이나 바셀린을 약간 바른 다음 넣는 것이 수월하다. 개와 고양이의 정상체온은 37.5~38.5도 정도다. 사람보다 다소 높다. 체온이 39.5도가 넘으면 열이 나는 것으로 판단하고 40도가 넘으면 동물병원에 내원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발열과 고체온증을 구별하는 일은 일반인에겐 쉽지 않다. 발열은 몸안의 염증물질 때문에 뇌 체온중추의 발열점이 높아져서 체온이 상승한 것이다. 고체온증은 주변 기온 상승, 과격한 운동 등으로 체온이 상승한 상태(뇌 체온중추의 발열점은 동일하다.)를 말한다.

여름철 고체온증으로 발생하는 위험한 질병이 열사병이다. 개가 더운 차 안에 방치되거나 산책을 무리해서 하는 경우 발생할 수 있다. 보호자가 생각하기에 큰 문제가 되지 않은 상황이었더라도 짧은 시간 동안 다소 더운 환경에 노출됐을 때도 열사병 증상으로 응급 내원하는 경우가 종종 있으니 극히 주의해야 한다. 이러한 경우 체온을 내리기 위해 찬물이나 얼음팩을 개의 몸에 직접 대면 말초 혈관이 수축돼 체온을 내리는데 더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러므로 미지근한 물을 뿌리고 선풍기를 틀어주거나 수건을 둘러싼 얼음팩을 대주면서 동물병원에 연락해야 한다.

체내 염증물질 때문에 열이 나는 경우 열이 올랐다가 다시 내리거나 수일~수주 동안 열이 약간 오른 상태로 지속하는 등 경과가 다양할 수 있다. 그러다가 일반적으로 식욕이나 기력이 떨어지고 토하거나 떠는 등의 증상이 생기면 동물병원으로 내원하게 된다. 어떠한 경우라도 열이 난다면 반드시 그 원인이 있다. 중대한 질환의 초기 증상으로 열이 나는 경우도 많으므로 발열은 절대 간과해서 안 된다. 따라서 보호자 임의로 사람 해열제를 먹이거나 발열에 대한 진단검사를 거부해서는 안 된다. 사람 해열제를 반려동물에게 먹이면 심각한 간 또는 신장 손상이 일어날 수 있으므로 절대 먹이지 않도록 하며, 수의사와 상의하고 발열에 대한 진단검사에 협조해야 한다.

수의사는 발열을 유발할 수 있는 전신 감염이나 염증에 대한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혈액, 영상, 소변검사 등을 실시해 폐렴, 신우신염, 복강내 농양이나 복막염 유무 등을 확인해야 한다. 병력 상 풀밭을 산책했거나 진드기에 물린 적이 있는 경우 진드기 매개 감염병에 대한 검사를 진행하면서 이에 대한 항생제 치료를 시도해보기도 한다. 이러한 원인이 어느 정도 배제된 후에는 내재된 면역매개성 관절염, 루푸스 등의 면역매개질환이나 림프종 등의 종양 때문에 생긴 발열을 의심해볼 수 있다. 이 경우 추가적인 상위 진단검사가 필요하므로 수의사와 적극적으로 상의해야 한다.

반려동물 발열
반려동물 발열

열이 나면 식욕이나 기력이 저하되고 위장증상이 발생해 환자가 힘들기 때문에 수액 처치 외에도 단계적으로 해당 치료를 병행하면서 발열에 대한 원인 감별 및 치료를 체계적으로 해나가야 한다.

사람도 열이 나면 몸이 매우 힘들다. 열이 지속한다면 원인감별을 위해 입원을 하면서 전체적인 검사를 모두 진행하게 된다. 그럼에도 환자 중 30% 정도는 발열의 원인을 찾지 못한다고 알려져 있다. 하물며 개는 사람보다 진단검사가 제한적이므로 간단한 검사만으로 발열의 원인을 단번에 찾아내는 것은 불가능하다. 수차례 경과에 따라 진단과 치료를 병행해 나가야 하는 경우가 많다.

보호자는 기본적인 체온 측정법이나 발열 응급상황 대처법 등을 알아 두고, 발열이 지속되는 경우 다니는 동물병원 수의사와 상의하고 정확한 원인을 파악하는 데 협조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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