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마커로 고통 없는 폐암 진단 시대 엽니다”
“바이오마커로 고통 없는 폐암 진단 시대 엽니다”
  • 장인선 기자 (insun@k-health.com)
  • 승인 2019.07.17 11: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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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 부담 없는 폐암 조기진단법 연구로 알찬 열매 맺다
폐암 명의 이승현 경희대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교수
일찍이 조직검사의 한계를 인식하고 폐암 조기진단을 위한 바이오마커 발굴에 주력해온 이승현 교수. 그는 효과적인 폐암 검사·치료법이 계속 개발되고 있는 만큼 섣불리 포기하지 말고 주치의와 상의해 적극 치료에 나설 것을 당부했다.

안타깝게도 폐 안에는 신경이 없어 암 덩어리가 이미 많이 자란 상태에서 폐암을 발견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폐암 사망자는 1만7969명으로 전체 암 가운데 가장 많았고 조기발견율은 20.7%로 위암(61.6%), 유방암(57.7%), 대장암(37.7%)보다 훨씬 낮았다.

이런 고약한 특성 때문에 불 보듯 어려운 싸움이 예상되지만 그래도 희망을 노래하며 연구에 고군분투 중인 의사가 있다. 바로 ‘바이오마커’ 발굴을 선도하며 폐암 조기 진단의 새 장을 활짝 연 이승현 경희대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교수다.

■고통 없는 폐암 진단법 연구 향해 전진

환자들은 병원에 와서도 또 하나의 고통스러운 관문을 넘어야한다. 폐암 확진을 위한 조직검사가 바로 그것. 현재 표준화된 방법은 세침흡인검사와 기관지내시경검사다. 이 중 세침흡인검사는 폐를 직접 바늘로 찔러 조직을 채취하는 검사로 통증과 출혈은 물론 기흉 등의 합병증도 발생할 수 있다. 전 세계 의료진이 고통스런 조직검사 없이 폐암을 진단하는 방법을 찾는 데 몰두하고 있는 이유다.

그중에서도 ‘바이오마커’는 단백질, DNA 등을 활용해 몸 안의 변화를 알아낼 수 있는 지표로 폐암의 조기 진단 열쇠로 주목받고 있다.

이승현 교수는 “침습적 조직검사는 여러 가지 합병증은 물론, 조직이 충분히 얻어지지 못하면 재검해야하는 불편함까지 있어 환자의 부담이 크다”며 “하지만 바이오마커를 활용하면 조직검사에 따른 합병증 우려도 없고 검체 또한 언제든지 얻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승현 교수가 기관지내시경으로 조직검사를 실시하고 있다. 기관지내시경 조직검사는 내시경에 장착된 초음파로 림프절을 찾아 검사하는 방법으로 환자의 정확한 병기 설정이나 조직검사를 하기 어려운 폐암(암 종이 혈관 근처에 있어 조직검사 후 대량출혈의 가능성이 있거나 암종이 너무 작은 경우)일 때 시행한다.

■최신 분석기법으로 더 많은 폐암 바이오마커 찾다

이승현 교수는 일찍이 폐암 조직검사의 한계를 절감하고 폐암 조기 진단을 위한 바이오마커를 찾는 데 매달렸다.

최근에는 의미있는 성과를 거둬 학계의 큰 주목을 받았다. 바로 최신 분석기법을 이용해 기존보다 더 많은 암 관련 단백질을 찾아낸 것. 이는 ‘폐암의 바이오마커 발굴을 위한 기관지폐포세척액의 심층적인 단백체 분석’이라는 제목으로 단백체 분석 분야 권위있는 학술지(단백체분석-임상응용) 6월 인터넷판에 게재됐다.

“기관지폐포세척액은 기관지내시경을 통해 생리식염수를 폐 말초 부분까지 주입한 뒤 이를 세척한 후 다시 회수한 것이죠. 따라서 암과 관련한 여러 가지 정보가 담긴 아주 유용한 검체가 됩니다. 무엇보다 이번 연구에서는 기존 단백체 분석법 대신 새로운 분석법을 적용해 기존보다 약 3배 이상 많은 4615개의 단백질을 검출할 수 있었답니다. 이 중 폐암에 특이적인 단백질도 748개나 확인할 수 있었죠.”

특히 이번 연구에서는 혈장에서 검출되지 않는 3000여개의 단백질이 기관지폐포세척액에서 추가로 검출됐다고 한다. 이승현 교수는 기존보다 더 많은 폐암 바이오마커 후보물질을 찾아냈을 뿐 아니라 혈장보다 기관지폐포세척액이 폐암 조기진단을 위한 바이오마커 발굴에 더 유용하다는 것을 구체적으로 증명해 보인 것이다.

■바이오마커로 진단부터 치료 반응 예측까지!

바이오마커가 폐암 진단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면 이미 폐암을 진단받은 환자에게는 ‘NGS검사’가 원동력이 되고 있다.

NGS검사는 과거 1~2개밖에 분석할 수 없었던 단일 유전자검사와 달리 방대한 양의 유전자(161개)를 한 번에 분석해 유전자변이(돌연변이)를 찾아낸다. 유전자변이가 발견되면 이를 표적할 수 있는 항암제를 결정해 환자에게 투여함으로써 부작용은 줄이고 치료효과는 높일 수 있다. 이제 기존 치료방법으로 효과를 보지 못하거나 폐암 말기로 진단받아도 섣불리 절망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특히 이승현 교수는 “향후 누구나 인정하는 폐암 바이오마커가 정립되면 이걸로 진단도 하면서 NGS검사를 기반으로 한 표적치료 반응도 예측해볼 수 있다”며 “바이오마커와 NGS검사의 장점을 적절히 결합해 더욱 효과적인 폐암 진단과 치료의 길을 열겠다”고 각오를 내비쳤다.

■금연은 당연, 폐암 검진 적극 참여하기 

이승현 교수는 연구에 대한 포부와 함께 폐암 예방·관리에 대한 당부도 잊지 않았다. 특히 폐암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는 검사들이 다양해진 데다 비용 부담도 줄었으니 이를 놓치지 말 것을 강조했다.

“흡연자는 비흡연자보다 폐암 발생위험이 무려 30배나 높습니다. 이제 폐암 고위험군(만54세~74세 국민 중 30갑년 이상 흡연력이 있는 경우)은 7월부터 국가 지원을 통해 만원만 부담하면 저선량CT검사를 받을 수 있답니다. 또 폐암환자뿐 아니라 가족력, 기저질환이 있는 고위험군은 NGS검사를 통해 폐암에 미리 대비할 수 있다는 사실도 기억해주세요. 이 검사 역시 건강보험이 적용돼 절반만 비용을 부담하면 됩니다.”

비흡연자도 폐암에서 결코 자유롭지 못하다. 4주 이상 기침이 계속되거나 가래, 호흡곤란 증상이 잦으면 폐암을 의심하고 정확한 검사를 받아봐야한다. 폐암이 다른 장기로 전이되면 두통이 오거나(뇌로 전이) 몸 일부에 힘이 빠지고 경련이 발생할 수 있다. 모든 걸 차치하고 이승현 교수가 재차 강조한 폐암 최선의 예방법은 ‘금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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