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철의 다가오는 미래의학] 꼭 내 탓일까? 부모 유전자와 아이 지능, 그 복잡미묘한 관계
[김경철의 다가오는 미래의학] 꼭 내 탓일까? 부모 유전자와 아이 지능, 그 복잡미묘한 관계
  • 김경철 가정의학과 전문의(강남미즈메디병원 원장)ㅣ정리·장인선 기자 (insun@k-health.com)
  • 승인 2019.07.17 08:01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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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철 가정의학과 전문의(강남미즈메디병원 원장)
김경철 가정의학과 전문의(강남미즈메디병원 원장)

영화 아마데우스에서는 음악에 천재적 재능이 있는 모차르트와 노력파로 잘 알려진 살리에리가 대비돼 묘사된다. 살리에리는 자신이 부단히 노력해 얻은 업적을 가볍게 뛰어넘는 모차르트의 천재적 재능을 질투해 평범한 재능을 주신 신을 저주하기도 했다. 정말 재능은, 특히 지능은 타고나는 것일까?

학창 시절을 떠올려보자. 있는 힘껏 노력해 성적을 올리는 경우도 있지만 암산이나 창의적 사고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천재형 학생들을 보고 낙심과 질투했던 적이 있을 것이다.

과연 부모의 유전자는 아이 지능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까?

오늘의 주제는 어쩌면 우리나라 사회에서는 매우 불편한 이야기일 수 있다. 공부 못하는 아이가 왠지 내 탓일 것 같아 긴장하는 부모들에게는 죄송하지만 실제로 지능을 결정하는 데는 유전자의 영향이 크다. 적게는 20%, 많게는 60% 정도 영향을 미친다고 여겨진다.

단 아이의 지능에 엄마 유전자가 더 강하다는 것은 속설일 뿐이다. 주요 연구들을 통해 여성의 염색체인 X 염색체에 지능과 관련된 유전자가 발견돼 이런 속설이 생겨난 건 사실이지만 지능과 관련된 유전자는 훨씬 더 많고 지금도 계속 발견되고 있다.

2017년 네덜란드의 연구진은 과학 잡지인 네이처제네틱스에 지능을 결정하는 유전자 52개를 규명해 발표했다. 미국의 잘 알려진 23&me 회사에서는 100만명이나 되는 고객들의 유전자 분석을 통해 학업과 관련된 유전자는 무려 1200여개라고 발표했다.

2018년 보도된 뉴스위크지에 따르면 미국 텍사스 오스틴대의 연구결과 부모의 유전자가 초등학교 때부터 고등학교에 이르는 과정까지의 지능과 학습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에 따르면 쌍둥이 6000쌍을 대상으로 그들의 유전자와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 졸업 때까지의 성적을 분석한 결과 성적에 미치는 영향은 가정의 환경적 요인이 25%, 선생님이나 급우 등의 요인이 5% 작용한 반면, 나머지 70%는 유전적 요인으로 분류됐다. 여기서 말하는 유전적 요인에는 단순히 지능뿐 아니라 동기부여, 행동, 성격 및 건강까지 포함돼 있다.

그렇다면 유전자를 통해 자녀의 IQ를 예측할 수 있을까?

DNA 랜드(DNA Land) 같은 미국의 몇몇 회사에는 유전체 데이터를 기반으로 자녀들의 IQ를 예측해주는 서비스도 하고 있다. 하지만 키와 몸무게 등 확실한 임상지표를 가진 다른 연구에 비해 여전히 지능을 평가하는 임상 지표가 명확하지 않고 대규모 연구도 아직 많지 않아서 유전자만으로 지능을 정확히 예측하는 건 현재로서는 시기상조다.

DNA를 발견한 노벨의학수상자 제임스 왓슨은 지능 유전자를 지나치게 강조한 나머지 ‘백인 유전자가 흑인 유전자보다 우월하다’라고 발언해 학계로부터 거의 퇴출 위기를 겪기도 했다. 유전자를 잘못 이해하는 대표적인 예인 것이다.

무엇보다 지능을 결정하는 데는 여전히 환경적인 요인도 중요하다. 특히 음식이나 운동 등 환경적인 요인이 DNA에 영향을 줘 유전자의 기능을 결정한다는 후성유전학의 발전은 지능이 꼭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이라는 사실을 뒷받침한다.

특히 산모가 먹는 음식은 뱃속 태아의 건강과 지능에 영향을 준다. 따라서 산모의 흡연, 술, 지방중심의 식사, 비만 등은 태아의 뇌 기능과 관련된 유전자의 변형을 일으켜 지능 저하와 발달장애를 일으킬 수 있다. 신생아 때부터 청소년기에 이르는 성장기 영양과 스트레스 등도 뇌기능, 특히 지능 발달에 영향을 준다.

종종 가난한 집에서 천재 같은 아이가 태어나 주변을 놀라게 하는 경우도 있다. 현실은 어떨까?

2018년 7월 유명한 유전학 연구잡지인 네이처 제네틱스는 113만1881명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연구에서 유전자 점수가 상위 25%인 지능이 높은 아이에서 고소득층의 대학 졸업률은 63%인 반면, 지능은 높지만 저소득층의 경우 대학 졸업률이 24%에 불과했다고 밝혔다. 지능만으로는 성공이 보장되지 않고 결국 사회 계층에 따라 성공이 결정되는 씁쓸한 현실을 보여준 것이다.

자녀들의 성공과 대학 진학에 관심이 많고 부(富) 못지않게 높은 지능과 교육환경의 세습이 이뤄지는 대한민국에서는 이런 지능 유전자의 분석이 분명 달갑지 않을 것이다.

그러한 이유로 생명윤리법에는 이런 검사들을 제한하고 있다. 하지만 학습발달장애, 주의력결핍 등 지능장애를 포함해 지능에 대한 모든 유전적 연구는 그동안 미개척 분야였던 뇌과학의 한 부분에 대한 새로운 지평을 열어갈 것임에는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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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호 2019-11-20 04:38:58
그래서 지능과 관련된 X를제외한 나머지 유전자가 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