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건강이야기] 고양이 발치, 최선의 선택인가?
[반려동물 건강이야기] 고양이 발치, 최선의 선택인가?
  • 유현진 닥터캣 고양이병원(고양이동물병원) 원장|정리·이원국 기자 (21guk@k-health.com)
  • 승인 2019.07.18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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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현진 고양이전문병원 닥터캣(고양이친화병원 인증) 원장
유현진 고양이전문병원 닥터캣(고양이친화병원 인증) 원장

이전 칼럼에서 고양이의 구강질환에 관해 언급한 적이 있다. 고양이에게 가장 흔한 구강질환은 치아흡수성병변(FORL : Feline Odontoclastic Resorption Lesion)과 구내염이다. 치아흡수성병변은 이름처럼 치아의 어느 부분이 녹아서 흡수되고 사라지는 질환이다. 주로 치아의 목과 뿌리가 녹는다. 구내염은 입안의 점막 부분에 발적, 궤양, 염증이 생기는 질환이다.

두 질환 모두 뚜렷하게 발병원인이 밝혀져 있지 않고, 초기에는 환자가 심한 통증도 표현하지 않는다. 병변 부위도 앞니나 송곳니가 있는 구강 앞부분이 아니고 작은 어금니부터 구강 안쪽이라 평소 자주 양치질을 해주며 꼼꼼히 관찰하지 않으면 보호자가 쉽게 발견하기 어렵다. 증상이 진행하면 고양이가 ▲활동성이 떨어지고 ▲식사량이 줄며 ▲구취가 심해지고 ▲침을 흘리기도 한다. 보호자가 이상을 감지하게 되기도 한다.

구강질환은 방치했을 경우 만성통증으로 삶의 질이 매우 떨어진다. 또한 세균과 세균독소가 혈액 속에 혼입되어 전신혈류를 타고 다른 장기에 손상을 입힐 수 있기 때문에 빨리 적절한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좋다.

두 질환은 병변의 모양도 다르고 주로 발생하는 위치도 다르지만, 공교롭게도 가장 효율적인 치료방법은 발치로 알려져 있다. 치아흡수성 병변의 경우 녹은 치아를 매번 마취를 하고 신경치료, 보철치료, 유지관리를 한다는 것이 합리적이지 않다. 구내염의 경우 발치를 하더라도 30% 정도의 고양이는 재발을 경험하고 평생 관리를 해야 한다고 알려져 있으나 지금까지는 발치를 했을 경우의 치료율보다 높은 효과를 보이는 다른 방법은 없다.

구내염과 치아흡수성병변이 아주 초기상태라면 무조건 발치를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발치를 해야 할 정도로 질병이 진행되었다면 무엇을 고려해야할까?

1. 안전한 마취를 위해 기본적인 검사가 철저히 이뤄져야 한다.

반려동물은 깨어있는 상태에서는 치과치료를 할 수가 없다. 사람은 치과에 갈 때마다 마음이 무겁고 긴장이 되고 때로는 아프다는 것도 알지만 참아낸다. 하지만 반려동물은 참아야 하는 이유를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참지 못할뿐더러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는다. 게다가 대부분의 치과치료 장비는 날카롭고 소음과 진동이 있어서 제대로 컨트롤되지 못하면 위험할 수 있다. 안전한 마취를 진행하려면 기본적인 검사가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 한 곳에서 모든 검사와 치과 치료를 진행할 수 있는 동물병원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2. 반드시 치과방사선(구강 엑스레이) 사진을 찍어봐야 한다.

‘어차피 뽑을 치아인데 방사선 촬영을 할 필요가 있을까’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고양이의 치아는 방사선 사진을 찍어보기 전에는 절대로 정확한 손상범위와 정도를 알기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정확한 진단과 치료범위를 결정하기 위해서 발사선 촬영은 필수적이다. 겉으로 보이는 크라운은 멀쩡해 보였던 치아가 방사선 사진을 찍어보면 잇몸 안쪽은 녹아내리고 있는 경우가 너무 많다. 발치 전에는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 발치 후에는 목표한 대로 정확한 발치가 이루어졌는지 확인하기 위해서 방사선 사진을 찍을 필요가 있다. 건강하지 못한 치아의 뿌리는 약하고 염증을 가지고 있는 경우도 많아서 발치 중 잘 부서지게 된다. 턱뼈 안에 뿌리가 남아있게 되면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잔존치근의 유무를 발치 후 꼭 확인하는 것이 좋다.

3. 전문 치과 치료 장비가 잘 갖추어져 있는 동물병원에서 치료해야 한다.

치과에서 사용하는 장비는 일반 외과에서 사용하는 장비와 전혀 다르다. 치료 대상 부위의 크기에서부터 차이가 난다. 섬세하고 꼼꼼한 치료를 위해서 좋은 덴탈유닛이 필요하고 입이 작은 고양이에게 적합한 장비가 필요하다.

4. 발치 이후에도 후속치료가 필요할 수 있다.

사람이 충치 치료를 받아도 다른 치아에 또 충치가 생길 수 있는 것처럼, 고양이의 치아흡수성 병변도 치아가 남아있는 이상 다른 치아에 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또한 중증구내염의 경우에는 반발치나 전발치를 하더라도 30% 정도의 고양이에서 재발하기 때문에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스테로이드에 의존해 증상을 조절하는 고전적인 방법에서 벗어나 레이저치료, 면역치료, 줄기세포 치료 등이 적용되고 있다. 그중에 통증완화, 혈액순환 촉진, 새로운 조직의 재생에 큰 도움이 되는 구강레이저는 마취를 하지 않아도 고양이에게 편안하게 적용할 수 있는 비침습적인 치료방법이고 치료비용도 합리적이라 인기가 지속해서 늘고 있다.

생각만 해도 아프고 무서울 수밖에 없는 고양이 발치! 보호자가 조금 더 관심을 가지고 준비하면 고양이가 스트레스도 덜 받고, 덜 아프게 받을 수 있다. 건강검진뿐 아니라 이제는 구강검진도 꼭 정기적으로 받아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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