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건강이야기] 우리 집 강아지가 닭 뼈를 먹었어요!
[반려동물 건강이야기] 우리 집 강아지가 닭 뼈를 먹었어요!
  • 김성훈 24시 해마루동물병원 응급중환자의료센터 부장|정리·이원국 기자 (21guk@k-health.com)
  • 승인 2019.07.20 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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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훈 24시 분당 해마루동물병원 응급중환자의료센터 부장
김성훈 24시 분당 해마루동물병원 응급중환자의료센터 부장

잠 못 드는 무더운 여름밤을 치킨으로 달랠 때가 많다. 그런데 먹고 남은 치킨을 쓰레기통에 잘 버렸으나 새벽에 반려견이 어떻게 치킨을 찾아냈는지 몰래 먹는 경우가 많다.

이런 장면을 목격했다면 절대 화내거나 맛있게 먹고 있는 치킨을 뺏으려 하지 말아야 한다. 반려견이 치킨을 뼈째 삼키려다 닭 뼈가 목에 걸려 숨을 제대로 못 쉬고 고통스러워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곧바로 응급상황으로 이어진다. 반려견이 순살이 아닌 뼈가 있는 치킨을 이미 먹었고 목에 걸린 것 없이 숨도 잘 쉬고 평소와 다름없이 잘 놀고 밥도 잘 먹는다면 당장은 응급 상황이 아니다. 질식과 같은 응급상황이 아니라면 수의사의 도움으로 닭 뼈를 제거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닭 뼈를 소화할 수 있다.

많은 보호자가 강아지가 닭 뼈를 먹으면 구토를 시켜 당장 위 내에서 제거해야 한다고 잘못 알고 있다. 이는 피해야 할 행동이다. 이미 위 내에 있는 닭 뼈를 억지로 토하게 하려다가 오히려 닭 뼈가 식도를 더 손상시킬 수 있는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강아지가 생닭 뼈를 먹었을 때와 튀기거나 삶은 즉 조리된 닭 뼈를 먹었을 때는 차이가 있다. 시중에 유통되는 생닭은 영계라서 뼈가 얇고 무르고 생각보다 소화가 잘된다. 그렇기 때문에 생닭 뼈는 소화기관에 물리적인 손상을 일으키는 것보다는 살모넬라균이나 캠필로박터균에 의한 설사나 구토를 유발할 수 있다는 점에 주의해야 한다(생닭 뼈도 소화기관에 물리적 손상을 일으킬 가능성은 언제나 있다.). 위 내에서 소화할 수 있는 뼈의 양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생닭 뼈를 많이 먹었다면 위산분비를 촉진할 다른 음식을 추가로 먹여 자연적으로 뼈를 소화하도록 도울 수 있다.

조류 뼈의 내부
조류 뼈의 내부

반면에 조리된 닭 뼈는 생닭 뼈보다 매우 단단해서 씹었을 때 쪼개지게 된다. 이렇게 쪼개진 닭 뼈는 다른 동물의 뼈와 다르게 매우 날카로워 입과 잇몸에 상처를 내거나 심하게는 위장관 천공을 일으킬 수 있다. 뼈 쪼개짐 현상은 조류의 뼈가 날기 위한 목적으로 뼈 무게를 줄이기 위해 속이 비어 있어서 발생한다. 따라서 닭 뼈의 빈 공간 때문에 뼈가 쪼개졌을 때 뼈의 겉면이 칼날처럼 날카로워지는 문제가 발생한다. 뼈의 날카로운 단면은 흡사 면도칼을 삼켰을 때와 같은 문제를 식도나 위장관 내에 일으켜 생명을 위협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많은 보호자가 닭 뼈를 먹으면 바로 제거해야 한다고 알고 있는 것이다. 또한 조리된 닭 뼈는 생닭 뼈보다 소화되기 어려우므로 장관 내에서 천공이나 폐색 등과 같은 문제를 더 일으킬 수 있다.

생닭과 조리된 닭을 망치로 두들겼을 때의 비교. 뼈 단면의 차이를 주의 깊게 살펴보자. 본 실험은 유튜브 채널 ‘mojoandfriends'의 'Raw Diet Myth: Chicken Bones Splinter?' 편으로 참조하기 바란다.
생닭과 조리된 닭을 망치로 두들겼을 때의 비교. 뼈 단면의 차이를 주의 깊게 살펴보자. 본 실험은 유튜브 채널 ‘mojoandfriends'의 'Raw Diet Myth: Chicken Bones Splinter?' 편으로 참조하기 바란다.

강아지가 치킨과 같이 이미 조리된 닭의 뼈를 먹은 경우 질식, 식도 손상, 위장관 천공 등으로 고통을 받고 있는지 여부가 중요하다. 혹시 닭 뼈를 먹은 후 다음과 같은 증상이 보인다면 즉시 수의사의 진료를 받아야 한다.

▲오심(구역질) 또는 구토 ▲거친 호흡, 유연(침 흘림) ▲식사 거부 ▲기력 저하(움직이지 않으려 함) ▲설사(혈액이 섞일 수도 있음) ▲변비

다행히도 이런 증상 없이 반려견이 평소와 다름없이 잘 먹고 잘 논다면 무탈하게 뼈를 소화할 수 있을 것이다. 최소 72시간이 지날 때까지 반려견의 이상 징후 발생 여부를 확인하도록 한다. 치킨 뼈는 보통 3일 이내에 소화가 된다.

만약 닭 뼈를 너무 많이 먹었다면 뼈가 장관 내에서 뭉쳐 장 폐색이 일어날 수 있는 위험이 있다. 이렇게 뭉친 뼈를 수술로 제거하지 않으면 장 폐색이 구토와 탈수를 유발하며 패혈증에 의한 사망까지 초래할 수 있다. 따라서 엑스레이 검사로 대략적인 닭 뼈의 크기, 모양, 위장관 내 위치와 먹은 양을 대략 확인한 후 모니터링하는 것을 추천한다. 그리고 단 하나의 닭 뼈라도 최소 24시간 이상 위치 변화를 보이지 않으면 수술로 제거할 필요가 있다.

개가 닭 뼈를 먹고 이런 증상을 보이면 당장 진료받을 것!
개가 닭 뼈를 먹고 이런 증상을 보이면 당장 진료받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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